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속 다방 여종업원, 왜 이리 고와?

발행:
김관명 기자
스크린속 다방 여종업원.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너는 내운명'의 전도연, '열혈남아'의 심이영, '라디오스타'의 한여운.
스크린속 다방 여종업원.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너는 내운명'의 전도연, '열혈남아'의 심이영, '라디오스타'의 한여운.

다방 여종업원이 고우면 안된다는 얘기가 절대 아니다. 하지만 몇몇 영화만 보자면 요즘 스크린속 다방 여종업원은 그야말로 곱디고운 천사이자, 열혈남아들의 영원한 고향과도 같은 언니-누나-동생들이다.


먼저 지난해 영화팬들을 울먹이게 한 황정민 전도연 주연의 '너는 내운명'(감독 박진표). 잘 알려진대로 연기파 배우 전도연이 행복을 앞두고 불쌍히도 에이즈에 걸린 다방 여종업원 은하로 열연했다. 스쿠터를 타고 등장한 그녀, 처음엔 시골 노총각 김석중(황정민) 보기를 벽에 붙은 껌보듯 했으나 결국엔 눈물 다바친 석중의 순정에 쓰러졌고 자신도 있는 모든 순정을 석중에게 선사했다.


특히나 석중이 떠나버린 은하를 못잊어 보고 또 본, 끝내는 얼굴을 파묻고 울음을 터뜨린 그 비디오테이프 속 은하의 모습이라니. "오빠, 나 좀 바라봐"라는 노래가 담긴 비디오테이프의 발랄한 은하는, 몸 판 다방 여종업원이 아니라 순결한 성녀의 모습이기까지 했다. 또한 석중과의 결혼을 앞두고 옥상에서 흰빨래 터는 은하에게서 잃어버린 옛 순수한 사랑을 떠올린 관객도 많았으리라.


눈물 쏙 빼놓기로는 '라디오스타'의 청록다방 김양(한여운)도 빼놓을 수 없다. 이준익 감독의 웃고울리기 원맨쇼에 다름아닌 이 영화에서 김양은 어쩌면 애틋한 과거를 꽁꽁 감싸안은 채 하루하루 살아가야 하는 우리네 삶을 온몸으로 대변했다. 영월 라디오DJ 최곤(박중훈)의 권유로 일일 게스트로 출연한 그녀. 어렸을 적 집나간 슬픈 과거를 들려주며 "지금도 비오는 날이면 엄마 생각에 부침개 해먹는다"는 그녀는 그리 예쁠 것도 못날 것도 없는 바로 나의 언니이자 누이, 동생들이다.


그리고 오는 9일 개봉하는 설경구 조한선 나문희 주연의 '열혈남아'(감독 이정범). 영화야 동료를 죽인 조폭(윤제문)을 없애기 위해 조폭 재문(설경구)이 '그놈' 어머니(나문희)가 하는 국밥집을 찾아갔다 일이 꼬인다는 내용의 조폭스러운 영화지만, 눈길을 끄는 또 한 명의 다방 여종업원이 나온다. 예의 스쿠터를 타고 나와 처음 본 설경구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올리며 내빼는 '벌교의 예쁜이' 미령이다.


영화속 비중이 그리 크지 않은 탓에 그녀의 과거가 온전히 드러나진 않았으나, 미령은 한 많고 사연도 많은 이 땅의 마이너리티에 다름 아니다. 은근히 좋아지기 시작한 설경구에게 "몸 주고 정 주면 결국 나만 괴로워진다"며 씁쓸해하던 그녀. 설경구가 조폭을 없애려는 바로 그날, 설경구 주려고 커피와 김밥 싸들고 시린 손 불어대며 시골 운동장을 찾은 그녀는 재문이 평생 한번 만날까 말까한 천사였다.


은하, 김양, 미령..결국 이들은 21세기를 살아가는 한국의 남성 영화감독들이 섹시한 외모와 서글픈 속내, 거친 말투와 여린 순정을 동시에 보여주기 위해 선택하는 또하나의 '코드'화한 캐릭터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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