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르세데스-벤츠의 전 디자인 총괄 고든 바그너(Gorden Wagener)가 퇴임 직후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과거 베일에 싸여 있던 비밀 콘셉트카를 공개했다. 이번에 드러난 차량은 1970년대 모터스포츠 역사에서 전설적인 존재로 추앙받는 '300 SEL 6.8 AMG', 일명 '레드 피그(Red Pig, Rote Sau)'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모델이다.
이 콘셉트카는 2025년 11월 출간된 바그너의 저서 '아이코닉 디자인(Iconic Design)'에 수록된 것으로, 그동안 외부에는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던 이른바 '보관소 속의 유물'이다. 바그너는 이를 'unseen Showcar(보지 못한 쇼카)'라고 지칭하며 디자인 스터디 차원에서 제작된 비밀 프로젝트였음을 암시했다.
차량의 외관은 클래식한 메르세데스의 비율에 현대적인 서피싱 기술과 조명 시스템을 조화롭게 녹여낸 것이 특징이다. 전면부에는 거대한 크롬 그릴이 자리 잡고 있는데, 이는 최근 공개된 GLC EQ 등 차세대 벤츠 전기차 라인업에서 볼 수 있는 디자인 언어와 궤를 같이한다. 그릴 양옆으로는 수직으로 배치된 헤드라이트와 범퍼 하단에 장착된 원형 LED 링이 배치되어 강렬한 인상을 완성했다.
차체 전반은 에어로다이내믹을 고려한 유선형 실루엣을 갖췄으며, 과거 레드 피그의 상징이었던 붉은색 외장 컬러와 레이싱 리버리, 그리고 5스포크 알로이 휠을 적용해 정체성을 계승했다. 후면부 역시 차체를 가로지르는 얇은 LED 테일램프와 디퓨저에 통합된 LED 링을 통해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디자인의 모태가 된 오리지널 '레드 피그'는 1971년 스파 24시간 내구레이스에서 체급을 뛰어넘는 성능으로 클래스 우승과 종합 2위를 차지하며 무명의 AMG를 전 세계에 알린 기념비적인 모델이다. 당시 6.8리터 V8 엔진을 탑재해 428마력을 냈던 육중한 세단의 위용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현해낸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 콘셉트카가 양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기술적인 제약에서 벗어난 순수한 디자인 실험작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그너가 남긴 이 유산은 메르세데스-벤츠가 앞으로 선보일 차세대 S-클래스나 럭셔리 모델들이 과거의 유산을 어떻게 현대적으로 계승할 것인지에 대한 중요한 단초를 제공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비록 고든 바그너는 디자인 수장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이번에 공개된 레드 피그 콘셉트는 그가 추구했던 '감각적 순수미(Sensual Purity)'와 메르세데스의 역사적 정통성이 결합된 정점을 보여주며 자동차 팬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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