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드라마는 그야말로 '열린 결말'이 대세다. '열린 결말'은 시청자에게 한 가지 결말만 고집하지 않고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기승전결이 명확한 드라마를 원하는 시청자들 입장에선 마지막까지 궁금증만 증폭시킨다는 지적이다.
12일 종영한 MBC '베토벤 바이러스' 역시 마찬가지. 강마에(김명민 분)와 두루미(이지아 분)의 멜로 라인이 애매하게 정리됐을 뿐 아니라, 강건우(장근석)와 프로젝트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미래가 불투명하게 그려졌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2만여 건이 넘는 네티즌들의 글이 올라오면서 '열린 결말, '베바' 다웠다'는 호평과 '열린 결말=미완성 드라마'라는 혹평으로 논란을 겪고 있다.
2008년 논란 속에 '열린 결말'을 맺었던 드라마를 정리해봤다.
#'태양의 여자' - 도영은 죽은 걸까?
KBS 2TV 수목 미니시리즈 '태양의 여자' 역시 열린 결말을 택했다. 당시 '태양의 여자'는 입양온 뒤 친딸 사월(이하나 분)을 내버리고 사랑을 독차지하려 했던 악녀 도영(김지수 분)의 죽음을 단정짓지 않은 채 암시하는 열린 결말로 끝을 맺어 시청자들을 혼란케 했다.
도영이 삶을 정리하는 듯 가족사진을 함께 찍으며 미소를 짓고 자신의 물건을 정리하는 모습이 보여졌으나, 죽음으로 봐도 무방한 대사와 장면만이 나왔을 뿐 알듯 모를 듯한 결론으로 드라마가 마무리됐다. 방송이 끝나자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대체 죽은 거냐, 산 거냐"로부터 시작해 설왕설래가 오갔다.
#'일지매' -불멸의 일지매일까? 은채와 봉순 중 누구?
SBS 수목극 '일지매'는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궁을 침입한 일지매(이준기 분)가 임금(김창완 분)을 인질로 잡고 왜 자신의 아버지를 죽였냐며 추궁하지만 결국 살려준다. 일지매는 "내게는 두 아버지가 있다. 나를 인도하신 아버지와 나를 감싸준 아버지. 당신은 과연 당신의 아들과 백성에게 어떤 아버지였냐"며 좋은 왕이 될 것을 주문한다.
그리고 일지매는 떠나려 하는데 갑작스레 나타난 사천(김뢰하 분)의 칼을 맞고 쓰러진다. 이에 일지매가 죽은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진 가운데, 4년 후 일지매가 부활하는 모습을 그려 여운을 남겼다. 이와 함께 은채(한효주 분)와 봉순(이영아 분) 중 누구를 택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어떤 결말도 없어 아쉬움을 자아냈다
#'크크섬의 비밀'- 직원들은 다 무사 탈출한 걸까?
MBC 미스터리 무인도 시트콤 '크크섬의 비밀'은 마지막 회에서 무인도에 남겨진 일일쇼핑 구매부 직원의 모습을 보여주며 끝이 났다. 신 과장(신성우 분)의 독백으로 진행된 이 날 방송에서 정체불명의 괴물체를 피하던 신 과장이 총을 든 미스터리의 사나이와 만난다. 직후 섬에서 한 발의 총소리가 울려 퍼지고, 이 선장(이외수 분)은 일행을 거느리고 섬에 당도한 후 총소리에 "너무 늦게 왔다"며 한탄한다.
이후 로또에 당첨된 뒤 섬을 떠나려고 노력했던 윤 대리(윤상현 분)는 총을 겨눈 선글라스 사나이에게 "살려달라"며 로또를 넘기고 그 사나이는 존재도 밝히지 않은 채 모터보트를 타고 떠난다. 단지 그 모터보트에 윤 대리가 올라 탄 것까지가 에피소드의 전부여서 무인도에 남겨진 직원들이 탈출했는지, 윤 대리는 무사할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태로 종결돼 아쉬움을 남겼다.
#'이산'-독살? 임종장면 없었다.
지난 6월 종영한 MBC 월화드라마 '이산'은 손에서 일을 놓지 않는 정조의 모습을 창 밖에서 비추며 끝을 맺었다. 정조 독살설이 이미 소설과 드라마, 영화 등에서 수차례 다뤄졌지만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고, 임금의 임종 장면도 등장하지 않았다. 정조는 떠났으되 그의 시대는 끝나지 않았다는 여운을 위해 제작진이 선택한 결말이다.
당시 이병훈 PD는 "드라마의 결말을 고민하고 있다"며 "일생 동안 개혁을 추구했으며 개인적으로도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 온 정조의 죽음을 보여주는 것은 자칫 시청자들에 '정조와의 단절'이란 느낌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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