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딘가에서 꼭 한 번은 본 것 같다. 기시감 가득 풍기며 등장한 갈대철이란 인물은 MBC 월화드라마 '검법남녀 시즌2'(이하 '검법남녀2')의 분위기를 긴장시켰다. 이쯤되면 메소드연기. 영락없이 실감나는 '꼰대' 캐릭터로 분노를 유발한 이, 배우 이도국(45)이다.
'검법남녀 시즌2'는 까칠 법의학자 백범(정재영 분), 열혈 신참 검사 은솔(정유미 분), 베테랑 검사 도지한(오만석 분)의 돌아온 리얼 공조 수사물. 이번 시즌에선 정재영, 정유미, 오만석이 사건 해결에 나서는 축, 이도국, 안석환(노한신 역), 노민우가 음모의 세력으로 대립했다.
이도국은 극중 부장검사 갈대철 역을 맡았다. 갈대철은 강한 자 앞에선 고개를 숙이고 약한 자 앞에선 강한 척하는 '꼰대성 직장상사'로, 악의 중축에 서서 장철(노민우 분)을 조종하며 백범, 은솔, 도지한과 대립각을 펼쳤다. 마지막회에선 장철이 최후에 변호사가 된 도지한과 만나 반전의 여운을 안기며 시즌3를 암시, 최고시청률 9.9%로 종영했다.
-'검법남녀2'에 투입해 눈에 띄는 활약과 좋은 성적으로 시즌2를 마무리 지었다.
▶5개월의 시간을 갈대철이란 인물로 살았는데, 이 인물을 버려야 할지 갖고 있어야 할지 고민도 된다. 그래도 너무 감사했다. 감독님, 스태프들, 동료 배우분들에게 누가 안 되려고 했는데 다행히 별 사고없이 잘 마무리 지어졌던 것 같아서 만족스럽다. 시청률도 잘 나왔고, 반응도 잘 나와서 만족한다. 배우들끼리 작품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
-어떤 과정을 거쳐 갈대철로 분하게 됐나.
▶오디션을 봤다. 감독님, 작가님이 대사 첫 마디를 할 때 "딱 갈대철"이라 했다. 그간 경찰, 의사, 검사 역을 많이 했는데, 내가 지금까지 해온 역으로 봤을 때 내가 이 역을 할 줄은 몰랐다. 도 했다. 또 단역을 많이 해서 한 작품 안에서 하나의 틀을 갖고 쭉 가는 건 처음이었다.
-전형적인 '꼰대' 갈대철을 어떻게 보여주고자 했나.
▶어떻게 악함을 표현했냐고들 질문하는데, 악하지 않고 그 나름대로 충실한 캐릭터로 바라보고 연기했다. 감독님도 인간적인 모습을 바라셨는데 쉽지 않은 연기였다. 권력이 센 사람에겐 조아리고 약한 사람 앞에선 카리스마 있는 감정의 폭이 너무 컸다. 이들 중에 가장 권력 있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가장 나다운 걸 보여주려고 했다.
-출연작 중 분량이 가장 많지 않았나.
▶후반부로 가는데 예정보다 분량이 많아지더라. 괜히 정재영 선배에게 미안하더라.(웃음) 내 연기를 보고 갈대철을 죽이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는데, 송지수 검사가 나로 인해 사이다 이슈가 되는 걸 보고 너무 좋더라. 장철도 부각이 되는 점에서 만족스러운 작품이다.
-실제 이도국은 어떤 사람인가?
▶실제론 '딸바보'고 가족적인 걸 좋아한다. 드라마에서 해맑게 웃는 신이 있는데 아내가 "저게 오빠 모습이야"라고 하더라. 나는 약간 촌스럽고 아직은 순박함이 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그러고 싶다. 전혀 갈대철 같은 면은 없다. 인신공격을 하지도 않는다. 그저 성공하고 싶은 욕망이 있는 정도다.
-'검법남녀2'가 최근 사회 이슈를 연상시키게끔 에피소드를 잘 다뤘다.
▶민지은 작가님 남편이 국과수에서 법의학자로 일하신다. 작가님 남편 말에 따르면 '검법남녀' 속 일들이 사실적이라고, 이보다 실제론 더 심하면 심했다고 하더라. 나나 아내나 내 연기를 모니터링하려고 보다가 드라마 자체에 빠져서 보게 됐다. 이 작품에 온 건 운이 좋았던 것 같다.
-1998년 연극 '대머리여가수'가 공식 데뷔작이다. 이후 연극 '라이어' '우먼 인 블랙', 영화 마스터' '조작된 도시' '미옥' '반드시 잡는다' '악질경찰' '돈', 드라마 '크리미널마인드' 등에서 단역으로 많이 출연했다.
▶원래 연기에 전혀 생각이 없다가 대학교 재수를 하면서 태어나 연극을 처음 봤다. '북어대가리'란 작품을 봤는데, 내 눈 앞에서 연기하는 배우를 처음 보고 신기해 그게 잊혀지지 않았고 나도 해보고 싶었다. 원래 사관학교를 가려고 준비하려다가 그만두고 무작정 대학로로 갔다. 6개월 코스 아카데미를 갔는데 장두희, 양희숙 선생님들 밑에서 배우고 워크숍 공연을 올리고 연기를 시작했다. 나는 선배들의 연기를 보고 많이 배웠다. 예전엔 '악 끝까지' 연기를 했는데, 이젠 흉내내지 않는 연기를 하려고 한다.
-단역 시절이 길었는데, 가정도 꾸려야 하는 고민도 있었겠다.
▶20살부터 연기를 했는데, 4~5년 전에는 연기를 그만둘까도 생각했다. 아들 10살, 딸 7살이 되면서 연극을 잠시 쉬었는데 6개월 동안 일할 게 없더라. 아이들은 커가는데 생활고였고 절벽 끝까지 갔다. 내 꿈을 이루기 위해 처자식을 방치할 수 없겠더라. 싱크대 공장 알바도 알아봤는데 친구가 연락이 와서 프로필을 같이 돌리자고 했다. 진짜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프로필을 열심히 돌렸는데 단 한 역할도 들어오지 않았다. 연기는 하려는 사람도, 잘 하는 사람도 많았다. 친구가 영화를 하는데 그룹으로 팀을 짜서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 한 게 '조작된 도시'였다. 거기서 조연출을 알고 다른 작품도 하게 됐다.
-'검법남녀2'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앞으로 어떤 연기를 추구하나.
▶'평범한 사람'을 보여주고 싶다. 갈부장의 이미지가 너무 세서 비슷한 역할을 하게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그것도 내가 넘어서야 할 부분이다. '저 사람은 저런 사람일 것 같다'는 말을 들으며 연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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