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니시리즈나 주말극처럼 화제가 되지는 않지만, 조용한 아침 시간대 주부들의 시선을 붙드는 아침드라마들이 있다. 청춘 스타들이 나오지도 않고 화려한 볼거리도 없다. 그럼에도 주부들의 시선을 붙들어 놓을 수 있는 파워를 지닌 중견 남자배우들을, 혹자는 '아침드라마의 장동건'이라 부른다.
김병세 "내 별명이 '아침드라마의 장동건'"
'아침드라마의 장동건'이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배우다. 서글서글한 얼굴 생김새가 나이차가 10년 정도 나는 장동건의 형 같다는 제작진의 농담에서 비롯됐는지, 어느새 진담 반 농담 반으로 붙여준 별명이다.
주로 기업 CEO나 의사, 변호사 등 인텔리 직업을 가진 인물을 전문으로 연기해온 김병세는 날카로우면서도 굵은 얼굴선과 낭랑한 목소리가 매력 포인트로 꼽힌다. 때로는 악역을, 때로는 선한 역할을 맡지만 '많이 배운' 캐릭터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SBS '사랑하고 싶다'에서도 첫사랑을 잊지 못하며 결혼한 아내에게 편집증적인 집착을 보이는 외과의사 강지헌 역으로 출연해, 15~16%의 안정적인 시청률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2월에 열린 이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김병세는 "SBS 아침드라마 주연만 7번째로, 최근 10년 사이에 가장 많이 한 사람으로 기억한다"며 "4년 전 당시 조연출이 '아침드라마의 장동건' 아니냐고 한 말이 어느새 소문으로 돌아서 뿌듯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랑하고 싶다' 직전에 출연했던 '여왕의 조건'에서는 이혼녀인 김미숙에게 다정다감한 사랑을 주는 한성우 역으로 주부들의 마음을 흔들기도 했다. 이 드라마는 20%가 넘는 시청률 '대박'을 터뜨려 화제가 됐다.
선우재덕 "아들 덕에 착한 본 모습 찾아"
선우재덕은 '착한' 캐릭터의 아침드라마 단골 배우다. 1년에 한 편 꼴로 아침드라마에 출연해왔다는 선우재덕은 SBS '들꽃'이 시청률 20%를 돌파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1980년대부터 활동해온 중견 배우지만 20대도 소화 가능한 젊은 마스크를 소유하고 있어 연기할 수 있는 연령대가 넓고, 귀공자 같은 이미지여서 주로 기업체의 젊은 경영인이나 재벌2세, 의사 등 번듯한 직업을 연기해왔다. '들꽃'에서도 초반에 잠시 노숙자 모습을 보였으나 이내 기업체 사장으로 제 모습을 찾았다.
SBS 미니시리즈 '그린로즈'에서 악역 연기에 도전했고, MBC '사랑찬가'에서는 순박한 노총각, '아내의 반란'에서는 바람둥이 역할도 해봤지만 결국 '착한 본 모습'으로 회귀했다.
지난해말 '들꽃' 제작발표회에서 선우재덕은 "이 역할 저 역할 오락가락하다가 착한 본 모습으로 돌아왔다"며 "그동안 착한 역할만 많이 해서 일부러 배제했었는데 아이가 '왜 못되게 나오느냐'고 해서 착한 모습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아침드라마 시청자인 주부들이 기대하는 모습으로 돌아온 선우재덕은 '들꽃'의 시청률을 끌어올렸고, SBS '사랑과 야망'에서도 초반 한고은의 파트너인 김감독 역으로 변함없이 따뜻하고 착한 이미지를 선보였다.
변우민 "아내 잃은 외로운 男, 주부 동정표는 모두 내게"
변우민은 지난해 초 첫 아침 드라마에 이어 또 한번 착한 남자로 아침 안방극장을 찾는다. 변우민은 지난 17일부터 방송을 시작한 MBC 아침 드라마 '있을 때 잘해!!'를 통해 주부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계획이다.
이번 드라마에서 변우민은 경우는 다르지만 아내를 잃고 지고지순한 사랑을 펼친다는 점에서 또 한번 시청자들의 동정을 살 것으로 보인다. 또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른바 '인텔리한' 남성으로 지적인 이미지도 한껏 살릴 예정이다.
지난해 SBS '진주귀걸이'에서 그는 아내의 외도로 이혼을 한 후 새로운 사랑을 만난 후 모든 것을 버리는 기업가 역을 맡았다. '있을 때 잘해!!'에서는 신혼여행 때 불의의 사고로 아내를 잃었지만 우연히 만난 이혼녀와 따뜻한 사랑을 만들어 가는 정신과 의사 역을 맡았다.
특히 상대 역인 이혼녀로는 흥행 보증수표 하희라가 출연해 연기 생활 20년째를 맞는 변우민의 착한 남 연기는 더욱 기대를 모은다. 변우민은 최근 어깨 종양 제거 수술을 받고 재활 치료에 힘쓰고 있으며, 순애의 이혼한 후인 다음달 초 본격적으로 등장할 예정이다.
김윤석 "주부팬 잃어도 좋아, 나쁜 남자 파격변신"
착한 남자만 인기를 얻으라는 법은 없다. 악역이 더욱 눈길을 끄는 요즘 제대로 된 악역으로 확실한 눈도장을 찍겠다는 것이 김윤석의 각오다.
변우민이 '있을 때 잘해!!'를 대표하는 착한 남자라면 김윤석은 정반대의 나쁜 남자다. 주부들이 가장 싫어한다는 조강지처를 버리고 세련된 외모의 여자와 외도하는 남편이다. 결국 극중에서도 불행한 최후를 맞아 끝까지 주부 시청자들의 눈총을 받아야 하는 불행한 남자다.
김윤석 역시 전작인 KBS2 주말연속극 '인생이여, 고마워요'에서 다정다감한 남편 역을 맡아 어렵게 쌓아놓은 좋은 이미지를 한방에 날릴 위기에 처했다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걱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역할을 미화시키지 않고 가감 없이 연기해 제대로 욕을 먹겠다고 다짐했다. '있을 때 잘해!!'가 시작되자 시청자들도 김윤석의 실감나는 나쁜 연기가 있어서 주위 인물들이 더욱 돋보인다며 호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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