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지원 어린시절', '은수 어린시절', '조해우 어린시절'..
배우 경수진의 필모그래피는 주로 누군가의 '어린시절'로 채워져 있다. 한지원은 KBS 2TV '적도의 남자'의 이보영이고, 은수는 KBS 2TV 드라마스페셜 '스틸사진'의 문정희 그리고 조해우는 KBS 2TV '상어'의 손예진이다. 경수진은 이보영, 문정희, 손예진의 아역으로 등장했던 것. 주로 고교생 역할이었다.
경수진은 1987년생 올해 27살이다. 손예진과는 5살, 이보영과는 8살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아역을 하기에는 많은 나이지만 앳된 외모가 20대 후반에도 고교생 연기를 하는 걸 가능케 했다. 아무리 신인이라지만 20대 후반에 연이어 아역 연기를 하는 게 좋을 리만은 없다.
한번은 인터뷰에서 그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누군가의 아역 연기만 하는 게 싫지 않냐"고. 경수진은 "아역을 떠나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하다. 특히 이보영, 손예진 선배님 같은 분들의 아역이라니 오히려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하며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늦은 나이에 연기하는 것 자체가 기쁨이자 행복"이라는 말도 했다.
연달아 여러 작품에서 아역으로 얼굴을 알렸지만, 경수진에게도 기회는 찾아왔다. 지난해 초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조인성의 첫사랑으로 주목을 받았다. 방송 직후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눈길을 끌었다. 이어 지난해 6월부터 방송한 KBS 2TV TV소설 '은희'에서 타이틀롤 '은희' 역을 맡으며 주연에 발탁됐다. 데뷔 2년 만에 '아역' 꼬리표를 때고 당당히 주인공 반열에 오른 것이다. 경수진은 이후 6개월 동안 은희로 살며 총 140부작 아침드라마를 이끌었다.
'은희'는 초반 한 자릿수 시청률로 시작했다 이후 인기에 탄력을 받기 시작, 종영 전에는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KBS 아침드라마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여주인공 경수진 역시 생부, 생모에게 버림 받고 고모, 고모부를 친부모로 여기고 살아가면서 역경을 딛고 성공하는 은희의 모습을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수진은 '은희'로 지난 2013 KBS 연기대상에서 신인 연기자상을 받았다. 데뷔 2년 만에 비로소 신인 연기자로서 공식 인정을 받은 것이다.
이날 신인상을 받고 경수진은 수감을 말하며 눈물을 줄줄 흘렸다. 눈은 웃고 있었지만, 눈에서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아역'으로서 설움을 날리는 듯한 눈물이었다. '나도 이제 어엿한 연기자다'라는 기쁨도 엿보였다.
경수진은 자신의 첫 주인공 작인 '은희'가 끝난 3일 자신의 SNS에 짧은 글을 남겼다. 그는 "'은희' 마지막방송. 감독님과 모든 스태프분들 감사합니다. 그리고 선배님들 감사합니다"라고 적었다. 짧지만 '은희'를 하며 반년 동안 동고동락한 제작진과 출연진에 대한 고마움이 느껴졌다. 어엿한 주연으로서 드라마를 무사히 마친데 대한 안도감도 엿보인다.
아역을 벗고 신인연기자상을 받으며 당당히 '연기자' 반열에 이름을 올린 경수진. 아직 '신인'이라는 타이틀을 붙이고 있지만 이제 그녀 앞에는 더 넓은 세계가 열렸다. 우리가 그녀를 주목해야할 이유다.
문완식 기자munwansi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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