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별 "여자 같다는 말에 스트레스 받았죠"(인터뷰)

발행:
김영진 기자
SBS 일일드라마 '잘 키운 딸 하나' 배우 박한별 인터뷰
배우 박한별 /사진=이동훈 기자
배우 박한별 /사진=이동훈 기자


배우 박한별(31)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털털하고 진중한 사람이었다. 외모에서 풍기는 새침데기는 아니었다. 느끼는 대로 말하고 느끼는 대로 행동했다.


박한별은 지난 5월30일 종영한 SBS 일일드라마 '잘 키운 딸 하나'(극본 윤영미 연출 조영광)에서 황소간장의 대업을 잇기 위해 남장을 불사한 장하나 역으로 분했다. 장하나 뿐만 아니라 남장을 한 남장여자 장은성 역도 소화해야 했다. 처음에는 남장을 한 박한별에 "여자 같다"는 평이 대다수여서 나름의 고충이 있었다고 한다.


"'잘 키운 딸 하나'의 성패가 제게 달려있다는 압박감과 부담감이 있었어요. 처음에는 제가 남장여자 역할을 한다고 해서 다들 의아해 했죠. 미스 캐스팅이냐, 신의 한수가 될 것이냐의 문제였어요. 그래서 여자인데도 '여자 같다'는 말에 무척 스트레스를 많았어요. 그런데 4개월을 넘게 장은성으로 살다가 그 후에 장하나가 되려니 오히려 어렵더라고요.(웃음)"


주인공 장하나가 안 부딪히는 등장인물이 없는 '잘 키운 딸 하나'는 일일드라마가 두 번째인 박한별에게 어려운 작품이 아닐 수 없었다. 무엇보다 정신력에 있어서는 누구에게도 뒤쳐지지 않는다는 박한별은 체력적으로 무척 힘들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 만큼 얻은 것도 많다고.


"'잘 키운 딸 하나'는 일일극이지만 미니시리즈와 같았어요. 거의 밤을 못자고 촬영을 했어요. 대사의 양도 많고, 신마다 저와 부딪히지 않는 인물이 없었죠. 그런데 얻은 게 많아요. 제가 주인공과 하나 된 느낌도 처음이었고 인생을 배우기도 했어요. 이제껏 해오던 작품에서 인물에 몰입하려고 노력했는데 이번에는 장하나가 그냥 저였어요. 심지어 저까지 정체성에 혼란이 올 정도로 빠져있었죠."


'잘 키운 딸 하나'는 1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큰 사랑을 받다 마지막 회는 11.6%의 시청률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또한 중장년층에게 인기가 많은 일일드라마의 특성에도 젊은 층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체감적인 인기는 시청률 70~80%였어요. 지나가다 초등학생도 저를 보면 '황소간장'이라고 말했어요.(웃음) 특히 젊은 층들이 '다시 보기'를 많이 했더라고요. 젊은 층에게는 러브 라인이, 중장년층에게는 복수가 주된 인기 요인이었던 것 같아요."


배우 박한별 /사진=이동훈 기자


하지만 마지막 회에 대한 아쉬움은 컸다. 장하나-한윤찬(이태곤 분), 장하나-설도현(정은우 분)을 응원하는 시청자들이 나뉘었고, 결국 한윤찬과 이루어진 장하나에 아쉬운 목소리를 낸 시청자들도 있었다. 또한 그간 악행을 저지른 장라희(윤세인 분), 장라공(김주영 분), 설진목 회장(최재성 분)이 모두 죄를 뉘우치고 벌을 받았다. 올곧게 살아온 장하나와 가족들은 행복한 결말을 맞이했다. 시청자들은 '권선징악'에 맞춘 뻔한 결말이 아니었냐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어떤 결말이 났어도 아쉬운 사람은 있었을 것이에요. 저도 그런 걸요. 어떤 결말이 있어도 다 만족하지 못했을 거예요. 뻔한 결말이라 해도 '잘 키운 딸 하나'는 교훈을 주는 드라마에요. 권선징악이 정확히 풀어지지 않았으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힘들게만 느껴지지 않을까요? 마지막 회는 배우는 물론 감독님도 마지막까지 알 수가 없었어요. 작가님이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마지막을 모르니 연기하는 데에도 조금 힘든 부분이 있었죠. 하나가 윤찬과 도현 중 누구와 잘 될지 알 수가 없으니 공평하게 시선을 주기도 해야 했고요.(웃음)"


무뚝뚝하고 차갑지만 내 여자에게는 따뜻한 한윤찬, 다정다감하고 밝은 설도현. 실제 박한별의 이상형에는 누가 더 가깝냐고 물으니 박한별은 고개를 저으며 "둘 다 답답하다"라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두 캐릭터 모두 현실이라면 있을 수 없는 캐릭터 같아요. 캐릭터들이 가진 과거도 현실적으로 찾기 힘들죠. 윤찬이나 도현이나 나름대로 매력이 있지만 현실이었으면 둘 다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물론 하나도 도현이한테 계속 설렜고, 윤찬이는 생각만으로도 무척 고마운 사람이어서 특별했을 거예요. 그래서 그 둘을 섞어놨으면 좋겠어요."


대부분의 배우라면 전작의 캐릭터가 강하면 강할수록 후속작에 대한 부담감이 커진다. 그러나 박한별은 그런 부분에 있어서 전혀 부담감이 없다고 전했다. 박한별은 먼 미래를 내다보기보다 현재에 충실한 배우였다.


"걱정을 잘 안 하는 편이에요. 만약 제 이미지가 다음 작품에서 남아있다고 해서 제 의지로 그것을 바꿀 순 없어요. 그건 보는 사람의 몫이에요.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제가 가지고 있는 걱정이기도 했어요. 아무리 노력해도 대중은 '보고 싶은 대로 보는구나'를 느꼈죠. 사실 그것이 힘들어서 연기를 그만둬야 하나 라는 생각도 많이 했었어요. 내가 표현하는 것과 대중들이 생각하는 이미지가 너무 달라서 힘들었죠. 그런데 지금은 안 그래요. 그냥 저는 연기를 하는 그 순간에 충실하면 된다고 봐요. 다음 작품 역시 그렇게 충실해야겠죠."


배우 박한별 /사진=이동훈 기자


마지막으로 박한별에게 '잘 키운 딸 하나'는 어떤 작품이 될 것 같은지 물었다. 박한별은 많은 생각이 교차하는 듯 복잡한 표정이었지만 이내 밝게 대답을 이었다.


"여태껏 해온 작품이랑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정말 큰 의미가 있어요. 제 입으로 말하긴 좀 그렇지만 정말 '신의 한 수' 같아요. 이런 작품을 할 수 있었다는 게 정말 기뻐요. 개인적으로도 좋은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됐고, 세상이 아직 따뜻하다는 것도 이 작품을 통해 알게 됐어요. 촬영하는 내내 정말 힘들었지만, 신기할 정도로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서로를 배려하고 한 명도 짜증을 내는 사람이 없었어요. 정말 좋은 사람이 남은 것 같아요. '잘 키운 딸 하나'를 보면서 욕했던 분들까지도 감사해요. 저는 제 자신이었으니 잊지 못하겠지만, 시청자분들에게도 오래 기억에 남는 작품이었으면 좋겠어요."


김영진 기자muri@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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