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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스타들의 산실 '사꽃나'를 아세요?①

발행:
김관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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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꽃피는 나무'는 1980년대 하나의 사건이었다. 거의 모든 청소년, 대학생들을 매주 월요일 저녁 TV 앞으로 함빡 빨아들인 괴물 드라마. "도대체 최수지가 누구냐?"고 사람들은 수군거렸고, 당시 19세 최수지는 하루아침에 '최데렐라'가 됐다. 최재성의 카리스마, 최수종의 발랄, 이미연과의 안타까운 이별, 손창민 이상아 김민희의 맹활약. 여기에 의대가 나오는 당시로선 참신하다못해 파격적인 배경까지.


그리고 이 드라마는 이제, 20년이 지난 지금, 강렬한 추억이 돼버렸다.


하지만 기록문화에 약한 탓일까. 이 드라마에 대한 추억은 불확실하며 단편적이다. 하다못해 등장인물의 관계조차 구전에서 구전으로, 인터넷 펌에서 펌으로 이리저리 옮겨다니면서 거짓이 진실로, 진실이 거짓으로 둔갑했다. 일부 네티즌들의 헛된 추억대로, 최재성은 과연 축산학과 지망생이었나. 가수 박혜성은 과연 이미연 옆집에서 살았나. 극중에서 하차한 최재성과 최수지의 진짜 사연은 무엇이었나.


사꽃나 완전정복 : 개념학습편


'사랑이 꽃피는 나무'(이하 사꽃나)는 1987년 5월11일 오후7시45분 KBS 1TV에서 첫회 '고삐' 편이 방송됐다. 극본은 당시 45세였던 박리미씨, 연출은 이미 앞서 '고교생일기'를 통해 스타제조기로 이름을 날리던 당시 37세의 운군일 PD(최근 막을 내린 SBS '황금신부'의 연출자). 마지막회 방송일은 1991년 7월31일.


우선 첫 회 반응이 어느 정도였는지는 이날 방송 모니터후 작성된 KBS 심의보고서를 보면 제대로 알 수 있다. 가물가물한 줄거리, 등장인물도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그 첫주로써, 제주도 출신 찬우(최재성)는 집안이 어려워 서울에 사는 자형(송재호) 밑에서 공부하는데 성적이 뛰어나자 의학을 전공하라고 해서 택했지만 본인은 해양학과가 소원이었다. 시체실습 등 의학전공이 적성이 맞지않자 자기가 꿈꾸었던 해양학과에 들어가기 위해 재수를 결심한다.


"이것을 알게된 자형 내외는 법석을 피우고 고향에 내려간 찬우를 설득하는 내용의 줄거리로, 청소년의 진로선택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예시해준 바람직한 에피소드였음. 나오는 등장인물도 개성이 뚜렷했고 딸 수진(김민희)의 일기를 통해 가족상황을 설명하는 등 극적 구축력이 이색적이었고 설득력이 있었음.


"배역에서 아버지(송재호), 어머니(김창숙), 고모(최란) 외에는 '고교생 일기'에서 활약했던 연기자와 이번에 뽑은 최수지 등 새로운 인물이 대거 등장해 신선했고 연 기도 좋았음. 특히 '똑순이 만세' '달동네'에서 4, 5년전 인기를 모았던 아역 탤런트 김민희가 막내딸로 등장해 반가웠고, 주인공 찬우 역의 최재성, 석영 역의 최수지의 연기도 차분하고 친근감이 있어 좋았음.


"고증과 자문을 많이 받았겠으나, 미술 실습실에서 누드 실습하는 광경을 창문으로 엿보는 설정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어색했음. 참고로 MBC는 그동안의 일부 개편 프로그램 예고와는 달리 자체 체작물 '푸른교실'이 방송되지 않고 미국 소도시의 고등학교 학생들의 생활을 다룬 외화 '사랑의 교실'이 방송됐음."



사꽃나 완전정복 : 심화학습-기초편


이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막내딸' 수영(김민희)의 일기체 형식으로 한 회 한 에피소드로 진행된다. 이른바 '시추에이션 드라마'. 현재 확인 가능한 제목은 첫회 '고삐', 2회 '햇볕과 단비', 3회 '축제의 끝', 4회 '연기'.


주 배경은 우선 아버지(송재호)와 어머니(김창숙), 그리고 1남2녀가 있는 집안. 방송초반 기준으로 큰 아들이 고3이 된 수진(안정훈)이고, 두 딸이 수정(이상아)과 수영(김민희)이다. 이 집에 어머니의 남동생, 그러니까 수영에게는 삼촌이 되는 의대생이 제주도에 와서 얹혀 살게되니 그 사람이 바로 '찬우' 최재성 되겠다.


이 찬우가 의대 본과 1년생이니 의대 캠퍼스가 주무대로 등장한 건 당연지사. 카페에서 일하는 서구적인 마스크의 석영이 바로 최수지였고 이 둘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둘은 헤어지고 최재성은 아프리카로 떠나면서 '사꽃나'의 내용상 제1기가 막을 내린다. 이후 '사꽃나' 제2기를 이끌어간 주인공이 바로 최수종과 이미연, 손창민, 그리고 이미연 후임으로 등장한 신애라였다.


사꽃나 완전정복 : 심화학습-인물편


우선 최수지부터. 당시 최수지의 캐스팅을 두고 방송가에선 이런 말이 돌았다. "KBS가 오랜만에 쓸만한 물건 하나 건졌다." '사꽃나'에 캐스팅되기 한달 전인 87년 4월 KBS 주연급 탤런트 공모에서 2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발탁된 최수지는 이 드라마에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미대생 석영으로 나왔다. 당시 어린 시청자들의 평은 이랬다. "예뻐요. 귀티가 흐르고..나도 대학생이 되면 그런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어요."


'연기초짜'인 그를 과감히 캐스팅한 운군일 PD의 회고다. "그때 내가 딱 보는 순간, 최수지씨의 시원한 서구적 마스크가 눈길을 끌었다. 뭐랄까, 지적이면서 상큼하고 매력적인 뭔가가 있었다. 하지만 연기경험은 전무했다. 그래서 속성과정으로 몰입교육을 시켰다. 'You can do it'. 신인일 때는 석영이를 연기하려고 굳이 신경쓰지말고 최수지와 석영이가 연기하고 싶은 대로 자연스럽게 하라고 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이어지는 운 PD의 회고. "당시 최수지씨가 신인이었는데 아그파필름 CF를 30만원에 찍었다. 그런데 드라마가 인기를 끄니까 순식간에 몇백만원을 받았다. 우직하고 말이 없고 눈으로 말하는 최재성과, 상큼하고 남의 고민을 무엇이든 해결해줄 것 같은 최수지가 조화를 이룬 것이다. 우리 출연진에는 가난한 사람이 많았다. 최수종도 그렇고 최재성 최수지 모두. 실제로 가난했다."



최재성은 이미 운군일 PD의 전작인 '고교생일기'로 스타덤에 올라있던 상태. 최재성 하면 카리스마였고, 카리스마 하면 최재성이었다. '사꽃나'에서는 의대에 다니는 수재형 인물로 극중 최수지와는 첫눈에 사랑에 빠졌다.


운 PD의 설명. "둘의 첫 만남은 이렇게 이뤄집니다. 장면은 동물해부학실. 토끼를 실험하는 시간입니다. 토끼에게 마취주사를 놓는 최재성. 토끼는 재빨리 도망갑니다. 복도로, 교정으로. 계속 간발의 차로 놓치는 최재성. 이를 보고 웃는 여학생들. 웃음 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한눈에 확 들어오는 한 여학생, 바로 미대생 최수지."


다음은 이 드라마가 데뷔작인 최수종. 드라마 처음부터 최재성의 친구 '현우' 역으로 나왔으나, 우여곡절끝에 최재성과 최수지가 하차한 후(이에 얽힌 사연은 '사꽃나'② 기사에 있음)부터는 이미연과 함께 본격적으로 '사꽃나'를 이끌었다. 극중에서는 부유한 집안의 의대생으로 까불거리며 명랑한 성격. 과묵하고 모든 것은 눈으로 말한 최재성과는 아주 대비되는 캐릭터인 셈이다.


운 PD의 회고. "새 신인을 찾으려고 했었는데 당시 의복CF 모델을 하던 최수종씨가 최재성과 콘트라스트를 이룰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최수종씨를 불러 KBS별관 로비에서 만났다. 사실 신인과 함께 하면 어려움이 많다. 발음 발성부터 호흡법에 연기자의 기본인 약속시간 지키기까지. 하지만 최수종씨와 몇마디 나누면서 '그래 또 새 인물로 가보자'는 느낌이 확 왔다."


이런 '부잣집 의대생' 최수종과 가슴아픈 사랑을 나눈 '가난한 간호사' 이미연은 87년 미스롯데 출신으로, 이 드라마에는 89년도에 '미영'이라는 이름으로 합류했다. '고교생일기'로 이미 주가가 높았던 손창민은 최재성이 하차한 후 '사꽃나' 제2기부터 하숙생으로 합류, 안정감 있는 의대생 역을 소화했다. 하숙집 딸이었던 이상아와는 나중에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이밖에 '아버지' 송재호는 철공업체를 하는 보수적 성향의 자수성가형 구두쇠였고, '어머니' 김창숙은 이해심 많고 따뜻한 성품으로 인기가 높았다. 극중 고교생 때는 수영선수로 나왔던 '수정' 이상아는 결국 대학을 포기하고 회사에 다닌 도전적인 여성으로 나왔다. 이밖에 극중 고모로 나온 독설가 대학조교 최란도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인물이다.



사꽃나 완전정복 : 응용학습편


지난해와 올해 '하얀거탑' '외과의사 봉달희' '뉴하트' 등 소위 의드가 유행이지만, 사실 '사꽃나'야말로 한국에 의드의 가능성을 알린 기념비적 작품이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이라 할 정도로 경희대 의대 교수와 학생들로 자문단을 구성, 드라마의 리얼리티를 살렸다. '사꽃나'를 본 다른 대학병원 의사들이 "너희들은 왜 저렇게 못하냐?"고 호통을 쳤을 정도였다.


드라마 리얼리티와 관련해서 재미난 에피소드가 있다. 운 PD의 회고. "최수종이 헌혈하는 신이 있었는데 진짜로 헌혈기관을 동원해서 찍었다. 간호사가 큐를 받고 최수종 팔뚝에 혈관을 찔렀고, 좌악 피가 빨려들어가는 장면이 그대로 방송을 탔다. 최수종이 설마 이 장면이 방송을 탈지는 몰랐던지 당황했으나 당시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러면 시청률은? 가족드라마에 의학도가 등장하는 솔깃한 설정, 젊은 트렌드를 잘 잡아낸 극본과 연출력, 무엇보다 각 등장인물간의 호흡이 잘 어울려 '사꽃나'는 자타공인 시청률 1위였다. 운 PD는 "그때만 해도 공식기관에서 조사하는 시청률이 없었다. 각 방송사에서 전화로 시청률 조사를 벌였고, 이 결과를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해 발표하곤 했는데, 그 경우에도 시청률 1위 프로그램은 어김없이 '사꽃나'였다"고 말했다.



당시 PD가 말하는 "사꽃나, 이게 진실이다"


강렬한 추억은 때로는 거짓과 과장을 낳는 법. '사꽃나'에는 시청자들의 20년 넘은 애정에서 온 몇가지 오해가 있다. 이에 대해 운군일 PD에게 하나하나 물어봤다.


-이미연의 데뷔작이 '사꽃나'라는 기록이 많다.


▶아니다. 1988년에 KBS 일일드라마 '사랑의 기쁨'으로 데뷔했다. '사꽃나'에는 1년 후에 합류했고 그때부터 인기를 끌게 됐다. 사람들은 인기작을 더 쉽게 기억한다.


-당시 초절정 꽃미남 가수였던 박혜성이 나와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이미연 옆집에 살았던 것 같다.


▶아니다. 드라마 주무대인 이상아 집 옆집에 살았다. 드라마에 가수를 출연시킨 건 시청자들에 대한 일종의 서비스였다. 사슴보다 더 큰 눈으로 반짝반짝 총기가 흐르는 당시 최고의 꽃미남 가수가 바로 박혜성이었다. 이 친구가 '도시의 삐에로'를 부를 땐 그야말로 난리였다.


-다른 이색 출연자는 이상하게 기억에 나지 않는다.


▶그럴만도 하다. 하지만 있다. 우선 이순재 선생님이 의대학장으로 4, 5회 나오셨다. 매회 나오는 신도 적어 부탁하기가 좀 어려웠는데 흔쾌히 들어주시더라. "역시 대배우시구나" 완전 감동받았다. 극중에서 최수종 같은 젊은 친구들이 까불대다가 선생님이 등장하면 곧바로 원위치 되는 모습이 개그 프로들보다 재미있었다. '사꽃나' 인기의 큰 요인이었다. 이밖에 최수종의 매형인 가수 조하문도 특별 출연형식으로 카페에 나와 노래를 불렀다. 당시 '이 밤을 다시 한번'의 조하문은 섭외하기가 진짜 힘든 톱가수 중의 톱이었다. 해바라기도 나왔었다.


-어디를 보면 월요 단막극, 또 어디를 보면 수요 단막극이었던 것으로 나온다. 기억은 가물가물하고.


▶둘 다 맞다. 왜냐하면 처음엔 월요일에 하다가 중간에 잠시 수요일에 했었으니까. 수요일로 옮기니까 그 시간대에 방송하던 모 PD가 "제발 (같은 요일, 같은 시간대에) 오지 말아달라"고 통사정을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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