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해복구에 한창인 사람들에게는 대단히 미안한 이야기지만 바캉스의 계절 여름이다. 예년과 달리 전국을 강타한 엄청난 집중호우로 올 여름 바캉스 계획을 주책없이 꺼냈다가는 분위기 깬다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상황이 이러할 때 수해복구를 옆에서 거들지 못하고 철없이 뱉어낸 잠꼬대 같은 소리는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그래서 올 여름 시골로 훌쩍 떠나버리는 드라마 속 여주인공들의 모습이 유독 눈길을 끈다.
오는 24일 첫 방송되는 KBS2 '포도밭 그 사나이'와 지난 3일 첫 방송한 MBC '얼마나 좋길래'에는 시골로 내려가는 서울 처자가 등장한다. '포도밭 그 사나이'에서 여주인공 이지현 역을 맡은 윤은혜와 '얼마나 좋길래'에서 이선주 역을 맡은 조여정이 그들이다.
이들은 이전의 시골 이야기가 녹아있던 여러 드라마에서 등장한 여주인공들과는 대비되는 행보를 걷는다. 지난 5월 인기리에 종방한 MBC '넌 어느 별에서 왔니'의 복실이 정려원과 현재 방송중인 MBC '진짜진짜 좋아해'의 여봉순 역 유진은 모두 강원도 두메산골 출신으로 상경하는 케이스.
또 KBS1 '열아홉 순정'의 구혜선 역시 비록 국내는 아니지만 옌볜출신으로 서울에 온 경우다. 윤은혜와 조여정은 이들과 반대로 서울이 아닌 시골로 내려가는 역을 맡았다.
이처럼 올 여름 드라마 속 여주인공들이 시골행을 택하면서 그 동한 흔히 다루어지던 순수한 시골 출신 여주인공과 도시청년 커플이라는 도식은 도시 출신 여주인공과 시골 청년 남자주인공으로 옮겨지게 됐다.
윤은혜가 '포토밭 그 사나이'에서 맡은 이지현이라는 인물은 창업자금을 마련하기위해 시골로 농사지으러 가는 도시처녀. 돈이야 말로 인생의 모든 것이자 목표라고 생각하는 그는 포도밭 만평을 물려 줄 테니 딱 1년 만 포도밭에서 농사를 지어보라는 당숙 할아버지의 제안에 시골로 하경한다. 물론 이곳에서 만나게 되는 시골 포도밭 청년 오만석(장택기 역)과의 알콩달콩 로맨스가 펼쳐질 예정이다.
'포도밭 그 사나이'에 앞서 전파를 탄 '얼마나 좋길래'의 조여정은 원치 않는 남자와의 결혼을 강요하는 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나 가출을 단행, 전라남도 완도로 내려간다. 완도는 항상 가슴속에 아련하게 남아있는 남자가 있는 곳. 그는 그곳에서 완도 동고리 마을 청년회장 서동수(김지훈 분)를 만나 어촌 생활을 시작한다.
올 여름 드라마 속에서 시골로 떠나는 도시처녀들. 그들의 행로는 분명 이전과 다르지만 도시든 시골이든 그들이 이전에 경험하던 것과 색다른 문화공간에 침투하면서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선 보인다는 것만큼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