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은 얼마나 빨라야 물 위를 달릴 수 있나. 이런 CF 카피를 패러디라도 해야할 듯 싶다. '공포영화 포스터는 얼마나 잔인-섬뜩-가학적이어야 관객 눈길을 끌 수 있나'. 올 여름 개봉했거나 개봉예정인 공포영화들이 저마다 톡톡 튀는 '아주 센' 컨셉트의 포스터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대부분 잔혹, 엽기, 섬뜩, 가학 수준이다.
오는 7월12일 개봉하는 한지민 온주완 오태경 주연의 '해부학교실'(감독 손태웅, 제작 에그필름 청어람)은 포르말린 용액으로 가득 채워진 긴 유리병에 여주인공 한지민의 머리가 담긴 '엽기' 포스터를 내세웠다. 물론 석고모형. 영화는 해부학 실습실이 가진 공포의 공간이라는 이미지와 병에 담긴 한지민의 머리가 섬뜩한 비주얼을 선사한다.
한지민은 "석고를 뜨는 동안 엄청난 무게와 함께 숨막힐 듯한 폐쇄공포를 느꼈다"며 "그러나 그때 공포보다 나와 똑같은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지금의 공포가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1942년 경성을 배경으로 한 공포물 '기담'(감독 정가형제, 제작 영화사 도로시, 8월2일 개봉)은 티저 포스터에서 사람 목에 핏자국을 남기는 섬뜩한 달팽이를 선보였다. 한 여인(김보경)의 고운 목에 달팽이가 기어가면서 진홍빛 핏자국을 남기는 장면을 통해 '아름다움과 공포감'을 결합시켰다는 게 제작사측 설명. 달팽이는 김보경 김태우 진구 주연의 이 영화 막판에 불길한 결말을 예고하는 전조처럼 등장한다.
오는 21일 세계 최초로 국내서 개봉하는 '4.4.4'(감독 롤랑 조페)는 4개의 문, 4개의 열쇠, 4일간의 시간이라는 키워드로 구성한 심리 스릴러. 영문도 모른 채 지하방에 감금당하는 여주인공과 범인과의 치밀한 두뇌게임을 그릴 예정이다. 포스터 역시 이같은 영화 컨셉트 '감금'과 '폐쇄'를 그대로 살려 콘크리트속에 옴짝달싹 못하는 여성(엘리샤 쿠스버트)의 공포를 효과적으로 나타냈다.
지난달 31일 개봉한 일본 공포영화 '데스워터'는 지하수를 수돗물로 이용하고 있는 도쿄 한 지역이 배경. 영화의 착점은 이 지역에서 벌어진 잇단 의문의 자살이 '물'과 연관돼 있다는 것이다. 이 죽음의 물을 마신 한 여주인공 야마자키 마미는 갈증으로 금붕어가 들어있는 수조물과 변기물까지 마셔버릴 정도. 눈알이 빠진 포스터는 극중 수업시간에 눈을 찌르고 자살한 한 여고생의 이미지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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