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척척박사] 2-1. 새만금잼버리의 교훈&과제

발행:
채준 기자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참가한 스카우트 대원들이 폐영식과 K팝 슈퍼 라이브 콘서트에 참석하기 위해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머니S 장동규 기자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참가한 스카우트 대원들이 폐영식과 K팝 슈퍼 라이브 콘서트에 참석하기 위해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머니S 장동규 기자

케이팝 피날레로 마감한 잼버리 2023년8월11일 주말 저녁이었다.


전날까지 6호 태풍 카눈이 세찬 빗줄기와 강한 바람을 동반하여 한반도 전역을 훑고 올라오고 있었다. 세계에서 모인 4만3000여명의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원들은 그 며칠 전에 태풍을 피하여 1000여 대의 버스에 나누어 타고 새만금 잼버리 야영장을 빠져나왔다. 마음졸이던 시간이 지나가고, 상암월드컵경기장에는 붉은 악마의 함성 대신 전 세계에서 모여든 스카웃 대원들의 환호와 스마트폰 불빛으로 가득 찼다.


잼버리가 열린 새만금은 작열하는 태양 아래 나무 그늘 하나 없는 드넓은 벌판이었다. 그 위에서 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유례없이 강한 태풍의 위협을 당하면서도, 오로지 대회의 피날레로 예고된 케이팝 대공연을 기다리면서 세계 159개국에서 모여든 스카웃 대원들은 열흘 동안의 변화무쌍했던 고난과 다양한 도전과 어려움을 참아왔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새만금 잼버리는 마지막 '구원투수'가 되어버린 케이팝 공연으로 마감하는 상황이 되었다.


잼버리 참가자들은 기대와 설렘의 눈망울을 굴리며 케이팝 스타들의 노래와 춤을 온몸과 마음으로 맞이하고 즐기고 함께 했다. 그냥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하면서 웃고 소리치고 노래를 따라 했다. 그 유명한 떼창으로 하나가 되었다. 연신 스마트폰 불빛을 비추면서 순수하고 열정적인 감동을 여과 없이 표출하였다. 2시간 넘게 오롯이 상암벌을 젊음의 축제로 불태웠다. 잼버리 실패를 케이팝 공연으로 반전시킨 순간이었다.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의 기본적인 지향점은 극기훈련과 팀스피릿을 익히며 지구인으로서의 봉사와 헌신을 배우고 체득하는 일이다. 급격한 고온현상으로 인하여 대회의 운영 미숙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어쩌면 지구 온난화와 기후의 급변을 온몸으로 체험하는 기회였다. 그리고 변화무쌍하며 다이나믹한 대한민국의 모든 것을 압축적으로 보여준 기간이 되어버렸다. 세상에 이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대회는 없었을 것이다.


그 모든 과정을 견디면서 마지막에 선물 같은 케이팝 대공연은 단비처럼 시원한 소나기처럼 세계 스카우트 대원들 하나 하나에게 다가갔다. 스타들이 공연 중에 길게 뻗은 일자형 무대 위를 걸어 나오면서 스카웃 대원들과 눈 맞추며 교감하고 함께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서로 진정한 지구의 친구라는 일체감을 만끽했다.


그날 상암경기장에서 열린 케이팝은 한국 현대 공연예술의 에센스를 다 보여준 기회였다. 그 주인공은 정치인도 공무원도 아닌, 오로지 케이팝 스타들과 세계의 젊은이들과 공연예술을 묵묵히 일궈낸 무대예술 전문가와 스텝들이었다. 무대와 객석이 하나 된 공간과 순간, 그것이 이번 2023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의 피날레 행사의 절정이었다!


잼버리의 실패를 만회한 케이팝의 저력과 예술전문가들의 헌신

필자는 케이팝의 위대함을 찬양하려는 게 아니다.


위대함을 넘어서 정말 고귀한 사명을 다해주었다고 느낀 것이 이번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의 잼버리를 위한 피날레공연이었다.


지금 케이팝이 세계 대중음악을 명실상부하게 선도하는 위치로까지 올라왔다는 점에 대하여 경이롭게 바라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출발점이 무엇일까? 이 점을 말하고자 한다.

하나의 사건이나 정책이나 역사적 상황이 규정되기까지는 무수히 많은 인과관계를 맺게 된다.


물론 오늘날 케이팝으로 상징되는 한국의 대중문화예술이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고 사랑받고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확산하는 데에는 많은 요인들이 작용하였다. 무엇보다도 한국인의 신명과 열정, 탁월한 역동성과 창의성, 지칠 줄 모르는 인내와 집념, 그리고 치열한 경쟁을 일상으로 생각하는 젊은이들의 의식, 전문가의 경지와 프로의 경지에 도달하고자 하는 욕망, 그리고 반드시 이루어내고야 마는 근성, 그리고 즐기는 경지에 이른 젊은이들의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는 태도, 팬들에게 성심을 다해 다가가고 배려하는 마음, 그리고도 더 많은 장점과 특징들이 있을 것이다.


이에 더하여 국가적으로 볼 때 역사발전단계에서 특정 시기에 가장 적합한 지도자가 나타나고 최적의 정책적 결단을 통하여 다음 단계 발전의 기폭제가 되거나 정책의 기반을 닦아나가는 일이 선행되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어떤 정책과 사업의 분석에 있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다.


문화개방의 힘, 한국문화 경쟁력의 원천

오늘날 케이팝을 필두로 하는 한국문화가 글로벌 차원의 선도적인 실력발휘와 인기와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기까지에는, 대한민국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놀던 보호 정책의 틀을 벗어나는 사건이 있었다.


광야에 던져진 호랑이 새끼처럼 한국의 대중문화가 가장 강력한 경쟁의 무대 위에 던져진 순간이 바로 2000년대 초반 일본 대중문화의 개방이라는 정책환경에 처한 것이다. 이후의 한국대중문화 발전의 성과는 이를 가장 지혜롭고 효과적으로 잘 대응해낸 덕분이라 하겠다.


김대중 대통령은 일본대중문화 개방에 즈음하여 다음과 같이 말했다. "문화 쇄국주의는 안 된다. 문화는 가두어 두어서도 안 되지만 가두어 둘 수도 없다.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만나야 한다. 우리는 중국에서 불교와 유교를 받아들였지만, 수용만 한 것이 아니라 해동불교와 조선 유학으로 창조적인 발전을 해서 반대로 중국에 영향을 주었다. 백제문화가 일본문화의 터전이 되었다. 문화는 서로 교류할 때 더욱 풍성해진다. 당당하게 자신감을 가지고 일본 대중문화 개방에 두려움 없이 임하라." 이는 20여년전 김대중 대통령이 일본대중문화 개방에 즈음하여 직접 발언한 내용이다.


이때로부터 우리나라의 대중문화는 일차적으로 일본과 경쟁을 해야만 했다. 그러나 막상 개방을 하고 보니 우리는 나름 할만하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그래서 후속 개방이 순차로 이루어질 수 있었고 우리나라의 대중문화도 경쟁력을 갖추어나갈 수 있었다. 나아가 한국 대중문화의 일본진출이 이후 케이팝을 비롯한 한류의 도약에 결정적인 전기가 되었다.


오늘날 세계 젊은이들과 많은 한류 팬들이 한국의 문화뿐 아니라 이를 표현하는 한글과 한국의 자연과 도시와 한국상품에 이르기까지 연쇄적으로 애호가가 생기고 팬덤을 형성하게 된 데에는 바로 이 같은 문화개방을 통한 경쟁의 운동장에 나선 때문이었다.


해법은 올바른 문화거버넌스의 작동에서

잼버리 대회도 세계 청소년들의 가장 의미 있는 극기체험의 기회일 뿐 아니라 세계적인 자연과 도시를 체험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교감하며 다양한 문화를 접하는 기회이다. 주최국은 이를 통하여 지구의 미래 세대에게 주최국의 모든 것을 알리고 좋은 관계를 맺는다. 여기서 문화거버넌스가 작동되는 것은 필수이다.


새만금 잼버리대회의 기획과 준비 운영에서 보여진 거버넌스는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이요 무작위의 연속인 것처럼 보였다. 조직위원장이 복수인데 누가 최종 책임을 지는지 모호했다. 집행위원장은 전북도지사인데 과연 철저히 준비하고 현장을 꼼꼼히 챙겼는지 의문이다. 조직위 직원들은 직무와 과업을 효과적이고 충실하게 수행하였는지? 예산집행의 방만성 여부, 기본 중의 기본인 화장실, 해충구제, 안전관리 등 행사 관련 직접비의 충분성 여부와 인력과 시설 장비 배치는 적정했는지? 감사를 통하여 제반 문제점이 밝혀지겠지만 이건 도저히 21세기 대한민국의 정상 행사조직이라고 볼 수 없는 상황이 노출되었다.


이상고온 비상사태라고 하더라도 그에 맞춰 긴급대책이 필요 충분하게 수립 시행되었어야 했다. 앞으로 더 많은 국제문화관련 이벤트가 있을텐데 문화거버넌스의 확립과 실천이 시급하다.


국제적 수치를 넘어서 신뢰 회복을 위한 공직윤리와 애국심을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 영국스카우트 팀 설마리 추모공원 방문 /사진=임한별(머니S)

언제까지 사후약방문과 땜질처방만 할 것인가? 새만금 잼버리 기간은 세계 최고의 전자정부 수준, 한국문화의 글로벌화에 무색하게 비상식과 직무유기, 무작위로 점철된 국제적인 수치의 기간이었다.


해법은 간단하다. 국제적인 행사에서 정말 국가의 위신과 국민의 자부심에 부응토록 정치는 정치적인 판단과 결정을 잘 해야 한다는 건 기본이다. 행정은 행정가들이 자신의 직무를 무한 책임진다는 자세로 수행했어야 했다. 보고 시점을 놓치지 않고 문제의 해법과 대안을 적시에 제시하고 해결하였어야 했다.


도대체 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가? 보고계통의 모든 정무직과 공직자는 어떤 형태든 크고 작은 책임을 짐이 정상이다. 법적 책임뿐 아니라 행정적 윤리적 책임을 모두 일컫는다.


거버넌스는 협력과 참여와 역할분담을 기본으로 하는 21세기 행정의 기본이다. 공동조직위원장을 두는 이유가 뭔가? 관계부처의 역량을 극대화하여 대회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상호점검하고 협력하며 역할 분담하라는 것이 아닌가? 책임회피의 핑계로 삼으라고 공동조직위원장을 둔 것이 아니지 않은가?


문제 된 부분을 정반대로 바로잡으면 된다. 계선상의 어느 한 라인이라도 충직한 책임감을 가지고 보고하고 조치하고 결단했다면 이런 최악의 상황은 나타날 수가 없는 게 행정이요 정책집행이다. 우리나라의 대다수 행정인 들은 매우 우수하고 선발된 인재들이다. 다만 그들의 공직윤리와 국가와 국민에 봉사하고 충성한다는 의지가 과거 산업화시대나 민주화 시대의 선배공직자들만큼 투철한지는 되묻고 싶다.


지금의 고도화된 한국의 산업과 첨단기술과 국가운영체제와 경제적인 성과들이 지속 가능하려면 문화적인 탄탄함이 기저에 충실히 다져져야 한다. 그것은 정신문화와 의식개혁과 글로벌 마인드와 인류보편적 가치로 무장한 새로운 인식을 포함한다. 지금은 변화의 사이클과 속도가 지난 세기에 비하여 몇분의 1로 단축되었다. 빠른 변화 속에 있다. 조금만 한눈을 팔면 뒤처지는 격랑의 세계정세 속에서 우리는 경쟁하고 살아남아야 한다.


새만금을 탈출하여 전국으로 흩어진 잼버리들에게 최선을 다해서 다양한 한국문화의 진면목을 보여준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잘나간다고 생각할 때 더 다지고 점검하고 전진의 동력을 예비하자. 수시로 위기경보가 울리는 상황에서 새로운 시스템이 정비되고 작동하게 하자. 그것이 새만금 잼버리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는 길이다.


-박광무 행정사법인 CST 대표


문화체육 전문 행정사법인 CST는

문화예술, 콘텐츠, 저작권, 체육, 관광, 종교, 문화재 관련 정부기관, 산하단체의 지원이나 협력이 필요한 전반 사항에 대해서 문서와 절차 등에 관한 행정관련 기술적인 지원을 포괄적으로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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