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 이야기만 꺼내면 흥에 겨워 어쩔 줄 몰라 하는 배우가 있다. 바로 도지원(49)이다.
도지원은 지난 14일 종영한 KBS 2TV 수목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극본 김인영, 연출 유현기·한상우, 제작 IOK미디어)에서 강순옥(김혜자 분)의 첫째 딸 김현정 역으로 출연했다.
3대에 걸친 착하지 않은 여자들이 휘청이는 인생을 버티면서 겪는 사랑과 성공, 행복 찾기를 담은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서 도지원은 김현정으로 분해 코믹, 감성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웃길 때는 확실히 웃기고, 가슴 찡하게 하는 감성 연기를 선보였다.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 도지원을 지난 18일 스타뉴스가 만났다.
-수목극 시청률 1위 '착하지 않은 여자들'을 마친 소감은 어떤가.
▶많이 행복하고 따뜻했던 드라마였어요. 배울 점도 많았고, 배우로써 뜻 깊은 작품이었죠. 이순재, 김혜자 선생님을 비롯해 여러 선배님들이 가슴 깊이 새겨야 할 말들을 많이 해주셨어요. 앞으로 연기하는데 있어서 밑거름이 되는 시간이었어요.
-가슴 깊이 새겨야 할 조언. 김혜자는 도지원에게 어떤 조언을 했는지 궁금하다.
▶김혜자 선생님은 이번 작품을 하시면서 제 나이를 알게 되셨는데 '어리게 생각했는데, 나이가 벌써 그렇게 됐느냐'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지금 네 나이에 그렇게, 그런 마음 가지고 사는 사람은 없다. 그 마음 잃지 말고 살고, 정말 큰 것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또 장미희 선배님은 저한테 자신감 잃지 말라고 하셨고, 손창민 선배님은 어떻게 연기를 해야 더 잘 보일 수 있는지 알려주셨어요. 배우로 갈림길에 서 있었는데, 선배님들의 조언은 채찍질이 아닌 배우 도지원을 다시 다 잡을 수 있는 시간이었죠.
-도지원에게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어떤 작품일까.
▶다 내려놓은 작품이죠. 코믹, 감성 연기 그리고 조금이지만 액션까지 '도지원의 완결판'이었어요.
-극중 모녀로 나선 김혜자와 호흡은 어땠는가. '갓혜자'로 불렸던 김혜자의 명품 연기가 부담되지는 않았는지 궁금하다.
▶김혜자 선생님은 굉장히 디테일 하신 분이에요. 촬영 들어가기 전에 정말 수없이 대본을 읽고, 맞춰보세요. 혼잣말을 하시면서 연습하는데, 옆에서 자연스럽게 맞춰야 할 정도로 실감나게 하시죠. 그리고 함께 연습 할 때는 어떻게 감정을 잡아야 하는지도 알려주시고요. 몇 번이나 맞추다가 '그래, 그거야'라고 하실 때가 있어요. 선생님 대사도 많은데 후배까지 챙겨주시는 모습 보면 '진짜 대단하신 분이다'고 할 정도에요. 함께 호흡한 게 감사했어요.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서 화제가 된 중년 로맨스. 손창민(이문학 역)과 펼친 로맨스 부담되지는 않았는지 궁금하다.
▶(손창민) 선배님이잘 해주셨어요. 호흡도 좋았고요. 선배님은 처음에 저하고 하는 게 쉽지 않아서 많이 풀어줘야겠다는 생각을 하셨대요. 덕분에 촬영 들어가기 전에 웃음을 많이 참아야 했죠. 촬영 후에는 감독님들도 '정말 좋다'고 하실 정도였어요.
-손창민과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선배님이랑 라면을 먹는 장면(17회, 4월22일 방송)이 있었어요. 촬영할 때 라면을 정말 끓였었는데, 거기에 채소도 넣었어요. 선배님이 맛없는 음식을 정말 못 드시는데, 그걸 또 드시더라고요. 그러면서 눈물을 흘리시더라고요. '이거 NG인가?'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갑자기 막 웃으시더라고요. 선배님이 '나 이거 NG인데 몰랐어? 맛이 없어도 이렇게 맛이 없을 수 있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때 정말 많이 웃었어요. 또 오글거리는 대사도 많았고, 감독님이 포기한 신도 있었어요. 그런데 저희는 그거를 다 했죠. 손창민 선배님이 맡겨 달라면서 직접 다 하셨거든요. 현장 반응도 되게 좋았어요. 그래서 선배님과 함께 한 중년 로맨스는 연애에 메말라 있던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연애 감정을 살릴 수 있던 것 같아요.
-극중 오글거렸지만 달달했던 로맨스. 실제 로맨스, 결혼은 언제 할 생각인가.
▶그것은 패스.
-촬영 중 어려움은 없었는가.
▶(나말년 역의) 서이숙씨랑 연기하는 게 제일 힘들었어요. '이건 어쨌는가', '이건 이게 아닌가' 등의 말투였는데, 사극 톤이었잖아요. 톤 잡기가 굉장히 힘들었어요.
-서이숙과 호흡 중 드라마 '여인천하'에서 도지원이 했던 '뭬야' 패러디(18회, 4월 29일 방송)가 화제를 모았다. '뭬야'를 하게 된 소감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사실 이 대사는 제가 받았던 대사에는 없었어요. 촬영 당시에도 할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었죠. 대본을 처음 봤을 때 눈앞에 그려지는 상황이 딱 '뭬야'를 외쳐야 하는 분위기였어요. 작가님도 이 대사를 하라고 하시는 듯 했고, 현장에서는 이거를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하는 중에 손창민 선배님이 좋다고 하셔서 하게 됐죠.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는 나름 밉상 캐릭터가 많았다. 김현정의 아버지 김철희(이순재 분)부터 나말년(서이숙 분)까지, 도지원이 뽑은 극중 최고의 밉상은 누구?
▶당연히 나말년이죠. 여러 사람들을 힘들게 했던 사람이잖아요. 나말년 역을 맡은 서이숙씨가 워낙 잘 해줘서 시청자 반응도 좋았다고 생각해요. 집 나간 아버지는 밉상이라기보다 눈물이 났죠. 오랜만에 만나는 아버지를 보는 느낌이랄까요.
-'황금무지개'(2013년), '힐러'(2014년) 그리고 '착하지 않은 여자들'까지 드라마 로만 쉼 없이 활동한 도지원. 왜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을까 궁하다.
▶제가 예능에 나가면 재미가 없어요. 저한테는 득보다 실이 많을 것 같아서 출연을 잘 안 했죠. 예능에서는 치고 빠지는 것을 잘 해야 하는데, 제가 그런 부분을 잘 못하거든요.
-앞으로 도지원은 어떤 모습을 보여 줄 계획일까.
▶비슷한 캐릭터를 제안 받을 수 있겠죠. 하지만 다른 분명히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거예요. 어떤 배역을 하든지 '보고 싶어'라는 생각이 드는 배우가 되어야 하겠죠. 나이가 들면 생활 연기자가 되는데, 저는 그러고 싶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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