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에는 불륜을 저지른 남자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한 여자를 향한 진심 어린 사랑을 한 주인공이었다. 그의 사랑은 볼수록 애절했다. 드라마 '애인있어요'에 출연한 배우 지진희(45)를 두고 하는 말이다.
지진희는 지난 달 28일 종영한 SBS 주말드라마 '애인있어요'(극본 배유미, 연출 최문석, 제작 아이윌미디어)에 남자 주인공 최진언 역으로 출연했다.
'애인있어요'는 기억을 잃은 여자 도해강(김현주 분)이 죽도록 증오했던 남편 최진언과 다시 사랑에 빠지는 동화 같은 사랑 이야기와 절망의 끝에서 운명적으로 재회한 극과 극 쌍둥이 자매의 파란만장 인생 리셋 스토리를 담은 드라마다. 방송 초 일각에서 불륜, 막장 드라마라는 혹평도 있었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남녀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로 화제를 모았다.
극중 최진언 역을 때로는 독하게, 때로는 사랑하는 여자를 향한 달콤한 사랑을 표현한 지진희를 스타뉴스가 만났다. 화제성에 비해 시청률은 잘 나오지 않았지만 지진희의 얼굴은 밝았다. "무엇이든 다 물어보세요"라는 말을 시작으로 그와의 인터뷰는 시작됐다.
-6개월간 시청자들을 웃기고 울렸던 '애인있어요'를 마친 소감은 어떤가요.
▶잘 끝내서 좋아요. 작품을 찍고 나서 아쉬움이 남는 게 아니었어요. 만족도가 굉장히 높았어요. '애인있어요'는 품위가 있고, 수준이 있는 드라마였죠. 물론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보면 볼수록 (주인공들을) 더 알게 되는 것들이 있었죠. 많은 분들이 즐겁게 봐주셔서 기분 좋아요.
-지진희에게 '애인있어요'는 어떤 드라마였나요.
▶진짜 우리 드라마는 쉽게 볼 수 있는 작품이 아니었어요. 사랑, 인생을 깨닫게 되는 작품이었어요. 생각하고 봐야 하는 작품이었죠. 터무니없는 이야기가 아니었고, 시청자들이 극중 상황이나 캐릭터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시청자들이 대리만족한 작품이지 않았을까 싶어요. 저는 이 작품을 하면서 정말 즐거웠어요. 대본, 감독, 배우들 호흡까지 다 좋았어요. 이런 삼박자가 맞는 게 힘든데, 어느 것 하나 틀어지지 않고 50부까지 갔죠. 그래서 굉장히 만족스러워요. 저한테 큰 행운이었어요.
-'애인있어요'는 방소 초반 일각에서 최진언이 아내 도해강을 두고 강설리(박한별 분)과 만남으로 불륜, 막장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하지만 지진희는 제작발표회, 기자간담회에서 "불륜이 아니다"고 말했다. 지금도 자신의 생각에는 변화가 없는지 궁금해요.
▶불륜일 수가 없어요. 우리 현실에서 충분히 있을 법한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였어요. 진언, 설리의 만남이 불륜으로 갔으면 불륜이었겠죠. 하지만 그렇지 않았어요. 이 드라마는 진짜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았어요. 진언이는 평생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게 돼 행복했어요. 해강이 역시 마찬가지고요. 서로 환경 때문에 그게 잘 안 보였던 것 뿐이에요. 또 막장이라는 혹평도 있었는데, 저는 드라마에서 극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우리 사는 게 치고, 받고, 싸우고 다 그런 거잖아요. 드라마에서는 이런 상황을 더 극적으로 표현한 거죠.
-진짜 사랑을 찾아갔던 최진언은 도해강과 강설리 사이에서 웃다가 울고, 울다가 웃는 등 감정 변화가 심했다. 이런 감정 연기에 지진희도 지칠 법 했을 것 같은데, 어떻게 버틸 수 있었을까요.
▶(연기) 그게 제 일이잖아요. 근데 제 일인데요. 심하게 울었죠. 그렇게 울지 못해요. 생뚱맞은 상황에서 우는 게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들에서 울었죠. 만약, 정말 이상한 상황이었다면 저 역시 심적으로 굉장히 힘들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저나 현주 씨나 서로에 대한 배려가 있었고, 그 덕에 촬영을 즐겁게 했죠.
-최진언과 도해강이 사랑을 다시 확인하면서 손발이 오글거리는 애정신, 대사도 많았다. 특히 대사 처리는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렵지는 않았나요.
▶작가님 대본이 쉽지 않았어요. 순서 때문이라도 상황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었죠. 대사 힘들었지만,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남자도 그럴 수 있지 않나 싶어요. 이해하고 하려 했어요.
-최진언의 감정에 이입하는 게 그간 결혼 생활 경험이 도움됐을 것 같아요.
▶맞아요. 다른 배우들은 모르겠는데 저는 도움이 많이 됐던 것 같아요. 아내도 잘 봐줬고요. 최진언의 감정을 제(남자) 입장에서만 생각했다면 연기하는 게 힘들었겠죠. 물론 최진언을 완전히 이해한 것은 아니었지만 맞춰가려고 했죠.
-'애인있어요'를 통해 '심장 폭행남'이라는 수식어를 얻기도 했는데, 기분이 어떤가요.
▶개인적으로 '참, 과격한 표현이네'라는 생각을 했어요. 언제부터 우리가 이런 과격한 표현을 썼는지 싶어요. 한편으로는 재미있는 말이기도 해요. 센스 있다고 생각해요.
-최진언, 도해강이 다시 만나는 것으로 해피엔딩을 이룬 '애인있어요'. 수많은 일이 있었던 만큼 결말에 대한 지진희의 생각이 궁금해요.
▶마음에 들었어요. 일상으로 돌아와 평범한 모습을 보여준 게 굉장히 마음에 들었어요. 세상 사는 게 그런 거잖아요. 싸우고, 다시 돌아오고, 후회하고, 화해하는 과정이 반복됐는데 이게 우리 사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인터뷰②>에 계속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