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불우(不遇)의 드라마들

발행:
유순호 기자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천국보다 낯선' '미스터 굿바이' '오버더레인보우' 'Dr.깽'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천국보다 낯선' '미스터 굿바이' '오버더레인보우' 'Dr.깽'

2006년에도 대다수의 시청자들이 기억하고 열광했던 드라마들은 어김없이 탄생했다. 시청률 40%를 넘나드는 드라마들도 속속 탄생했고, 이들 드라마가 낳은 스타들도 주가를 높였다.


이에 반해 겉으로 드러나는 수치적 관심은 아니더라도 조금은 적은 수지만 열혈 시청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드라마도 있다. 이른바 대진운이 좋지 않아 불행하게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 드라마들이다. 특히 제한된 편성 속에 전파를 타야하는 드라마는 영화 등 다른 대중 문화와 달리 불우(不遇)함을 더욱 뼈저리게 느낄 수 밖에 없다.


# '주몽'에 쓰러져간 불우했던 드라마


MBC 월화드라마 '주몽'은 같은 시간대 경쟁해야 하는 타 방송사 드라마들에게는 거대한 벽과 같은 존재였다. 지난 5월 방송을 시작해 내년 2월 종영 예정으로 7개월째 시청률 40%대를 고수하고 있는 '주몽'을 상대해야 하는 경쟁 드라마들의 심정으로 한마디로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아무리 작품성이 뛰어나고 재밌고, 인기 스타가 출연하는 드라마라고 하더라도 초반 주도권 점령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드라마 경쟁에서 이미 저만치 앞서가는 인기 작을 잡기는 힘들다.


특히 5월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SBS 월화드라마들의 고전이 눈물겹다. 이문식이 첫 드라마 주연을 맡고 박선영 송창의 등이 출연한 '101번째 프러포즈'는 어느 못난 남자의 순정을 다한 무공해 사랑을 소재로 해 풋풋한 감동을 줬지만 결국 조기종영됐다.


이어 방송된'천국보다 낯선'의 부진은 SBS에 더욱 쓴 아쉬움을 안겼다. 이성재 엄태웅 김민정 등 스타들을 앞세워 '주몽'에 대항하고자 했지만 올해 드라마 최저 시청률이라는 불명예를 안아야 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2~4%의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가족애와 형제애를 중심으로 가볍지 않게 그리겠다는 연출자의 기획의도가 끝까지 지켜지며 비록 소수이지만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또 여섯 남녀의 일과 사랑을 그린 드라마 '독신남녀'도 줄곧 한자리 시청률에 머물다 조기종영됐다.


'주몽'과 경쟁했던 KBS는 그나마 윤은혜 오만석 주연의 '포도밭 그 사나이'가 10% 초중반의 두자리 시청률을 기록하며 선전했다. 하지만 좋은 반응에도 불구하고 조용히 잊혀진 드라마들도 있다.


안재욱 이보영 주연의'미스터 굿바이'는 성공만을 보고 달려온 한 남자가 시한부 선고를 받고 비로소 가족과 사랑, 행복을 깨닫는다는 다소 진부한 소재와 내용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특히 죽음에 직면한 주인공의 절박함을 눈물보다는 내면으로 삭히는 절제된 연기를 보여준 안재욱에 시청자들은 깊은 공감을 나타냈다.


# '주몽'의 관심에 소외된 MBC 드라마


'주몽'이 월화요일을 든든히 지키며 MBC에 톡톡히 효자노릇을 하는 가운데 관심 밖에 놓였던 불우한 드라마들도 있었다.


양동근 한가인이 주연한'Dr.깽'은 드라마 폐인의 원조 '네 멋대로 해라'의 박성수 PD의 연출작으로 또 한번 폐인을 양산했다. 특히 박 PD와 호흡을 맞췄던 양동근은 흐느적거리는 그만의 독특한 행동과 어눌한 말투를 바탕으로 한 '생(生)연기'로 폐인들의 박수를 받았다. 조직의 세계를 배경으로 한 다소 어두운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인간애와 작은 사랑의 메시지는 중독성을 더했다는 평가다.


젊은 시청층을 공략하기 위해 기획된'오버 더 레인보우'는 드라마는 역시 20~40대 여성의 눈을 잡아야 한다는 통설을 절감하며 실험성 강한 마니아 드라마로 남게 됐다.


톱 가수와 기획사, 가수를 꿈꾸는 젊은이들의 무대 뒤 이야기를 그린 이 드라마는 매 회 공개방송 및 콘서트를 기획할 정도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고, 배우들 역시 실제 가수에 버금가는 춤과 노래를 준비해야 했다. 하지만 뛰어난 실험성에 비해 폭넓은 대중을 끌어안기에는 실패했다.


이들 드라마 외에도 현재 방송중인 주말드라마'누나'도 KBS2 '소문난 칠공주'라는 거대한 벽에 막혀 줄곧 한자리 시청률에 머물고 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평범한 가족의 훈훈한 정을 소재로 한 이 드라마는 극단으로 치닫는 비정상 소재로 시청자들을 자극하는 최근 한국 드라마의 이상 증세에 경종을 울리는 조용한 드라마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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