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때로는 차갑고 독한 회장님이었던, 그리고 따뜻한 엄마였던, 억척스러운 아줌마였던 배우 고(故) 김영애. 그녀가 이 세상과 영원한 작별을 고한다.
11일 오전 11시 고인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발인식이 거행된다. 고인은 이날 세상과 작별하지만, 그의 가족과 또 그의 연기를 본 수많은 대중들의 마음 속에는 영원한 배우로 남을 것이다.
1951년생인 고인은 지난 1971년 MBC 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 연기인생을 시작했다.
고 김영애는 1973년 단막극 '민비'에서 민비 역을 맡으며 배우로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그가 출연한 작품은 TV 드라마만 100편이 넘고, 영화는 65편이다. 고인은 수 많은 작품 속에서 다양한 연기로 대중을 사로잡았다. 46년간 무려 170여 작품을 만났다.
맡은 역할도 다양하다. 그는 사극과 현대극을 오가며 여러 가지 역할을 연기했고, 민비 역할은 무려 4번이나 맡았다. 특히 '황진이'에서 연기했던 백무 역할과 영화 '변호인'에서 보여준 연기는 팬들의 머리에 깊이 남겨져 있다.
특히나 고 김영애는 다양한 어머니상을 연기하며 대중에게 따뜻함을, 또 그리움을 전했다. '변호인'의 따뜻한 엄마, '판도라'의 억척스러운 엄마 등 고인이 그려내는 다양한 어머니 상은 대중의 마음을 흔들었다.
뿐만 아니라 고 김영애는 다양한 작품에서 개성 있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고인은 드라마 '황진이'의 백무 역할로 절절한 감성을 전했고 '아테나 전쟁의 여신' 대통령 실장, '해를 품은 달'의 대왕대비 윤씨를 비롯해 '메디컬 탑팀', 영화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 등에서 칼날 같은 카리스마를 뽐냈다.
무엇보다 많은 대중을 감동시킨 것은 연기에 대한 고인의 열정이다. 고인은 지난 2012년 MBC '해를 품은 달' 출연 중 췌장암 사실을 알았으면서도 함께 하는 배우와 스태프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이 사실을 숨긴 채 촬영에 임했다. 드라마 종영 후 수술을 받은 김영애는 이후에도 영화 '변호인'을 비롯해 '카트', '판도라', 드라마 '메디컬 탑팀', '킬미 힐미',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연기 열정을 태웠다. 고인은 유작이 된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촬영 중 상태가 악화 돼 입원했지만 그마저도 연기 열정을 막지는 못했다. 김영애는 외출증을 끊고 촬영에 임했으며 그녀의 목표대로 50부작을 마쳤다.
앞서 고인은 지난 9일 오전 10시58분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별세했다. 소속사 스타빌리지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고인은 지난 2012년 췌장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했으나, 지난해 겨울 건강이 악화 돼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 향년 66세의 나이다.
고인의 빈소에는 수 많은 동료 배우들과 관계자가 조문 하며 고인의 마지막 길을 함께 했다. 신구를 비롯해 나문희 김혜자 연규진 등 원로배우들도 빈소로 한걸음에 달려왔으며, 이동건 조윤희 라미란 오현경 현우 등 고인의 유작이 된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 함께 출연했던 후배 배우들도 유족들과 슬픔을 나눴다. 또 최강희, 조진웅, 조성하, 김원해 등 생전 고인과 인연을 맺은 배우들이 자리해 고인의 넋을 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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