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기와 저는 마초 같은 모습이 닮았어요. 저도 마초 캐릭터거든요."
JTBC '무자식 상팔자'에서 안성기 역할을 맡았던 하석진을 만났다. 프로그램 주연 배우, 제작진과 함께 일본으로 포상휴가를 갔다 온 하석진은 드라마에서 보던 마초적인 모습과는 조금 다른 부드러운 모습이었다.
하석진은 극중 자신이 맡은 배역인 안성기를 이야기 하며 자신과 닮은 점이 많아서 편안했다고 말했다. 고소득이고 안정된 30대 전문직 청년과 배우로 살고 있는 자신의 어떤 점이 닮았다고 말하는 것일까?
"성기는 여자를 대할 때도 그렇고 마초 같은 느낌이 많아요. 저도 마초 같은 캐릭터거든요. 여성 팬들이 싫어할 수도 있는데 연애 할 때도 그렇고 우위에 설려고 하는 면도 있고 남자는 이래야 된다 하는 것도 있어서 제 호흡대로 많이 가는 편이에요. 그래서 하석진이라는 인물과 안성기라는 인물이 가까이 있어서 캐릭터 표현하는데 있어 몰입이 잘되고 편했어요. 차이점이라면, 저보다 성기가 좀 더 가족적이랄까요?(웃음)"
극중 같은 병원의 선배 이영현(오윤아 분)과 러브라인을 그려나가며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궜다. 특히 19금 대사들과 농밀한 스킨십 등이 화제가 되며 극의 중심에 섰다. 김수현 작가는 두 사람의 관계를 아름답게 그리기보다 사실적이고 노골적으로 그려내며 극에 재미를 더했다.
"안성기가 너무나 현실적인 캐릭터이다 보니 주말에 가족들이 보는 드라마로 너무 야한게 아니냐는 얘기도 많이 들었어요. 운동하러 수영장에 가면 아주머니들이 제게 와서 "실제로 30대 남자들은 그러냐?"고 물어보기도 했죠. 가족드라마는 세대 간의 이해가 중요하잖아요. 전국에 수많은 30대 커플이 있겠지만 성기와 영현 같은 커플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대한민국 30대 커플의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게 멋졌어요."
하석진은 극중 유부녀 배우인 오윤아와 농도 깊은 스킨십 장면을 연출했다. 두 사람의 스킨십 장면은 벗어서 야하다기보다는 오윤아와 하석진이었기 때문에 더 야하게 느껴졌다. 두 사람은 어떻게 연기해야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을지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저의 상대역이 오윤아씨라는 점이 편했어요. 저와 오윤아씨는 대본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연상 연하 커플이라는 설정도 연기에 도움이 됐죠. 예전에 MBC '밥줘'라는 드라마에서 부부로 호흡을 맞춘 적이 있어요. 그때 같이 연기했던 것이 까다로운 장면을 맞출 때 도움이 많이 됐어요. 실제로 제가 의자에 앉아 있는데 제 무릎 위에 앉아서 뽀뽀해 주는 장면에서는 제가 성기에 빙의 된 느낌처럼 찌릿했어요."
하석진은 김수현 작가의 작품을 연기하며 많은 것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드라마를 할 때는 멤버들 모두 도전정신으로 작품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JTBC '무자식 상팔자' 팀은 종편채널이라는 채널 특성상 시청률 대박보다는 "일단 한번 해보자"는 도전 정신이 생겨 남다른 팀워크로 촬영에 임했다. 우리나라 최고의 드라마 작가 중 한명인 김수현 작가의 작품은 무엇이 달랐을까.
"일단 연기할 때 의심할 필요가 없었어요. 대본을 읽다보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경우가 있는데 김수현 선생님의 대본은 그런게 없어요. 대본대로 하면 맞더라고요. 연기의 레벨은 제가 표현하는 나름이지만 대본 자체의 완성도가 워낙 높아서 감히 내 연기가 이것을 따라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했어요."
올해로 데뷔 8년차 배우인 하석진은 자신의 필모그라피를 돌아보며 그동안 안이하게 배우생활을 했다고 털어놨다. 기계공학을 전공한 그는 우연한 기회에 배우로 데뷔하게 됐고 그렇게 8년이라는 기간 동안 배우생활을 이어왔다. 서른이 넘어 빛을 발한 다른 선배 배우들처럼, 그 역시 지금부터 배우로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한다.
"다른 배우분들이 연극영화과에서 공부하거나, 멋진 배우가 되겠다고 죽도록 노력해서 배우가 된 것에 비해 저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안이하게 시작했죠. 처음에 스포트라이트 받은 것에 비해 성장이 더뎠어요. 야망이 없었고요. 하지만 최근 2~3년 사이에 저도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욕심과 꿈이 생겼어요. 대한민국에는 30대 이후에 좋은 연기를 보여 준 사람도 많으니 조급한 마음 갖지 않고 지금부터 더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