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청률 20%를 돌파하며 인기리에 마무리된 MBC 일일극 '불굴의 며느리'. 그 일등공신은 5년만에 컴백, 여주인공으로 충실히 극을 이끈 신애라(42)다. 그녀가 맡은 씩씩하고도 다부진 아줌마 오영심은 남편에게 버림받은 종갓집 맏며느리에서 주목받는 쇼핑호스트로, 연하남의 사랑을 쟁취한 아내로 '줌마렐라 판타지'의 정점에 섰다.
평범한 조건에서 모든 걸 이룬 그녀를 두고 시청자들이 질투하거나 고개를 돌리지 않았던 건, 카메라 바깥에서도 늘 똑똑한 어머니이자 아내인 신애라의 역할이 컸을 터. 지난 7개월을 바친 드라마가 끝나자마자 뚝딱 김장을 담갔다는 이 못말리는 주부 스타는 당분간은 아이들의 엄마로 제자리를 찾고 싶다고 털어놨다. 인정많고 용기있는 아줌마 오영심이 앞으로도 그리울 것 같다며.
-'불굴의 며느리'가 끝났다. 어떻게 마지막 회를 봤나.
▶끝나고 마지막 신 나오기 시작하고 하니까 되게 섭섭하더라. ''불굴의 며느리'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거 뜨니까 또 섭섭하고. 몇몇 연기자들, 후배들이랑 같이 마지박회를 봐서 그나마 섭섭함이 덜했다.
-시청률도 너무 좋았다.
▶사랑해 주셔서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시청자들이 '불굴의 며느리'를 사랑한 이유가 뭘까.
▶중간에 사람들이 막장이네 아니네 하는 말도 나왔지만 전체적으로 건강하게 꾸려져갔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를 악하게 만드는 면이 없어서 강한 게 나오더라도 누그러지곤 했다. 무엇보다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어서 참 좋았던 것 같다. 그야말로 남녀노소가 다 볼 수 있는 드라마였다.
나중에 연출 선생님께도 말씀드렸지만 캐스팅을 너무 잘 하셨다는 생각이 들더라. 처음에는 배우들을 보고 의외의 역할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선배님들, 후배들 너무 잘 소화해주신 것 같다. 물론 신인은 아니지만 이번 작품으로 잘 알려지게 된 박윤재씨가 호소력 있게 어필한 점도 사랑받은 이유 중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연하남 로맨스를 직접 그려보니 어땠나. 제작보고회 때는 '남들 다 하는 연하남 로맨스'라고 자신만만해 했는데.
▶다섯 살 정도 연하남이면 모를까 띠동갑이다보니.(웃음) 극중에서는 박윤재란 배우가 나이를 올리고 저는 줄여서 다섯살 정도 차이로 갔지만 실제로는 띠동갑이 아닌가. 제 나이를 많은 분들이 모르시면 또 몰라, 너무나 당연히 잘 아시니까. 그래서 외적인 데 신경이 쓰이긴 했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지 안하든지 상관없이 그런 데 신경 쓰는 게 스트레스긴 했다.
-박윤재씨는 인터뷰에서 늘 신애라 선배가 너무 예쁘다고 하던데.
▶제가 교육을 좀 시켰다.(웃음)
-아내가 연하남과 멜로를 하는데 남편 차인표의 견제는 없었나.
▶띠동갑이고 연하남이고 동갑이고를 떠나 와이프가 멜로를 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한다. 와이프가 멜로 하는 걸 좋아하는 성격은 아닌 것 같다.(웃음) 어느 순간부터는 전혀 방송을 안 보더라. 내가 보고 있으면 와서 '오늘 껴안는 거 있어?' 하다가 '어 있어' 하면 휙 가버린다. 없다고 하면 같이 봤다.(웃음)
-오영심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무척 건강하고 긍정적인 캐릭터였다. 연기하면서도 남다른 애정을 느꼈을 것 같다.
▶영심이는 제가 갖지 못한 좋은 점을 정말 많이 가진 캐릭터였다. 이제까지는 어떻게 보면 저와 비슷한 역할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내가 나와 다른 인물을 연기한 적이 있던가 할 정도로. 그런데 이 사람은 정말 달랐다. 이번에는 어느 순간부터는 제가 캐릭터를 만들어갔다.
오영심은 강자한테 강하고 약자한테 약한 멋진 캐릭터였다. 제가 좋아하는 캐릭터다. 사랑하는 남자의 아버지, 문회장 앞에서도 당당하게 진심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나. 그 앞에서 아주 요령있게, 하지만 일부러 권모술수 쓰면서 가식을 보이는 게 아니라 진심 어리게 행동하는 모습이 좋았다. 또 타인의 아픔에 굉장히 공감하는 캐릭터였다. 많은 도움이 되고 싶어한다. 오지랖은 넓다고 하지만 참 멋있는 여자더라. 그러니까 보통 사람들이라면 본능적으로 잡고 싶은 남자를 놔줄 수도 있었던 게 아닐까. 영혼이 맑은 사람이다. 굉장히 많이 그리울 것 같다.
-그런 캐릭터가 연하남과의 사랑까지 얻고, 질투를 살 법도 한데 시청자들이 이쁘게 봐주신 것 같다.
▶그렇진 않더라. 사람들한테 미움도 받았다. '저 나이에 저런 상황에 저런 젊은 남자가 웬말이냐' 그랬다.(웃음) 초반에 뽀글파마 머리로 나온 영심이와 문신우라는 남자의 아내가 된 영심이는 외모, 성격 뭐 안 바뀐 게 없다. 대사에도 나오지만 그건 영심이라는 여자가 만든 기적이다. 목표가 있어서 이렇게 저렇게 만들어온 것이 아니라, 그저 주어진 데 진심으로 최선을 다해서 온 결과가 아닐까 한다. 오영심같은 친구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내가 문신우였어도 오영심 같은 인물이라면 좋아할 수 있을 같다.
-드라마 촬영 마치고 숨은 좀 돌렸나.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일단은 아무래도 그간 드라마에 충실하다보니까 살림이나 육아 등 놓친 부분이 있다. 아이나 살림에 좀 신경을 써야겠다. 촬영 끝나자마자 김장을 했다. 김치를 담그고 하면서 그런 식으로 집안 정리를 하는 중이다. 일하시는 분이 계셔도 엄마가 직접 하는 거랑 다르지 않나.
-오랜만에 재밌게 연기하고 나니 안쉬고 또 해야겠다는 생각은 안 드는지.
▶바로 연기를 할 생각은 없지만 다시 꼭 하고는 싶더라. 나이도 있으니까 언제가지 이런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모르지 않나. 이번에 5년만에 '불굴의 며느리'를 했는데 또 5년만에 다음 작품을 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바로 연기를 할 생각은 없다. 둘째 예은이가 내년이면 학교에 입학을 한다. 일단 겨울을 보내고 예은이를 학교에 보내고, 날이 풀리면 천천히 생각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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