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과 지역사회는 지역소멸, 기후변화, 지정학적 요인들로 인해 지속가능성이 흔들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조업도 경쟁력을 잃을 수 있는데 AI(인공지능)가 구세주 같이 나타났다."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지난 24일 울산시 울주군 울산전시컨벤션센터(UECO)에서 열린 '울산포럼'에서 AI의 등장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그는 "기업의 품질, 원가, 안전관리, 의사결정 등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AI를 통해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나고 있다"고 했다.
최 의장은 또한 이날 클로징 세션에서 "산업적으로 우리가 신뢰하고 있던 든든한 힘들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느낌이다"며 "중국이 잘되면 우리가 잘되고, 미국은 우리 편이라는 기존 공식이 더는 유효하지 않다"고 밝혔다.
최 의장은 "경쟁력을 잃어간다는 우려 속에 AI가 구세주처럼 등장했다"며 "기존 인식이 변화할 때 AI와 함께 제조업이 부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연사들은 AI를 산업 현장에 적용해야 하는 이유들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는 AI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읽혔다.
기조 강연자로 나선 바둑기사 출신 이세돌 유니스트 특임교수는 "AI 이용을 넘어 AI 활용이 중요하다"며 "(바둑에서도) AI를 활용하는 상위랭커와 그렇지 못한 하위랭커 격차는 더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AI 시대가 도래한 후 대국 초반 3.3(바둑판의 3행·3열 위치)에 돌을 두는 것이 정석이 된 사례를 소개했다. 정석을 교육받은 인간 기사는 그렇게만 두지 않지만, "고정 관념이 없는" AI 알파고 마스터가 두면서 유행처럼 번졌다.
울산에 기반을 둔 제조업 기업들은 AI를 산업 현장에 적용한 사례를 소개했다. 울산 제조업을 상징하는 SK울산콤플렉스, 현대차의 AX(AI 전환) 사례가 공유됐다.
예컨대, SK에너지는 AI솔루션 기업 인이지와 협력해 잔사유 수첨 탈황공정(RHDS)에 AI솔루션을 도입했다. 기존에 축적된 원료 투입량, 반응기 내부 온도, 산소량, 운전 조건, 반응 물질 비율을 토대로 디젤 품질을 예측하는 기술이다.
박시하 인이지 이사는 "품질, 기준에 맞춰 (정유 장비) 운전자에게 가이던스도 제공한다"며 "이를 통해 디젤 품질의 예측 오차를 기존 대비 75% 감소시켰고, 유틸리티 비용도 2% 감소했다"고 전했다.
울산포럼은 올해로 4회째를 맞는다. SK그룹과 울산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지역사회와 직면한 다양한 사회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시작했다. 그룹 내 대표 지식경영 플랫폼인 이천포럼의 경험을 울산이라는 지역 사회와 함께 나누기 위한 시도다.
한편 최 의장은 포럼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그룹 조기 인사설에 대해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차세대 경영자를 육성하느냐 두 가지 관점에서 보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대한유화와 나프타분해설비(NCC) 통폐합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는 관측에 대해서는 "잘 진행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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