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스 에이전트2-라스베가스 잠입사건’은 산드라 블록의, 산드라 블록에 의한, 산드라 블록을 위한 영화다. 산드라 블록은 이 영화에서 제작과 주연을 겸해 이름값을 야무지게 해냈다.
전편인 ‘미스 에이전트’(2000)에서 FBI 작전수행의 일환으로 미스USA대회에 출전해 우정상을 거머쥔 산드라 블록이 이번에는 라스베이거스 쇼걸이다.
전편에서 미스 USA 테러사건을 막아내는 공을 세운 FBI요원 그레이시 하트(산드라 블록)는 이 작품에서 연일 사인공세가 이어질 정도로 스타급 인기를 누리지만 반대급부로 업무에 집중할 수가 없고 애인과 결별하는 아픔을 겪는다.
결국 상관의 뜻대로 FBI 홍보요원이 되지만 들꽃같은 야성미의 그녀가 온실속의 화초가 될 수는 없는 일. 결국 자신의 절친한 친구이자 미스 USA 수상자 헤더 번스(셰릴 프레이저)가 괴한에게 납치되자 상부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쇼걸로 변장해 사건에 뛰어든다.
그녀는 이 영화를 통해 자신의 대표작 ‘당신이 잠든 사이에’와 ‘투 윅스 노티스’ 등 로맨틱 코미디 걸의 매력에다가 액션 히로인의 가능성을 부가한다. 87년 영화 ‘행맨’으로 데뷔했지만 별 이목을 끌지 못하다가 93년 ‘데몰리션 맨’ 94년 ‘스피드’ 등을 거치면서 도약한 비결인 액션연기를 불혹의 나이가 무색하게 능란하게 구사했다.
한 해에 영화를 2~3편씩 찍으며 강행군을 해온 강철 체력 또한 이를 뒷받침해줬다.
출연작의 흥행 면에서는 극과 극을 달리지만 그녀는 옆집 아가씨 같은 용모에 특유의 편안하고 친숙한 감성으로 전형적인 조각미인과는 차별화되는 야릇한 매력을 이 영화에서 후회없이 발휘하고 있다.
한편 ‘미스 에이전트2’는 산드라 블록표라는 상표에 ‘여성 버디영화’라는 노림수를 뒀다. 극중 그녀와 내내 티격태격하는 불 같은 성품의 수사관 샘 풀러 역의 레지나 킹은 주연급의 로맨스가 배제된 이 영화에서 흑백을 초월한 강력한 시스터후드를 제기하고 있다.
전편에서 미스 우정상을 수상한 산드라 블록이 어렵게 사귄 친구 헤더 번스를 구하기 위해 주변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구해주러 달려가는 설정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 영화의 표면에 펼쳐지는 수천개의 빛나는 조명과 최첨단 유흥시설을 갖춘 세계적인 카지노 도시 라스베이거스, 그리고 3미터 길이의 여덟 겹 깃털과 크리스탈로 장식된 쇼걸 의상 등은 부수적인 볼거리일 따름이다.
시나리오 작가이자 감독으로 데뷔하기도 했고 영화제작사도 소유하고 있는 산드라 블록은 이 영화의 제작과 주연을 겸해서 전에 함께 일해본 감독 존 파스킨도 직접 고르는 영향력을 발휘했다.
이 작품의 작가이자 공동제작자인 마크 로렌스는 산드라 블록의 출연작 ‘포스 오브 네이처’ ‘미스 에이전트’ ‘투 윅스 노티스’ 등에서 그녀와 인연이 깊은 인물. 전편의 주요 출연진을 2편에 거의 그대로 포진시킨 것도 그녀의 인화력을 헤아리게 해주는 포인트다.
2001년 미국 9ㆍ11테러와 올해 남아시아 쓰나미 피해자들을 위해 거액을 쾌척한 한 고운 마음씨의 소유자 산드라 블록은 지난 96년과 2001년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된 바 있다.
한편 산드라 블록은 지난 94년 ‘스피드’를 통해 자신과 함께 초고속으로 무명의 늪에서 탈출한 동료배우 키아누 리브스와 한국영화 ‘시월애’의 리메이크판에 공동주연으로 나서서 한국팬들에게 한층 더 가까이 다가설 전망이다. 4월 1일 개봉.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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