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부활'의 열성팬들에게 이동규란 이름은 낯설어도 '스티븐리'라는 이름은 쉽게 잊을 수 없다. 주인공 엄태웅을 도와주다가 마지막에 그를 칼로 찌른 사기꾼. 연극계에서 잔뼈가 굵을 대로 굵었지만 그동안 무명에 가까웠던 이동규는 이 한 편의 드라마로 사람들에게 얼굴을 알렸다.
영화 '와일드 카드'에서 퍽치기 두목으로 출연했고, '썸'에서는 마약 범죄자로 등장했으며, 첫 영화인 '욕망'에서는 게이로 등장했지만 그는 그동안 무명의 설움을 곱씹어야 했다. 이선균, 유선 등 한국예술종합대학 동기들은 제각기 두각을 드러내고 있지만 늘 제자리인 것 같아 한 때는 조바심도 냈다.
"수많은 오디션에서 떨어지고 최종에서 인지도에서 밀려서 떨어지고...처음에는 화도 났지만 그게 바로 내 위치라고 생각하게 됐죠."
주말마다 낚시터를 찾아 세월을 낚았다. 강태공이 빈 낚시대로 세월을 낚다가 마침내 주나라의 개국공신이 됐듯이 이동규는 그렇게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며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그렇게 기다리던 때가 바로 지금인지는 모르겠지만 '와일드 카드'와 '부활' 이후 이동규에 대한 충무로의 손질이 부쩍 늘었다.
"나에 대한 업계의 선입견이 좀 있는 것 같아요. 아니면 전작들 때문인지 제의가 들어오는 게 악역 일색이더라구요. 사실 코미디야 말로 나와 제일 잘맞는다고 생각하건든요."
사실 이동규는 지난 해 연극 '뉴 보잉보잉'에서 세 명의 스튜디어스와 동시에 바람을 피는 역을 맡을 만큼 코미디 연기에도 일가견이 있다. 물론 악역도 좋았다. '와일드 카드'에서 목숨 걸고 찍은 역주행 장면이 대부분 편집에서 잘려나갔지만 그렇게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동규가 '부활' 이후 택한 것은 또는 택함을 받은 것은 악역도 아닌 코믹도 아닌 상처받은 인물이었다.
그는 8월3일 개봉하는 공포영화 '스승의 은혜'(감독 임대웅ㆍ제작 오죤필름,화인웍스)에서 어릴 적 선생님에게 성추행을 받은 기억 때문에 폐인으로 전락한 인물로 등장한다.
"원래는 다른 역이 무척 탐이 났어요. 나와 비슷한 게 너무 많은 인물이었거든요.하지만 이 역에 몰입하면서 연기하는 맛이 난다고 할까요, 나와 전혀 다른 인물에 빠져드는 매력을 느꼈어요."
이동규는 태안반도에서 촬영한 기간 동안 또 다시 낚시대를 바다에 드리웠다. 이번에는 세월 대신 연기를 낚으려고 노력했다. "연기가 내 자신과의 싸움인 만큼 낚시를 통해 차분하게 마음을 닦으려고 했죠."
고등학교(보성) 시절 연극반에 들었다가 연기의 길에 들어선 이래 이동규는 결코 옆으로 눈을 돌리지 않았다. 입질이 오는 날이 있고, 전혀 입질이 없는 날도 있지만 이미 손맛을 봤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시절 보성고 선배인 조형기,신해철,길용우 등과 토월극장에서 한 무대에 선 적이 있어요. 삽질하는 광부 역이었지만 선배들과 함께 무대에 서면서 연기의 맛을 알게돼 버렸죠."
자신이 선배들처럼 뚜렷한 족적을 남길 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 길을 끝까지 걷고 싶다는 그는 현재 한 가지 바람이 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전도연 선배와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스크린을 통해서 전도연 선배의 어마어마한 기(氣)가 느껴지겨든요. 그 기를 함께 연기를 하면서 전면에서 받아보고 싶어요."
이동규가 과연 꿈이 이뤄 대 선배인 전도연과 호흡을 맞출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사진=홍기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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