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기부터 'LCC는 중 정비능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악선전이 많았다.
독립형 K-LCC 대부분 해외에서 정비를 하기 때문에 신속한 대응에 문제가 있다. 이로 말미암아 기존항공사 대비 상대적으로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이 꽤 오랜 기간 상존했다.
이처럼 '해외 중정비'는 K-LCC의 안전문제를 지적하는 단골소재였다. '중정비'라는 어감 때문일까? 게다가 항공기 정비를 자체가 아닌 데다 국내도 아니고 해외에서 해온다고 하니 더 솔깃한 소재였다. 'A항공사는 해외에서 중정비를 받는다'는 지적은 심각한 문제가 있는 항공기를 자체적으로 정비하지 못하고 해외시설에 의존한다는 의미로 해석되었다.
항공기 정비에 관한 원론적인 원칙은 기존항공사든 K-LCC든 모든 국적항공기는 운항과 관련한 사실상 모든 것을 감독하고 관리하는 항공당국의 승인을 받은 매뉴얼에 따라서 시행해야 한다. 우리 정부도 ICAO(국제민간항공기구)에서 정한 규정에 따라 관련법과 규칙 등을 정해 국적항공사의 안전성을 철저하게 감독하고 세세하게 지도 관리한다.
그래서 항공기는 정해진 비행주기 또는 비행시간마다 법으로 정해진 점검 또는 정비를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 항공기 정비는 운항정비와 공장정비로 분류하는데, 운항정비는 일선에서 시행하는 비행 전 점검과 비행 중간 점검, 비행 후 점검 등으로 구분된다. 또한 일상적으로 운항 시작과 종료 후 보잉이나 에어버스 등 제작사의 운영기준과 각종 기기상태가 일치하는지 등의 여부를 확인하는 일상적인 일일점검부터, 정해진 시간마다 진행해야 하는 A~D체크로 구분된다.
항공기 정비는 작업 수준과 강도에 따라 A∼D체크로 나뉘며, A체크가 항공기의 각종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는지 점검하는 수준이라면, '중정비'라 부르는 C체크부터는 점검의 강도가 높아져 오랜 운항으로 피로가 누적된 부분이 생겼을 가능성까지 체크하는 단계이다. 즉, 깨지거나 손상된 부품이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좌석부터 엔진까지 항공기 내·외부를 뜯어 살핀다. 항공기 출입문 쪽에 있는 비상탈출 슬라이드는 한 차례도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상태를 점검하게 된다. 통상 7~14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K-LCC들은 모든 일상정비를 해외가 아닌 자체적인 정비사를 통해 실시하고 있다. 진에어와 에어부산 등은 모회사 또는 계열 정비업체에서 위탁정비를 통해 수행하고, 나머지 항공사는 두 가지 방법을 혼합한 방식이다.
그리고 '중정비'는 심각한 결함이 있는 항공기를 수리하는 것이 아니다. 오해의 시작은 '중정비'로 불리는 C체크라는 점검단계에서 비롯됐다. C체크와 D체크를 통상 '중정비'라 부르는데, 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집적된 기술력과 인프라가 필요하다. 또 중정비는 일상적인 점검이 아닌 정해진 주기에 맞춰 진행하는 것으로 돌발적인 정비상황이 발생했을 때의 대응능력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통상 6000~7000시간 정도 일정시간 비행을 한 항공기를 검사하는 것이다. 즉, 정해진 시간마다 점검을 받는 자동차 정기점검 성격과 유사하다.
따라서 C체크는 '중(重)정비'라는 용어보다는 '정기점검'이 더 적절해 보인다.
정기점검이 마치 중요한 정비를 자체적으로 하지 못해 해외에서 해오는 것으로 오해를 사게 만든 것이다. 사람으로 치면 주기적으로 받는 건강검진인 셈이다. 문제가 있는 항공기를 정비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시간 비행을 하는 동안 눈에 보이는 곳은 물론 각종 부품의 내부까지 초정밀 장비를 활용해 점검하는 단계다.
이는 법으로 정한 안전점검이다. 때문에 보잉이나 에어버스 등의 제작사 인증과 해당정부의 허가를 득한 정비처에서만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항공기 제작사와 해당국가의 항공당국, 미국 연방항공청, 그리고 점검의뢰를 하는 항공사를 관리·감독하는 국가까지 승인을 해야 한다. 즉, 우리나라 항공사들이 해외 중정비를 받으려면 해당시설은 우리 정부의 철저한 승인을 받은 곳이라야 한다는 얘기다.
-양성진 항공산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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