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업자와 설립한 법인에서 빠져 나오고 싶을 때는 미리 OOO 장치를 마련해야한다.
동네 작은 가게부터 IT 스타트업까지 창업을 시작할 때 홀로 시작하는 것에는 늘 실패의 두려움이 뒤따른다. 각자의 전문성을 결합한 '공동 창업'은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효과적인 전략으로 각광받는다. 그러나 장밋빛 전망으로 시작했던 동업 관계가 쓰디쓴 법적 분쟁으로 끝나는 사례 또한 부지기수다. 사업의 성공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관계의 관리'이며, 그 핵심은 '잘 만든 계약서'에 있다.
동업의 형태는 창업자끼리 개인간 인적 결합체를 형성해서 '조합'의 방식으로 할 수 있고, 공동으로 별도의 법인격을 가지고 있는 주식회사를 설립하여 창업자들이 '주주'이자 '공동대표이사'라는 이중적 지위를 가지는 방식으로도 할 수도 있다. 실패하더라도 책임의 범위를 제한하고 향후 좀 더 큰 규모로 키우기 위한 목적으로 '법인(주식회사)'을 설립하는 방식을 많이 선택하게 되는데, 이들의 관계를 규율하는 것은 '상법'과 '주주간 계약'이다. 스타트업이 벤처캐피탈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는 경우에는 그들이 제시하는 주주간 계약서를 이용하면 되나, 순수하게 개인들 사이에 공동 투자하여 법인을 설립할 경우에는 많은 창업가들이 '이런 것까지 문서화해야 하나?'라며 계약서 작성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
사업이 어려워지거나, 반대로 너무 잘 되어 이익 분배에 이견이 생기거나, 혹은 한 명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동업을 계속할 수 없게 되는 등 예측 불가능한 변수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이때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문제가 바로 '지분(주식) 처리' 문제다. 비상장 법인의 주식은 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되기 어려워, 동업자가 인수해주지 않으면 투자금은 그대로 회사에 묶이게 된다. '출구'가 막혀버리는 것이다.
이러한 교착상태(Deadlock)를 방지하고 '아름다운 이별'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법적 장치가 바로 '풋옵션(Put Option)' 조항이다. 주주간계약서에 포함되는 풋옵션은, 특정 조건이 충족되면 한 주주가 다른 주주에게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사전에 정한 가격으로 매수하라고 청구할 수 있는 권리다.
예를 들어, 창업자 A와 B가 "설립 2년 후까지 목표 매출을 달성하지 못하면, A는 B에게 자신이 출자한 원금 가격으로 주식 전부를 매수 청구할 수 있다"고 약정하는 식이다. 이는 사업의 불확실성에 대한 안전장치이자, 각자의 책임과 목표를 명확히 하는 긍정적인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단기간의 참여를 고려하는 창업 파트너에게는 합리적인 퇴로를 보장해줌으로써 오히려 유능한 인재의 참여를 유도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우리 법원 역시 계약 자유의 원칙을 존중하여, 주주 간의 풋옵션 약정의 효력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다만, 그 권리가 실제 분쟁에서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매매 가격 산정 방식', '행사 조건', '행사 기간 및 방법'이 추상적인 문구가 아닌, 명확하고 객관적인 기준으로 명시되어야 할 것이다.
성공적인 동업의 첫걸음은 서로의 등을 믿고 맡기는 것이지만, 그 완성은 각자의 권리와 책임을 명확히 하는 계약서에 있음을 기억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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