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척척박사] 37. 한중일 3국인의 기질에 관한 사적 견해

발행:
전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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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3국 관계가 요동치고 있다. 동북아를 대표하는 3국이 20세기 이후 조심스럽게 만들어 온 관계의 기본틀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조화롭고 균형 잡힌 3국 관계를 기대하는 입장에서 한중일 3국의 국민들이 어떤 특성, 즉 생활-문화적 기질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일본인은 대체로 경위(涇渭)가 참 바르다. 본인의 사적인 의견이기는 하지만 그간에 접했던 상당수 지일파 인사들의 의견도 비슷하고 또 여러 가지 발표된 글과 저작물 등의 내용에서도 유사한 견해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필자만의 무단한 억측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다.


"도자기를 파는 일본인 상점, 손님이 가격을 흥정하다가 주인을 찾는다. 대응하던 사람이 자기가 주인이라고 말해도 손님이 믿지를 않는다. 주인이라고 주장하던 사람이 갑자기 도자기를 바닥에 내던져 깨뜨리며 말한다. '내가 주인이라니까'." 1951년, 김소운선생이 '일본에 보내는 편지'라는 부제로 국제신보에 연재하고 후에 목근통신(木槿通信)이라는 단행본으로 펴낸 수필집에 나오는 이야기다.


필자가 일본 출장 중 나라(奈良)현의 공무원과 면담을 약속했다. 갑자기 태풍이 거세지며 상황이 복잡해져서 예정했던 만남이 무산된다. 면담을 주선했던 전직 일본 문화재연구소 고위인사가 거센 비바람과 필자의 완강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굳이 필자를 찾아와 미안하다며 훌륭한 만찬을 대접하고 돌아갔다.


1993년 중국 쿤밍의 WIPO(세계저작권기구) 아시아지역회의에 참석했다. 중국어도 시원치 않지만 영어도 별로 내세울 수준이 못되는 것이 필자의 외국어 실력이다. 일본에서도 대학교수 한분이 참석했다. 독일에서 학위를 받은 분인데 영어 발음이 특별해서 필자처럼 영어에 서툰 사람만이 해석 가능했다. 그럭저럭 친해져서 몇 번인가 가벼운 도움을 주었다. 그 후 잊을만하면 한 번씩 자인의 저서, 여행지에서의 사진이나 가벼운 선물 등을 국제택배로 보내준다.


일본의 국기- 일장기-는 의도가 명백하다. 환한 대낮에 중천에 떠있는 태양의 모습이다. 너무나 분명해서 해석이나 타협이 필요한 공간 -여백- 이 별로 없다.


개인으로서 일본인은 대체로 경위가 바르고 원칙이 분명해서 모호한 구석을 찾기가 어렵다. 상하관계도 지나치다고 할 정도로 분명하다. 그러나 이런 개인들이 모여서 성립된 사회나 국가의 경우 동등한 권한을 가진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어떤 방식이든 경위를 따져서 분명하게 승패와 상하가 결정되어야 하는데 상대방이 동등한 권한을 가지고 일정한 양보를 전제로 하며 서로에게서 발견되는 오류, 또는 모순을 인정하자고 주장하며 타협을 요구할 경우 이에 응하는 것이 우선 심리적으로 난처한 것이다.


개인들이 만들어 내는 바른 경위들, 그 뒤에 감춰져 있는 작은 문제점들을 인정하고 세계인들과 공유할 수 있는 큰 경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지금의 일본과 일본인들에게 필요한 과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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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은 이재(利財)에 참 밝다. 지난해가 한중수교 30주년이었다. 그동안 그렇게 이재에 밝은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한국인들은 매년 최고의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한마디로 크게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다. 한국의 기업들이 참 대단한 일을 했다.


2023년 1/4분기, 한국의 대중국 무역수지가 30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그 규모도 한국이 거래하는 모든 교역국 중에서 가장 크다. 교역이라는 차원에서만 보자면 한중관계에 전대미문의 대격변이 일어났다는 느낌이다.


중국이 개혁개방 후 묵인해온 개체호(個體戶-소규모 자영업자)를 기업수준까지 상향 조정한 것이 1988년이다. 미국 경제지 포춘(Fortune)이 밝힌 2020년부터 3년간, 글로벌 상위 500개 기업 명단 중, 중국기업이 136개로 1위, 미국이 124개, 일본이 47개로 3위다. 알리바바 그룹 마윈(馬云)이 항저우 작은 아파트에서 첫 번째 온라인 판매 사업을 시작한 것은 1999년이다.


1992년, 타이완 타이베이, 동네 버스정류장 작은 매점, 주인부부와 친해졌다. 매점 옆에서 작은 세차장도 운영했다. 가끔 말끔한 신사가 와서 이들과 다정하게 대화하며 바쁜 일을 돕기도 한다. 무허가 세차장에 과태료고지서를 발급하러온 시청직원이었다. 심지어 수도와 전기도 무단으로 끌어다 쓰던 이 세차장은 필자가 그 곳을 떠나던 날까지 2년 6개월 이상 건재했다.


2007년, 베이징, 한국문화원을 개원하면서 정문 앞 아파트 단지가 마음에 걸렸다. 절반은 빈집인데다 철거직전의 폐허 비슷했다. 시청 관계자는 "대부분 전직 대사들이 살고 있거나 살았던 집이다. 세 번째 보상을 해주었는데도 막무가내로 버티니 방법이 없다."고 말한다. 2017년 한국문화원 개원10주년행사에 참석, 그 아파트가 여전한 겻을 보니 왠지 반갑기까지 했다.


2011년, 2012여수세계박람회 조직위원회의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후속사업 시찰단, 중국 관계자가 필자에게 한국 드라마'상도'를 보았는가? 묻는다. "장사란 이익을 남기기보다 사람을 남기기 위한 것이다."라는 대목에서 삶의 큰 교훈을 깨달았단다. 상업의 역사가 5천년을 넘고, "큰 상인은 상대방의 이익을 먼저 생각한다."는 좋은 상인들이 드물지 않았던 중국이다.


일찍이 중원을 제패한 한(漢)족에게 마지막으로 치욕을 안겨준 소수민족이 청나라를 세운 만주족이다. 한족으로서는 결코 용납이 쉽지 않았을 것인데 뜻밖에도 너그러운 시선들을 발견할 수 있다. 중화주의 무협소설의 대가 진융(金庸)의 처녀작이며 반청복명을 주제로 한 서검은구록(書劍恩仇錄)에서도 청나라 황제들에 대한 은근한 감정들이 느껴진다. 왜 그럴까?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다. 이재에 밝은 중국인들에게 토지는 모든 이윤을 생산해 내는 기본이다. 지대물박(地大物博)은 중국을 대표하는 특성으로 자주 인용된다. 중국이 현재의 영토와 비슷하게 역사상 최대의 강역을 확고히 하는데 크게 기여한 것이 청나라 4대 황제 강희제(康熙帝)다. 대만, 만주, 연해주 등을 중국에 복속시켰다. 중국인들이 좋아할만 하다고 생각한다.


중국인들은 이재에 밝다. 이재에 밝은 중국인들의 나라에서 국가가 국민들의 이익 쟁취를 위한 노력에 관대한 것은 비교적 자연스럽다. 다만, 국가의 이익과 국민의 이익이 늘 일치하지는 않는다. 국가나 국민이나 이재의 기반, 영토에 관한 집착은 강력하다. 같은 사회주의 국가인 소련, 베트남과 영토전쟁도 불사했다. 신장, 티베트, 대만문제 해결이 어려운 이유다.


중국의 국기 -오성홍기- 는 설계자가 확실한 현대의 작품이다. 오성홍기의 제작이념에 어울리게 중국이 큰 이재 -세계인의 이재- 라고 할 수 있는 지구촌의 지속발전 가능성에도 밝아지고 있는지가 늘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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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감성이 풍부하다. 인정이 많다고 이야기되기도 한다. 조금은 무뚝뚝하고 감정표현이 서툴러서 사귀기가 쉽지 않은 사람들이라고 여겨지는 경우도 꽤 있는 것 같다.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가와 상관없이 한국인은 지나간 50년 동안 가장 큰 성공을 이룬 지구인에 속한다.


한국인들은 자신들의 높은 감성지수, 공감지수를 잘 활용했다. 4.19의거, 광주시민혁명, 촛불시위처럼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참여하는 시민운동을 전개하여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사례라고 한다.


BTS, 기생충, 오징어게임, K-Pop, 한국어 등으로 대표되는 소위 한류의 바람이 지구촌 곳곳에서 불고 있다. 코로나19로 주춤하기는 했지만 수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을 찾았고 그만큼이나 많은 한국인들이 전 세계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50년 전에는 생각도 못했던 일들이다.


반면에 제2차 세계대전 결과 탄생한 분단국 중 아직도 분단 상태로 남아있는 국가가 한국이다. IT강국 남KOREA처럼 핵개발로 전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는 불량국가 북KOREA도 우리의 반쪽이다.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국의 오명도 우리의 것이고 식량이 부족해 국민들을 배곯게 하고 있는 것도 우리의 반쪽 북KOREA의 실상이다.


한중일 3국 중에서 정치적 갈등이 가장 첨예하고, 지역적 편견이 아직도 상당한 힘을 발휘하며 남녀노소간의 간극이 사회를 불안하게 하는 실질적 현안으로 급속히 떠오르고 있는 나라가 한국이다. 한국인의 풍부한 감성의 부정적 조력의 결과라면 지나친 생각일까?


한국의 태극기는 한국인의 풍부한 감성과 어울리게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백색바탕위에 건곤감리의 4괘가 하늘, 땅, 물, 불을 상징하고 파랑과 빨강의 태극은 음과 양을 나타내는데 서로의 연결 형태에서 역동성과 함께 상호조화의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다.


웅혼한 대륙의 기운으로 뿌리를 내리고 변화무쌍한 해양의 기운으로 줄기를 만들어 한반도의 주인이 된 한국인들이 주어진 환경의 장점을 제대로 활용하여 풍부한 감성을 지닌 창의적 시민으로 스스로를 연마해 내고, 지금의 한국을 일으켜 세운 것은 자랑할 만한 업적이다.


그 위대한 업적을 완성하기 위해서 한국인들은 자신들의 뛰어난 감수성을 남북관계는 물론 사회내부 갈등해소와 주변국들과의 효율적인 외교관계 정립에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행정사법인 CST가 주일 한국문화원이 주최하는 '이어령 1주기 추모 특별전'의 실행을 맡았다. 4월 25일까지 진행되는 이 전시회가 한일양국의 밝은 미래를 위한 감성의 교류와 두 나라간의 큰 경위를 바르게 세우는데 작은 역할이라도 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 박영대 행정사법인 CST 공동대표



문화체육 전문 행정사 법인 CST는

문화예술, 콘텐츠, 저작권, 체육, 관광, 종교, 문화재 관련 정부기관, 산하단체의 지원이나 협력이 필요 한 전반 사항에 대해서 문서와 절차 등에 관한 행정관련 기술적인 지원을 포괄적으로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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