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news

'하얀거탑' 이정길 "굴욕정길? 싫지않아"

발행:
김경욱 기자
ⓒ <사진 = 박성기 기자 musictok@>
ⓒ <사진 = 박성기 기자 musictok@>

60대의 나이가 무색하다. 나지막한 목소리에서 힘이 느껴지고, 정갈하게 정돈된 머리모양에서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음을 읽는다. 얼굴 여기저기 자리 잡은 세월의 흔적들이 주름져 따스하게 자리잡았다. '허허' 웃는 웃음소리에서는 너그러움이 묻어나고, 편안하게 앉은 모습에서 중견배우의 여유로움이 배어있다.


이정길(63). MBC 메디컬 드라마 '하얀거탑'에서 질투심 가득찬 외과과장 이주완 역을 맡아 열연 중에 있다. 위암 수술의 권위자로 여유와 위엄이라는 단어를 좋아하지만 실제로는 소심하고 위선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 자신을 능가해 버린 제자에 대한 질투로 정년퇴임을 앞둔 상황에서 유력한 정교수 후보인 장준혁(김명민)을 배제하고 모교 후배인 노민국(차인표)를 선택한다.


"일부에서는 이주완을 악역이라고 하는데, 악역이라는 생각은 안 들어요. 인생의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나. 입체적인 인물이라고는 할 수 있지만 흉측스러운 악역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대통령도 퇴임 후를 걱정하듯이 외과 과장도 퇴임 후를 걱정하는 거지요. 퇴임 1년을 앞두고 노민국을 외과과장으로 시키는 게 여러모로 낫다고 판단해 노민국을 끌어들인 거예요. 자기사람 심기, 우리 사회에, 특히 조직생활에 만연한 거 아닌가요. 이런 부분에 많은 분들이 공감하는 것 같더라고요."


극중 이주완의 인물상은 여러 대를 이어온 의사집안 출신. 귀족적인 사고방식에 권위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본인 스스로가 정치나 권력 싸움에 소질이 없음을 알면서도 장준혁과의 진흙탕 싸움을 불사한다.


"주변에서 장준혁의 진짜 라이벌은 노민국도 아니고 최도영(이선균)도 아닌 이주완이라는 말을 많이 하죠. 어떻게 보면 그렇게도 생각할 수 있지만 라이벌이라기보다는 상황이 그렇게 만들어 가는 것 같아요. 이주완과 장준혁은 생태 자체가 다른 인물입니다. 홀어머니 밑에서 천재성 하나로 어렵게 커 출세욕과 자존감이 내면에 가득한 인물이 장준혁이라면, 이주완은 의사집안에서 귄위를 실추하지 않고 온 귀족이라고 볼 수 있지요. 이 같은 상황에서 장준혁에 대한 미움이 생기는 거고..."


이주완은 노민국을 차기 외과 과장으로 지지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사윗감으로 점찍어 둔다. 퇴원도 하지 않은 딸을 성급히 맞선 자리에 불러내 장준혁에게 위신을 잃게 되는 빌미를 제공하기도 한다. 실제 생활에서는 어떨까.


"실제 상황 같으면 그렇게 못하죠. 80% 이상은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요. 출가한 딸이 있지만, 나는 옆에서 지원사격만 해주는 정도예요. 자기들이 살 인생, 아니겠어요? 아버지의 입장에서는 평범하게 결혼해서 안정된 삶을 살았으면 하는 바람 하나로 족해요. 극중 이주완은 사실 이런 것 잘 몰르는 것 같아요. 부인의 치맛바람 때문에 '노민국, 노민국'하게 된 거죠.(웃음)"


이정길은 지난 30년 이상의 연기생활 동안 한국의 알랭 들롱으로 불리며 각종 드라마나 영화 그리고 연극에서 주인공을 도맡아 해 왔다. 시쳇말로 '꽃미남'의 원조 격이다. 그런 이정길이 이번 드라마에서 '굴욕정길'로 변모했다.


노민국을 설득하기 위해 만원 엘리베이터임에도 불구하고 올라타 '삐~' 소리의 경고음에도 나몰라라하고, 노민국의 호텔 방 문 앞에서 사과가 받아들여 지지 않자 무릎을 꿇다 갑자기 열린 문에 넘어지기도 했다. 또 노민국과 장준혁의 수술실 대결을 위해 의도적으로 수술실에서 쓰러지는 연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 같은 이정길의 연기에 네티즌은 '엘리베이터 정길'에서 시작해 '굴욕정길' '실신정길' 등의 애칭을 붙이고 있다. 이런 반응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인터넷에 자주 들어가요. 시청자들이 드라마 보는 시각이 어떤가. 반응들이 어떤가. 이런 것을 살펴보죠. 시청률이 좀 안나오던데...(웃음) 일반 멜로드라마와 달리 반응들을 보면 깊이가 있어 보이더라고요. 마니아층이 두터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댓글들을 보면 재미있죠. '굴욕정길'도 젊은 그네들이 붙여준 거잖아요. 기분 나쁠 일이 아니죠. 그만큼 관심이 있다는 증거니까. 싫지 않습니다.(웃음)"


이정길은 '하얀거탑'을 촬영하면서 '누나' 후속작인 '문희' 촬영을 병행하고 있다. 바쁜 일정속에 시간이 나면 틈틈이 등산으로 체력관리를 한다는 이정길. 지난 2년간 독감주사를 맞아 큰 병치레 한번 없었다는 그는 사실 40년 이상의 연기경력에도 연기에 임할 때는 초년의 긴장감을 잃지 않는다고 한다. 아파서 쓰러지면 자신의 배역을 누가 대신 할 수 없다는 것. 60대의 나이가 무색하지 않은 이유다. 장준혁과의 더욱 불꽃 튀는 대결이 기대된다.

ⓒ <사진 = 박성기 기자 musictok@>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슬라이드

제46회 청룡영화상 별들의 잔치
손흥민 '플레이오프 8강전 파이팅!'
K복싱의 부활을 위해 '아이 엠 복서'
시즌3까지 무사히 도착한 '모범택시' 기대하세요

인기 급상승

핫이슈

연예

"'서민 식재료'를 건드려?"..'이경실 달걀' 후폭풍

이슈 보러가기
스포츠

두산, FA '1, 2호 계약' 주인공 배출

이슈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