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표예진(27)에게 청순 발랄함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SBS 월화드라마 'VIP'(극본 차해원, 연출 이정림)를 통해 과감한 연기 변주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지난해 12월 24일 종영한 'VIP'에서 박성준(이상윤 분)의 불륜녀인 온유리 역을 맡아 박성준의 부인인 나정선(장나라 분)과 기싸움을 벌이는 등 색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가난한 가정환경을 가진 온유리는 방송 초반 다소 위축되고 내성적인 캐릭터로 그려졌지만, 성운백화점 부사장 하재웅(박성근 분)이 그의 부친이란 사실이 밝혀지고 파격적인 승진까지 이뤄지면서 점점 변해가는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나정선에게 이혼을 직접적으로 요구하며 시청자들의 분노를 유발하기도 했다.
이런 그의 열연은 'VIP'가 자체 최고 시청률(12.0%, 2부 15.9%)로 유종의 미를 거두는 데 일조했다. 이를 통해 표예진은 지난해 12월 31일 열린 '2019 SBS 연기대상'에서 베스트 캐릭터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비서가 왜그럴까', '쌈 마이웨이' 등 이전 작품에서 아픔 없이 곱게 자란 청순 발랄 캐릭터를 맡았던 그는 '불륜녀' 캐릭터로 완벽히 이미지 변신에 성공하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 연기 변신으로 다양한 면을 어필하고 있는 표예진을 스타뉴스가 만났다.
-'VIP' 출연 계기는 무엇인가.
▶전작들에 제가 밝은 캐릭터를 많이 맡아서, 이번에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시놉시스에 나온 유리가 그런 캐릭터였다. 대본도 너무 재밌어서 '이 작품을 꼭 해야겠다'는 마음이었다.
-'불륜녀' 캐릭터에 부담은 없었나.
▶지금도 그 부분이 제일 부각된다. 그래도 저는 연기자로서 이 캐릭터가 얼마나 힘들게 살아오고, 외로운 아이인지, 그 캐릭터의 삶에 대해 집중하며 연기했다.
-'VIP'로 가장 기억에 남는 댓글이 있나. 어떤 반응이었나.
▶유리에 대해 욕도 많았고 잘못했다는 분들이 많았다. 그래도 작품에 대해서는 현실적이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그래서 '잘 봐주시고 계시는구나'라고 내심 뿌듯했고, 저와 성준이에 대한 욕에 대해서도 내심 뿌듯했다.
-시청자들이 온유리를 어떻게 봐줬으면 좋겠나.
▶분명히 유리가 잘못한 것이 맞다. 하지만 유리를 연기한 입장에서는 늘 불쌍했다. 안쓰럽게 여겨줬으면 좋겠다.
-후반부에 점점 변화하는 모습에 어려운 점이 없었나.
▶그 과정의 유리의 심리가 굉장히 복잡했다. 성준이를 가진다는 단순한 느낌이 아니었다. 정선에게 죄책감을 가지면서도 자기의 마음을 굽히지 않고, '나도 유일한 사람이 이 사람이다'라는 마음이었다. 감정을 담아내기가 어려웠다.
-'VIP'를 연기하면서 흔들린 적은 없나.
▶사실 저는 유리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해서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다만 정선과 마주하는 장면이 힘들었다. 마지막 촬영 후 장나라 언니가 '고마워. 수고했어'라고 말씀을 해주시는데, 뭔가 미안함이 느껴졌다.
-'VIP'에서 마음에 드는 점과 아쉬운 점이 있나.
▶유리가 엄마와 관련한 장면에서 굉장히 이입을 많이 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대사가 많지 않은 장면에서 표정만으로 내 생각이나 반응을 보여줘야 했는데, 그런 리액션이 어려웠던 것을 꼽고 싶다.
-대한항공 승무원 출신 배우로도 유명하다. 연기자를 꿈꾼 이유는.
▶정확한 계기는 없는데, 승무원이라는 일보다 저에게 더 잘 맞는 일이 있을 것 같았다. 그 당시에 드라마랑 영화를 좋아했다. 그래서 '저런 것을 하면 재미 있을까'라는 의문이 커져서, 승무원을 그만두게 됐다. 도전하지 않으면 후회가 남을 것 같았다.
-진로 변경에 힘들지는 않았나.
▶가장 중요했던 것은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이라 굉장히 설렜다. 오히려 부모님과 상의하고 설득을 하는 기간이 힘들었다. 그래도 혼자 학원도 찾아다니고, 프로필도 만들어도 돌리는데도, '좋아하는 일을 하는구나'라는 신나는 마음이 컸던 것 같다. 생각보다 크게 힘들지는 않았다.
-연기자로서 어려운 점이 있나.
▶연기에 대한 고민이 많다. 어떻게 연기를 해야 하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제가 연기를 하는 것이 최선인지도 알 수 없다. 그래서 현장에서 언니, 오빠들을 관찰하며 배우고 있다. 연기가 제일 재밌지만 어렵기도 하다.
-배우 표예진의 매력은 무엇인가.
▶제 이미지가 자체가 한 가지가 아니라는 것이 장점이다. 그동안 밝은 역할을 많이 해왔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다른 것도 할 수 있구나'라고 느꼈다. 그래서 하나에 국한된 이미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VIP'를 통해 어떤 연기 성장을 거뒀나.
▶저의 새로운 면을 보여줄 수 있었다. 제 스스로는 연기적인 도전이었다. 그동안 해보지 못한 캐릭터였고,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써도 부족했다. 그만큼 배우고 성장했던 시간이었다.
-'VIP' 시청자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그동안 마음고생을 많이 시켜서 죄송하다. 저희 작품을 끝까지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나중에 모든 것을 알고, 다시 보실 때에는 또 다른 느낌이 드실 것 같다. 시간이 되시면 나중에도 봐주실 수 있는 오래 기억되는 작품으로 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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