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의 9개나 되는 K-LCC 숫자는 글로벌 차원에서 봐도 LCC 최다 보유국이다.
그렇다고 국가 차원에서 LCC 설립을 지원하거나 부추긴 적도 없고, LCC 경쟁력을 위한 정책적 배려도 없었고, 더욱이 대한민국이라는 국토의 지리적 조건은 항공사의 과밀을 낳을 형편이 못된다.
이처럼 부적합하고 불리한 조건을 다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이처럼 많은 수의 K-LCC를 양산해 내고야 말았다.
그런데 K-LCC 시장이 여전히 확장 중이다. 유독 우리나라 항공시장은 유기체처럼 변화무쌍하기 이를 데가 없다. 그나마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3개사는 모회사들의 합병계획에 따라 타의적 합병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의 합병이 모회사의 뜻에 따라 그리고 금융당국의 뜻에 따라 그들 모두가 바라는 바처럼 순조롭게 마무리될지는 기다려봐야 안다. 이미 조짐이 수상하다. 과거 에어부산을 만들어냈던 주역들인 부산시와 부산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하는 지역 기업인들이 최근 '에어부산 존치를 위한 TF'를 구성해서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이 달 안에 인수방법을 확정해 주채권단인 KDB산업은행에 분리매각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한다. 에어부산 지분구조는 아시아나항공이 최대주주로 41.9%를 보유했다. 이어 부산시 2.9% 외에도 동일홀딩스, 서원홀딩스, 아이에스동서, 부산은행, 세운철강, 부산롯데호텔, 원스틸 등 지역기업이 13.2%를 보유하고 있다. 지역 기업들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의 에어부산 인수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3개사 합병의 '메가 LCC' 탄생은 물 건너간다는 의미이다.
이 와중에 국토교통부는 지방공항에서 운항하는 '소형항공운송사업자'(소형항공사)로 등록하기 위한 항공기 좌석수 기준을 50석 이하에서 80석 이하로 높이는 항공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좌석제한 완화는 개항을 준비 중인 울릉공항, 서산공항, 백령공항 등 섬 지역의 공항건설을 돕겠다는 취지이다. 울릉공항은 2026년, 서산공항은 2028년, 백령공항은 2029년 개항을 목표로 추진중이다. 이들 섬 공항 건설계획에 따라 이미 각 지역마다 섬 항공사 설립 붐이 일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전 세계 LCC 최다 보유국에서 소형항공사마저 최다보유를 넘보는 모양새가 된다. 조만간 소형항공사 춘추전국시대가 다시 열릴 조짐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소형항공사들이 전국의 각 지방공항에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가 지금은 모두 없어졌거나 운항이 중단된 상태이다. 그만큼 수익성이 떨어지고 우리 여건에 소형항공사가 맞지 않았다는 결론이 난 상태였다. 소형항공사 가운데 최후까지 버텼던 울산공항 기반의 하이에어는 직원들의 급여를 주지 못해 운항이 중단된 이후 매각절차가 진행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한때 K-LCC 업계 2위 자리를 놓고 진에어와 경쟁하던 에어부산, 그리고 플라이강원과 하이에어 등이 순위에서 밀리거나 재정적 어려움을 겪은 이유는 수도권 공항 대비 수요가 현저히 적은 지방공항을 거점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 항공시장은 충분히 포화상태인 가운데 지방공항은 수요확보가 불확실하고 이에 따른 재무 안정성이 불안한 구조적 문제가 늘 상존할 수밖에 없다.
2022년 6월 기준 최근 5년간 각 공항별 당기순이익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인천공항을 제외한 전국 14개 공항 가운데 10개가 매년 적자를 보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의 제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2021∼2025)은 신공항을 계획하고 있거나 건설 중인 곳이 제주제2공항, 새만금 신공항, 대구공항 이전, 가덕도 신공항, 울릉공항, 흑산공항, 백령공항 등 7곳에 이르고 있다. 여기에 최근 충남 서산공항까지 가세했다. 이들 모두 2030년 이전에 개항을 추진하고 있다. 불과 7년 안에 8개의 공항이 더 생긴다고 한다.
신공항을 추진하고 있는 지역마다 물류, 여객 등을 바탕으로 대기업 유치, 일자리 창출 등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나 정치권이나 지역이나 이들 공항이 개항해도 상당수의 해당 공항은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경험으로 다 안다.
항공업계 안팎에서는 '1공항 1항공'의 도식이 깨져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크든 작든 공항이 생기면 그 다음은 항공사 설립작업에 총력을 기울인다. 항공사가 없는 지방공항마다 지역민들의 의기투합과 정치권의 표심이 어우러져 '우리 항공사'를 경쟁적으로 만들어내는 틀이 깨져야 그나마 다 사는 길이다. 현재 운영중인 15개 공항과 비슷한 숫자인 12개 항공사(운항중단중인 항공사 포함)가 있는데, 7년후에는 공항이 23개가 된다. 이대로 가면 2030년쯤에는 소형항공사까지 포함해 총 20여개의 올망졸망한 항공사 보유국이 되어 있을 것이다.
-양성진 항공산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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