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에게 피지컬 AI의 대명사 '아틀라스'로 유명한 보스턴다이내믹스. 이 회사를 30년 넘게 이끌어온 로버트 플레이터 최고경영자(CEO)가 전격 사임을 발표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현대자동차그룹의 로보틱스 비전을 상징하는 계열사이자 그의 사임은 로봇 산업계에 커다란 파장을 던지고 있다.
플레이터 CEO의 근무 기간은 이달 27일까지이며 그는 최근 사내메일을 통해 직원들에게 이 사실을 알린 바 있다. 후임자는 아직 미정이지만 확정되기 이전까지는 아만다 맥매스터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임시로 CEO직을 이행한다.
플레이터 CEO는 업계의 화제성 인물이다. 1990년대 초 MIT 공학박사 출신으로 합류해 2족·4족 보행 로봇의 기술적 기틀을 닦고 미국 국방부의 고난도 과제를 수행하며 회사를 지켜온 기술 거물이다. 그의 퇴장은 단순히 개인의 은퇴를 넘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체질이 '연구소'에서 '상업 기업'으로 완전히 전환되었음을 상징한다.
실제로 플레이터는 구글과 소프트뱅크를 거쳐 2021년 현대차그룹에 인수되는 혼란기 속에서도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며 스팟(Spot)과 스트레치(Stretch) 같은 로봇들을 실험실 밖 실제 산업 현장으로 진출시킨 주역이다. 하지만 그의 뒤를 이어 재무 전문가인 맥매스터 CFO가 전면에 나선 것은 이제 현대차그룹이 로봇 사업에서 기술적 감탄을 넘어 실질적인 재무적 성과와 현금 흐름을 요구하고 있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자본시장에서는 이번 인사를 두고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업공개(IPO)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으로 해석하고 있다. 아울러 로봇 계열사를 분리 상장하거나 재편하여 그룹 전체의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려는 전략적 포석이 깔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자본시장 전략을 총괄할 투자자관계(Investor Relations, 이하 IR) 부서의 수석 책임자를 영입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IR 수석 책임자는 기관투자자 유치와 자본시장 소통을 전담하는 역할을 맡는다.
CES2026을 통해 이미 증명을 마친 보스턴다이내믹스에 대한 현대차그룹의 자신감은 상당한 것으로 풀이된다. 짧은 시간에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술력이 이미 전 세계 현장에서 증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4족 보행 로봇 스팟은 영국 셀라필드 원전 해체 사업장의 고선량 방사능 구역을 점검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포스코 제철소의 고온 설비를 점검하는 등 인간을 대신해 위험 지대를 누비고 있다. 물류 로봇 스트레치 또한 글로벌 유통 기업의 창고에서 상하차 반복 작업을 수행하며 인력 부족 문제의 대안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지난달 CES 2026에서 공개된 전동식 아틀라스(Atlas)는 유압 장치를 제거해 상업적 대량 생산과 유지보수의 효율성을 극대화한 모델로, 오는 2028년 현대차의 미국 조지아 메타플랜트 공장에 전격 투입될 예정이다.
결국 플레이터 체제의 종료는 현대차그룹 로봇 전략이 1단계인 기술 확보와 시범 적용을 마치고, 2단계인 본격적인 사업 수익성 검증 단계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앞으로 보스턴다이내믹스는 로봇이 실제 공장 가동률을 얼마나 높이고 인건비와 안전 비용을 얼마나 절감할 수 있는지 냉혹한 성적표를 받아들게 될 것이다. 또한 내부적으로는 로봇 도입에 반발하는 노동조합과의 갈등을 해결하고, 외부적으로는 기업 상장을 통해 막대한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로봇 선구자의 용퇴와 함께 시작된 '맥매스터 체제'는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기술적 호기심의 대상에서 벗어나 현대차그룹의 명실상부한 미래 수익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를 판가름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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