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팔' 김태수 "일당 7만5천원 터널청소하며 연기한 이유?"(직격인터뷰)

발행:
문완식 기자
tvN '응답하라 1988' 선우 삼촌 태수 역 김태수 인터뷰
배우 김태수 /사진=김창현 기자
배우 김태수 /사진=김창현 기자


배우 김태수는 지난 2003년 영화 '실미도'로 데뷔, 올해 13년차 연기자다. 하지만, 그의 얼굴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그런 그가 이번에 제대로 얼굴을 알렸다. 짧은 등장이었지만, '임팩트'는 강했다.


그는 지난 6일 방송된 tvN '응답하라 1988'에 선우(고경표 분)의 외삼촌 태수 역으로 첫 등장했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어 아들에게 면도를 가르쳐 줄 사람이 없는 게 가슴 아픈 선우 엄마(김선영 분)의 부탁을 받고 선우와 목욕탕에 가는 장면이었다. 이 장면으로 13년 만에 처음 김태수의 얼굴을 아는 사람이 생겼다.


김태수는 "방송의 힘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고향(경남 진주) 부모님의 아파트 주민회에서 플래카드를 걸자고 했다고 한다"고 말하며 웃었다.


극중 선우 삼촌 역은 원래 대본에 없었다. 연출자 신원호PD가 김태수를 위해 특별히 기회를 줬다. 당초 김태수는 '응답하라 1988' 오디션 기회도 없을 뻔했다. '노안'이 문제였다. 사진과 그의 프로필 나이(1983년생)는 전혀 매치가 안됐고, 신PD는 "너무 나이 들어보인다"며 적당한 배역이 없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고 했다. 하지만 오디션 기회를 겨우 얻었고 그의 연기를 본 신PD는 그를 위해 '선우 삼촌'이라는 역할을 만들어줬다.


tvN '응답하라 1988' 속 김태수


"신원호 감독님이 일생일대의 기회를 준 셈이죠. 제가 충무로에서 13년 동안 34편의 영화에 출연했어요. 그런데 이 만큼 주목을 받아본 적이 없어요. 기회를 주신 감독님께 정말 감사드려요, 제 은인이에요. 방송의 힘이 이 정도일 줄 몰랐어요. 고경표씨와 목욕탕 가는 장면을 제 SNS에 올렸는데 그 장면 재생수가 3만이 넘었어요."


13년 동안 연기자의 길을 묵묵히 걷고 있는 김태수.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그가 연기자의 꿈을 꾼 것은 아니었다. 그는 부산 국제시장 옆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태어나 두 살 때 진주로 이사했다. 진주중앙초등학교, 경상대사대부중, 사천고를 나왔다. 초등학교시절에는 전교학생회장을 할 정도로 모범생이었다. 그는 "중고등학교를 남녀공학으로 갔는데 너무 일찍 이성에 눈을 떴다"고 말하며 웃었다.


배우 김태수 /사진=김창현 기자


연기자의 꿈은 없었지만 노래를 잘해 가수의 꿈을 꾸기는 했었다.


"스무 살 때인가 진주 남인수가요제라고 꽤 큰 가요제에 나가서 금상을 받았어요. 진주 지역방송 가요제에서도 대상을 받았죠. 그 때 부른 노래요? 드렁큰타이거의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였어요(웃음). 생각치도 못했는데 대상을 받았어요. 노래를 잘한 게 아니라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저는 인기상이나 은상 정도를 노리고 랩을 들고 나갔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어요."


김태수는 대학은 또 특이하게 진주간호전문대(현 진주보건대)로 진학했다. 간호사의 꿈을 꾼 건 물론 아니었다. 그는 "나이팅게일이 되려고 한 건 아니었다. 점수에 맞춰 진학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1학기를 마치고 군대(101특공여단 수색대)에 갔고, 군대에서 연기자가 되겠다고 결심하게 된다.


"군대에 있을 때 갑자기 연기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전까지는 전혀 그런 생각을 안했거든요. 제대하고 뭘 해야 되나 고민을 많이 했는데 남 앞에 나서는 걸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다는 게 떠올랐어요. 실력 있는 배우,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배우 김태수 /사진=김창현 기자


김태수는 군대를 전역하고 2001년 상경했다. 프로필을 만들어 관계자들에게 계속 돌렸다. 그러다 잠시 KMTV 청소년가요제에 도전, 예선에 합격했는데 그가 본 '서울 사람들'의 노래 실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상대가 안되더라고요. 가수의 꿈은 그때 완전히 접었어요."


그러다 강우석 감독 영화 '실미도' 오디션을 보게 됐다. 1600명이 넘게 지원했고, 1차 서류, 2차 연기, 3차 체력장, 4차 수영 테스트를 거쳐 23명 라인업에 들었다. 그렇게 '실미도'에 '훈련병 정국' 역할로 마지막 버스 폭발 장면까지 등장하는 행운을 누렸다. 강우석 감독은 이후 '공공의 적', '전설의 주먹'까지 김태수와 인연을 맺었다. 김태수는 "지금까지 2명의 은인이 있는데 신원호PD와 강우석 감독"이라고 했다.


'실미도'를 마친 김태수는 이후 본격적으로 연기를 배워야겠다고 결심하고 대학로 '극단 민예'에 들어가 드라마 '미생'에 마부장 역으로 출연했던 배우 손종학에게 연기를 배우게 된다. "하루 하루가 배움의 연속이었어요. 많이 보고, 많이 배우니 달라지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연기자의 꿈은 무르익어갔지만 그게 생계를 책임져주지는 못했다. 그는 낮에는 노래방을 싸게 빌려 연기를 연습하고 밤에는 각종 '노가다'를 했다. 터널 청소, 웨이터 등 밤에 할 수 있는 일들이면 마다하지 않았다. 어둡고 위험한 터널에서 오후 9시부터 새벽 4시 30분까지 일하면 하루 7만 5000원의 일당을 손에 쥘 수 있었다.


배우 김태수 /사진=김창현 기자


"배우가 말이 좋아서 배우지, 사실 빛 좋은 개살구에요. 무명배우들이나 스태프들 중에 밤에 터널 청소하시는 분들 정말 많아요. 밤에 음주운전이나 졸음운전 하는 분들이 현장을 덮칠 때가 있는데 정말 아찔해요. 하도 위험하다 보니 한국 사람들이 잘 없어요. 필리핀이나 중국 사람들이 많죠."


김태수는 그래도 힘들지 않았다고 했다. "단 한 번도 배우 외 다른 일에 대해서는 생각을 안했어요. 아직 기회가 오지 않았다고 생각했죠. 눈물 날 정도로 힘들 때가 많았지만 언젠가 한번은 기회가 꼭 올 거라고 믿었어요. 그리고 '응답하라 1988'이라는 좋은 기회를 만나게 됐죠."


'응답하라 1988'의 현장 분위기는 좋다고 했다. 특히 그는 자신의 조카로 등장하는 고경표의 모습에 놀랐다고 했다. 겸손함과 친절함이 예상 밖이었다고 했다.


"고경표씨는 주인공인데도 정말 겸손하더라고요. 고경표씨와 첫 촬영할 때 저보다 먼저 인사를 해주고 연기자와 스태프들에게 참 살갑게 대해요. 셀카도 먼저 찍자고 얘기하고, 사람으로서 참 반하게 만들어요."


김태수에게 배우로서 롤모델이 있냐고 물었다. 그는 할리우드 배우 잭 블랙, 그리고 송강호, 오달수를 꼽았다. "잭 블랙은 눈빛이 살아있어요. 광기 있는 역할만 잘할 줄 알았는데 로맨틱이나 멜로 연기도 자신만의 느낌으로 소화를 잘해요. 가진 게 많은 배우죠."




송강호와 오달수는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그를 반하게 만들었다.


"송강호 선배님을 액션스쿨에서 뵌 적이 있는데 맥주 드시는 모습까지 카리스마가 넘쳐요. 송강호가 아니면 나올 수 없는 모습, 그 자체죠. 오달수 선배님은 예전에 '가루지기' 영화를 같이 찍었는데 제가 술자리에서 기절하는 실수를 한 적이 있어요. 오달수 선배님이 거나하게 한잔 사는 자리였는데, 술자리를 파하는 순간에 일어나다 뒤로 넘어졌어요. 뒤에 테이블이 엎어지고 난리도 아니었대요. 근데 저를 끝까지 잘 돌봐주셨다고 해요. '야, 트위스트, 야, 트위스트 너 괞찮냐' 하면서요. 트위스트 김을 닮았다고 저를 그렇게 불렀어요. 하하."


그는 아직 미혼이다. 혼자 집에 있을 때는 뭐하냐고 했더니 TV로 영화 보는 게 낙이라고 했다. "일어나며 습관적으로 영화채널을 틀어놔요. 그냥 계속 보는 거예요. 보고 또 보죠. 연기를 배운다기보다는 그들의 연기를 보면서 대리 만족을 얻는 거죠. 나도 저걸 해보고 싶은데...이러면서 혼자 만족을 느껴요."


'배우 김태수'로서 꿈을 물었다.


"'꿈'이라는 이름을 붙일 만한 거창한 건 없어요. '연기만' 하면서 살고 싶어요. 연기만 집중하면서 사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단 1년 만이라도 연기만 하고 살고 싶어요. 지금 제 첫 번째 목표는 바로 그거예요."


또 있었다. 바로 예능 출연이다. 그는 "MBC '나혼자산다',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파란만장한 제 인생을 들려드리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권투, 유도 등 격투기에 능한 그는 앞서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 유도 편 오디션을 봤다 고배를 마셨다고 했다. "자신있었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하하하."


그는 이 말을 꼭 하고 싶다고 했다.


"제가 독자(獨子)인데 13년 동안 이 일을 마음 편히 알 수 있게 마음을 허락해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려요. 그리고 신원호PD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인터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빠진 게 하나 있다. 그의 '진짜 나이'다.


"포털 프로필에는 1983년으로 돼있어요. 조금이라도 어려 보이고 싶었어요. 저 사실 1979년생입니다. 양띠에요. 이제 제 나이로 살고 싶어요. 79년생보다 더 나이 들어 보인다는 분도 물론 있겠지만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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