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히 눈이 크면 겁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사슴처럼 크디 큰 눈의 이세은은 출연한 세 편의 영화가 모두 공포영화이다. '해변으로 가다' '분신사바'에 이어 21일부터 매주 금요일 영화전문 케이블 OCN에서 방영되는 '코마'까지 이세은은 짙은 어둠 속에서 조용히 다가오는 공포와 싸워야 했다.
"기존 이미지가 차갑고 도시적인 분위기가 있어서 공포 영화에 제의가 많이 들어오는 것 같아요. 눈도 크고, 관객이 동일시하기 쉽게 생긴 편이어서 그런 것 같아요."
공포영화에 주로 주인공을 맡은 여자 배우를 호러퀸이라 칭한다면 이세은만큼 적역인 배우도 드물 터. 하지만 드라마 '야인시대'의 나미꼬 이미지가 아직까지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그에게 호러퀸으로 찍히는 것은 또 하나의 낙인일 법도 하다.
"공포 영화 이미지가 강해질까 걱정이 안됐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공수창 감독님을 믿었어요. '알포인트'의 지적인 분위기가 좋아 꼭 한 번 작업을 함께 해보고 싶었죠."
지난 해 '코마'를 촬영할 때 이세은은 자그만치 3편을 동시에 찍었다. MBC '굳세어라 금순아'와 SBS '사랑은 기적이 필요해', 그리고 '코마'까지. 공수창 감독과 함께 해보고 싶다는 말이 빈말이라면 도통 소화할 수 없었던 스케줄이었다.
"몸은 정말 힘들었지만 정말 많은 걸 배웠어요. 공수창 감독님이 '양들의 침묵'의 조디 포스터같은 심리 연기를 요구했죠. '청춘의 덫'에 나온 심은하가 공포 영화에 출연한다고 생각하고 연기하라고 하더라구요."
사실, 정말 이세은은 더 이상 공포 영화는 출연하지 않으려 했다. '분신사바'에 출연하면서 대부분의 공포영화를 비디오로 다 본 터라 공포 영화의 법칙을 꾀고 있다. 더구나 '코마'는 스크린에 걸리는 영화가 아니라 TV를 통해, 그것도 케이블을 통해 연작으로 방영되는 영화다. 이세은은 바로 그 점이 끌렸다고 한다.
"외국의 시리즈물을 무척 좋아해요. 우리나라도 그런 시리즈물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구요. 남이 걸어보지 않은 길을 걷는다는 게 매력적이었죠."
'코마'에서 이세은은 10년전 병원에서 실수로 동생을 잃어버린 보험회사 직원으로 등장한다. 한 번의 실수로 평생을 가슴앓이 하는 사람, 그게 이세은이 맡은 역이다. 실제 이세은은 그런 경험은 해본 적은 없다. 다만 연예인으로서 또 깍쟁이처럼 보이는 외모 때문에 안티팬들의 지대한 관심을 데뷔 초반부터 받아왔을 뿐이다.
"어떨 때 사람들이 나에게 싫은 소리를 할 줄 알아요. 그럴 때는 통 인터넷을 보지 않아요. 그러다 반응이 좋아지겠다 싶으면 그 때 살짝 보죠. 초반에는 악플이 대단했다가 점점 옹호하는 글이 있더라구요. 그게 저만의 안티 대처법이라고 할까요?"
아닌 게 아니라 이세은은 깍쟁이 이미지 때문에 오해를 많이 산다. 그와 새롭게 일을 하는 사람들은 대게 한 번쯤은 이런 질문을 받는다. "이세은 실제 성격이 어때?" 이세은 역시 이에 대해 알고 있다. "이미지가 쌓인다고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아무래도 부잣집 거만한 딸 역을 많이 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 같아요. 난 그냥 20대 중반에 보통 여자들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는데..."
20대 여느 여자들처럼 현재와 미래, 연애와 결혼 등에 대해 여러 가지를 많이 생각한다는 이세은. 그에게 '코마'가 색다른 도전이었다면 현재 이병헌 수애 등과 찍고 있는 영화 '여름이야기'는 또 다른 도전이다.
'여름이야기'에서 이세은은 첫 사랑을 찾는 노교수(이병헌)를 돌보는 대학원생을 맡아 처음으로 공포영화에서 벗어났다. 얼굴의 절반을 가리는 안경을 쓰고 조금은 어벙하게 등장해 지금까지의 도시적인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연기한다.
"이제부터가 시작이에요. 어릴 적 동경하던 이병헌 선배와 함께 연기하게 됐구요. 솔직히 배우를 보고 스타라고 느낀 건 이영애 언니 빼고 이병헌 선배가 처음이거든요. 이세은의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정말 이제부터가 시작이에요." <사진=구혜정 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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