
개그맨 정용국, 그의 이름은 몰라도 SBS '웃찾사'의 빡빡이 성형외과의사 혹은 "내 스타일이야~" 유행어를 모르는 이는 드물다.
정용국은 '웃찾사'의 인기코너 '퀴즈야 놀자'에서 빡빡 깎은 머리에 가운을 걸치고 나와 "뭉치면 할인되고 흩어지면 두당 2백"이라며 거침없이 견적을 남발하는가 하면 온갖 지저분한 냄새와 행동을 모아놓은 여성을 두고 "딱 내 스타일이야~"라고 내지르기도 한다.
"웃음은 50프로 공감에 50프로의 오버를 더해서 만들어요. 20대 여성이 웃을 수 있는 코드로 명품과 성형을 생각한 건데, 생각보다 더 큰 반응이 오더라구요. 한번 견학차 가봤는데 강남에 100개도 넘는 성형외과가 다 장사가 잘된대요"
여성이라면 누구나 쉽게 알아본다는 스타들의 성형도 실명으로 다뤄보고 싶었다는 정용국은 심의와 명예훼손 등의 제약 때문에 '할인'과 '쿠폰' 등 경험자들의 에피소드를 활용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꿨다.
"성형에도 단체할인이나 서비스, 쿠폰 같은 게 있지 않을까 싶어서 해봤더니 여성 관객의 공감도는 200프로에요. 어려운 수술이름 대신 눈 코 입 가슴 등 부위별로 가격을 매기고, 시청자들 지적에 따라서 가격도 실제와 비슷하게 맞춰가고 있어요. 세상이 다 아는 성형 연예인들을 하나씩 집어서 견적을 좌악 뽑아주고 싶은데, 방송에선 곤란하겠죠?"
'아빠곰은 180, 엄마곰은 250, 아기곰 너는 서비스. 으쓱으쓱 목돈 벌었네'와 같은 동요를 활용한 개그도 재미있지만, 한 여성을 두고 비듬이 뚝뚝 떨어지고 입에서 하수구 냄새가 난다며 얼굴을 찌푸리다가 "딱 내 스타일이야~"라고 내지르는 순간 시청자들은 폭소를 참을 수 없다.
"처음엔 섹스 터치였어요. 2주 정도 됐는데 '카우치 노출사건'이 터지니까 당분간 섹스 터치는 하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와서 바꿨죠. 더러운 여자에 대한 설명이 점점 강도가 세지고 길어지고 있는데, 많이 웃는 걸 보면 공감대가 있는 거겠죠? 간장 달인 냄새, 청국장 냄새, 옥수수 쉰 내, 하수구 냄새, 고무 타는 냄새 등 요즘엔 혼자 앉아서 지저분한 생각만 해요"
어찌나 반응이 좋았던지, 그룹 NRG 천명훈을 비롯해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동하는 연예인들이 잇따라 이 유행어를 따라 하기 시작했다. 이 유행어 덕에 '연애편지'에서 히트를 쳤던 천명훈은 최근 '웃찾사'에 우정출연해 보은을 하기도 했다.
"천명훈을 만났는데 한번 하고 나서 반응이 좋으니까 계속 하라고 시키더래요. 어쩌겠어요. 한국에서 개그는 마음대로 도용해도 말 못해요. 예전에 욕을 교묘하게 비튼 '십장생' 개그가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아직도 사람들이 제 이름 잘 몰라요. 이번에도 '빡빡이'라고만 아니까요."
그래도 성형외과 의사들 사이에서 정용국의 이름은 꽤 유명하다. 실제로 그의 개그를 가장 좋아하는 사람들은 실제 성형외과 의사들이라고. 성형의를 비하한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을까 싶지만, 성형의가 사람들에게 친숙해지면서 나름대로 홍보효과도 누리고 있다는 것.
"성형외과로부터 협찬 제의 계속 들어와요. 한번 꼭 만나고 싶다는 분들도 많죠. 여성 시청자의 공감대가 200프로면 성형의들의 공감대는 2만프로에요. 한번 가봤는데 수술 받으려는 사람이 진짜 많더라구요. 어떤 사람들은 저한테 코 잘하는 병원이 어디냐고 물어보기도 해요"
동서울대학교 기계과에 재학중이던 정용국은 2000년 MBC 공채 개그맨 11기로 활동을 시작했다. 20세에 군대를 다녀온 이후 개그맨 중 유일한 학교선배인 컬투의 정찬우를 목표로 달리는 중이다. 나아가 한국도 일본처럼 개그맨의 사회적 지위가 향상되기를 바란다.
"개그맨은 생명이 짧아서 저는 선배들이 거의 없어요. SBS에서 컬투 형들 말고는 한 두명 정도, 요즘 19~20살 후배들 보면 격세지감 느끼죠. 개그맨이 '한류스타'가 될 수 없는 이유는 이미 일본 코미디가 20, 30년 앞서있기 때문인데, 그만큼 개그맨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요. 이런 환경들이 아쉽죠."
<사진 = 최용민 기자 leeb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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