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던 '미스 김', 몸 '꽝'에서 몸 '짱'으로 거듭나며 묘기에 가까운 행동을 보였던 '헬스보이', 사람을 휙휙 들어 나르던 '사랑이 팍팍'에 '땡땡'한 남자 '땡구'까지.
개그맨 이승윤이 했던 코너와 캐릭터를 돌아보면 유독 몸으로 했던 것들이 많다. 몸을 많이 쓰고 목소리를 크게 하고, 때론 '아하하하~'보다' 우아~'하는 탄성이 앞서기도 했을 만큼 '몸 개그'를 펼쳤던 그다.
그러나 이승윤은 "몸이 아닌 말로 웃기고 싶었다"며 "조용조용하게 하면서 말로 웃길 수 있길 바랐다"고 '춘배야'를 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원래 '집중토론'이라는 코너를 박영진, 박성광과 함께 했다. 그런데 캐릭터를 잘 못 잡아서 구상도 회의도 같이 했지만 방송에는 한 번도 나가질 못했다."
말로 하는 개그에 대한 아픔이 있었던 만큼 간절함도 컸다. 게다가 '땡구'가 편집이 많이 되자 불안한 마음이 커져가는 한 편 획기적인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 이전과 다르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강해졌다.
"박영진은 사고방식이 좀 독특하다. '춘배야'를 하기로 마음을 먹은 후 박영진을 떠올리고 한 밤에 불러내 처음으로 코너 이야기를 나눴다. 서로 참 다르기도 하지만 덕분에 우리는 서로 아이디어를 보태고 또 보태는 상승효과가 있다."
한 명은 "사랑은 고통스러운 것"이라는 데 다른 하나는 "가슴 아프기에 더 아름다운 것"이란다. 그러면서도 하나는 "여자친구가 있다"는데 다른 하나는 "3년 전을 마지막으로 여자친구가 없다"고 말한다. 이렇게 다른 둘이지만 그 차이점 덕에 '춘배야'는 더욱 독특한 차별성을 갖게 됐다.
'춘배야' 뿐 아니라 이승윤은 새로운 것에 대한 욕구가 큰 사람이며 개그에 대해 생각이 많은 사람이었다. 사생활을 보낼 시간이 있을 때조차도 대학로 공연장에 가서 후배들과 회의를 한다는 그를 '춘배야'의 다른 멤버 박영진은 "머리가 괜히 큰 게 아니다"는 농담과 더불어 "생각이 참 많고 준비를 많이 해온다"고 설명한다.
"난 부족한 게 많은 사람이라 연애하기에도 좀 부족함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머리 속에 즐거운 상상은 하는데 결국 생활은 출퇴근해서 아이디어 회의와 리허설이다. 그리고 개그적으로도 부족하다고 생각하기에 시간이 나면 연애보다는 대학로 가서 공연이라도 한 번 더 보고 운동을 좀 더 한다."
3년 간 시린 옆구리를 부여잡고 살았다지만 덕분에 그 옆구리엔 지방이 아닌 근육이 잡혔고 경험을 담아낸 책도 큰 인기를 모았다. 개그하는 틈틈이 운동을 하고 책을 위해 자료를 구하러 다니며 적극적인 성격으로 거듭나는 데로 도움이 됐다.
"책은 당시 '사랑이 팍팍'을 회의를 마치고 운동한 후 집에 돌아와 새벽에 밤새며 처음부터 끝까지 손수 썼던 거라 더욱 애정이 간다. 그리고 민망하지만 나름대로 글 쓰는데 소질이 있다고 생각한다. 말하는 것보다 편지를 좋아해서 3년 전 마지막으로 사귀었던 여자도 군대에서 편지로 고백해 사귀게 됐었다"
시행착오도 있었고 여러 길을 돌아오기도 했지만 끊임없이 노력한 그는 덕분에 자신의 벽을 하나 넘어서며 몸이 아닌 말로서도 개그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한차례 또 변신을 해낸 그는 "힘들고 고통스러웠기에 더 즐겁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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