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화의 희열2' 모델 한혜진이 어린 시절부터 데뷔 지금의 활동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놨다.
1일 오후 방송된 KBS 2TV '대화의 희열2'에서는 톱모델 한혜진이 자신의 데뷔 20주년을 돌아보는 모습이 그려졌다. MC 유희열을 필두로, 소설가 김중혁, 방송인 다니엘 린데만, 기자 신지혜 등이 한혜진과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한혜진은 "난 그냥 키 크고 못생긴 아이였다. 학창시절에는 어딜가나 머리 하나가 더 있어서 제발 작아지는 게 소원이었다. 그 때 학교 선생님보다 더 컸고, 초등학교 6학년때 이미 168cm가 넘었다"고 말했다.
한혜진은 "수업 종이 끝나는 소리가 들리면 노이로제가 걸릴 것 같더라. 내 키를 재기 위해 남자 애들이 우리 반으로 왔다. 짧은 체육복을 입고 밖에 나가는 게 죽을 정도로 싫었다. '죽는다는 표현을 함부로 하지마라' 하실 분도 있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광장 공포가 있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버스나 지하철을 못 탔고, 택시를 타고 다녔는데, 부모님께 혼났다. 용돈을 받아서 전부 택시비에 다 썼다"면서 "키는 이미 성인을 훨씬 넘었는데 옷은 아동복을 입어서 사람들이 빤히 쳐다봤다. 그래서 늘 그게 공포였다. 비오는 날 우산 쓰는 게 그렇게 좋았다. 키가 가려져서. 그래서 지금도 비오는 날이 좋다"고 덧붙였다.
모델이 된 계기에 대해서는 "길거리에서 명함 같은 걸 나눠주는 걸 많이 받았다. 일명 길거리 캐스팅을 엄청 받았다. 그런 명함을 받아서 엄마한테 가면 '내가 좀 특별한 사람인가?' 싶더라. 그래서 모델 학원에 등록하고, 학원에서 원서를 쓰자고 하더라. SBS에서 하는 모델 선발대회를 나갔는데, 거기만 나가면 그걸로 끝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시작인 줄 몰랐다"고 전했다.
한혜진은 "대표님이 모델로 대성할 아이라고 했는데, 아빠가 왜 돈을 내고 등록을 해야 하느냐며 믿지 못하셨다. 당시 김소연 대표님이 일단 몸이 굉장히 좋다고 했다. 나이가 어린데, 키가 크고, 동양인 치고 허리가 길지 않고 두상이 작다고 하더라. 새로운 세대가 나타났다고 생각을 하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7살에 데뷔하게 된 과정에 대해서는 "모델 학원에 등록하고 얼마 후 컬렉션에 서기 위해 오디션을 봐야 했다. 오전에 남자 모델 몇 백명을 보고 나면, 오후에 여자 모델들이 오디션을 봤다. 지금의 서울 컬렉션 같은 패션쇼를 세우기 위한 오디션이었다. 그때 모델 학원에 등록하고 거의 모든 서울 컬렉션에 캐스팅 됐다. 남자 쇼 무대까지 섰다"며 설명했다.
17살에 데뷔하자마자 주목을 받았던 그는 "웜업이 안 된 상태에서 바로 무게를 들어올리는 운동을 하는 느낌이었다. 물리적으로 시간이 없었고, 그땐 학생이라 학업 도중이라서 다 소화할 수 없었다. 아침 쇼가 오전 9시에 했는데, 콜타임이 새벽 4시~5시였다"고 밝혔다.
특히 한혜진은 "수백, 수천 명 앞에서 속옷을 못 입는 게 너무 고통스러웠다. 디자이너가 개인 속옷은 비치니까 절대 못 입게 한다. 그게 너무 힘들었다. 속옷을 못 벗는다고 했다가 난리가 났다. 회사 매니저 언니가 와서 '너 미쳤어?' 그러더라. '거기가 어떤 자리인지 알아? 벗으라면 벗지 왜 그래. 너 아무도 안 쳐다본다'고 하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한혜진은 "하루에 수십, 수백 번을 그만두고 싶었다. 난 자랄 때도 부모님한테 한 번도 혼나거나 맞은 적이 없다. 집에서 맏이에다 혼날 짓을 안 했고, 사고도 안 쳤다. 모델 세계로 나가니까 그렇게 뭐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맨날 혼나는 게 일이었다. 도시락 늦게 가져왔다고, 끝나고 인사 안 했다고, 선배들보다 먼저 퇴근했다고, 메이크업 두 번 받았다고, 눈썹 하나 더 붙였다고 계속 뭐라고 했다"며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한혜진은 "정말 때려치고 싶었다. 그런데 무대에 딱 올라갔는데 너무 좋았다. 만약에 언젠가 죽는 날이 온다면 '여기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여길 어떻게 떠나?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모델을 직업으로 하게 된 과정을 공개했다.
한혜진은 해외 진출에 성공한 뒤, 4년 만에 한국에 돌아왔다. 이에 그는 "너무 외로웠다. 미친듯이 외로웠다"며 "해외에서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쇼도 했고, 맨해튼에서도 3~4년 살았다. 한국에 일 때문에 들어왔다가 다시 미국으로 갈 때 사람들과 헤어지는 게 너무 힘들었다. 우리 아버지가 경상도 출신에 42년생 말띠인데, 그 무뚝뚝한 아버지가 공항에서 쭈그리고 앉아 날 보고 계시더라. 엄마는 비행기 타려고 짐을 싸놓으면 편지를 써서 넣어 놨다. 이제 가족을 떠나기 싫다는 생각을 했다"며 돌아온 이유를 고백했다.
또 그는 "17살에 시작해 37살까지 모델 일을 하고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선배들이 현역에 있을 때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요즘처럼 느낄 때가 없다. 나도 후배들한테 그런 영향을 주고 싶어서 방송 일을 하고 있지만 모델 일을 놓지 않고 있다. 그 후배들도 그렇게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혜진은 "월드 레코드에 도전해 볼 생각이다. 왜 80살까지만 하느냐 90살까지 할 거다"며 웃으며 말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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