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성이 누아르영화 '비열한 거리'(감독 유하·제작 싸이더스FNH 필름포에타)로 돌아왔다. 그가 맡은 역할은 저돌적이고 거칠기 이를데 없는 3류 조폭 병두. 가뜩이나 조폭이 단골인 우리 영화에서 남자 배우가 이를 비켜가기가 쉬운 일이겠느냐마는 두고두고 그 캐스팅이 화제가 된 건 하고많은 배우 중에 하필이면 조인성이 그 주인공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한 미소년 조인성은 그러나 일갈했다. "조인성이 남자로 돌아왔다는 건 모두 마케팅일 뿐이다." 조인성은 이미 남자였으며 고뇌하는 배우였다. 그는 이제야 먼 길을 돌고 돌아 자신을 가둬놓았던 예쁘장한 꽃미남 연하남의 틀에서 성큼 걸어나왔을 뿐이다.
"저 그냥 배우예요. 건달 역을 한다는 게 겁낼 일도 아니었고, 이상한 일도 아니죠. 하지만 '쟤가 어떻게 조폭 연기를 했을까'에만 신경을 쓰실까봐 걱정이 돼요. 제가 완벽한 조폭의 모습을 그려내겠다고하면 사실 현실성이 부족할 거에요. 얼마나 똑같나만 신경써서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모든 게 거짓말 같잖아요. 이건 비루한 어떤 청춘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시면서, 그 드라마를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조인성의 어조는 처음부터 분명했다. 하긴 그가 언제 부잣집 도련님이기만 했었나. 조인성에게 거친 사투리를 쓰는 건달 역이 처음은 아니다. 2001년 드라마 '피아노'에서 그는 걸쭉한 경상도 사투리와 주먹다짐이 몸에 밴 건달로 나왔다. 지금껏 그가 그려온 흔들리는 청춘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한 것도 그때였으리라. 이제야 어깨에서 조금 힘이 빠진 것 같다는 조인성은 "지금 생각하면 못봐주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다듬어지지 않은 몸짓에서 그의 남다른 가능성을 점쳤다.
조인성의 불안한 매력은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의 재민과 '봄날'의 은섭으로 이어졌다. 내 삶에 부족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듯 이죽대지만 실상은 한없이 정에 굶주린 캐릭터 속에서 조인성은 더욱 빛났다. 웃다 울다 흐느끼다 소리지르는 조인성은 정말 통제불능 같았지만 한없이 안쓰럽고 사랑스러웠다.
그리고 그가 아니고서는 생각할 수 없는 복잡다단한 캐릭터이 생겨났다. 사람들은 재민이가 조인성같고, 은섭이가 조인성 같아서 더욱 마음을 졸였다. 섬세하고 여려서만은 도저히 살 수 없을 듯한 세상에, 더욱이 온갖 소문과 음해가 난무하는 연예계에 여린 소년 하나를 버려둔 심정이랄까.
더욱이 이번에는 협잡이 난무하는 비열한 도시의 건달이다. 거리의 법칙이 몸에 밴 거친 남자의 몸 깊은 곳에는 분명 상처받기 쉬운 여린 영혼이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이젠 너밖에 남지 않았다는 눈빛을 쏘아보내는 조인성의 옆에 '너는 내 편 맞지?'란 글귀가 떠오르는 티저 광고를 보면 추측은 확신으로 굳어진다. "이렇게 잘 생긴 사람은 처음 봤다"면서도 "눈 속에 어딘지 모를 비열함이 느껴져" 조인성을 캐스팅했다는 유하 감독은 그 눈 속 더 깊은 곳에 자리한 외로움도 함께 읽어냈음에 틀림없다.
"너무 정직해서는 살 수 없는게 현실이라면 현실이겠지요. 제 이미지가 그런 현실이나 거친 깡패와 맞지 않아서 결과가 궁금하시다면 그 점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거예요. 하지만 어색하지 않았다는 것, 힘들지 않았다는 것만은 말씀드리고 싶어요. 친한 친구들에게는 상소리를 해가며 절대 좋은 말을 해주지 않느 보통 남자들처럼, 저 역시 그대로 살아가고 있어요. 그리고 사람이 다 똑같은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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