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세감독 하차..대기업 억압 vs 제2의 성냥팔이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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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이 창작의 자유를 억압한 것이냐, 제2의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을 막은 것인가.


이명세 감독이 논란 끝에 신작 ‘미스터K’에서 하차하기로 23일 최종결정했다. 이명세 감독은 그동안 제작사와 영화 제작을 둘러싸고 이견이 벌어져 지난 6일부터 촬영을 중단한 상태였다.


이명세 감독과 제작사 JK필름은 촬영 재개를 위해 대화를 했지만 결국 이명세 감독이 하차하는 것으로 최종 합의했다. 제작사는 조만간 ‘미스터K’ 새로운 감독을 결정할 계획이다.


이명세 감독의 이번 하차를 놓고 영화계는 이견이 분분한 상태다. 일각에선 한국영화 스타일리스트로 꼽히는 이명세 감독이 CJ E&M으로 상징되는 대기업의 논리로 더 이상 창작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현실을 개탄한다. 다른 한편에선 100억원이 넘는 상업영화를 찍으면서 감독이 당초 합의한 내용과는 다르게 찍는 것은 창작력 존중을 벗어난 문제라고 지적한다.


‘미스터K’는 비밀요원이 아내에게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국가의 운명이 걸린 대형사건 해결에 나선다는 내용이다. 내용만 놓고 보면 할리우드 영화 ‘트루 라이즈’ 한국버전이나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이명세 감독이 ‘M’ 이후 5년만에 내놓는 신작에 설경구 문소리 등이 참여하기로 하면서 새로운 형식의 액션영화가 나올 것이란 기대가 컸다. 투자사 CJ E&M에선 한국판 ‘본’시리즈에 이명세표 코미디로 완성될 것이란 설명에 GLC(투자통과)를 통과했다.


문제는 태국 촬영부터 불거졌다. 촬영된 내용이 당초 약속했던 것과는 다르게 나오면서 이명세 감독과 제작사간 이견이 드러났다. 시나리오에 있는 대사가 빠지거나 상황이 바뀐 부분이 생겼다.


이명세 감독이 시나리오와 당초 합의와 달리 비주얼에 주력하면서 제작사와 갈등이 빚어지기 시작했다. 제작사로선 이야기와 캐릭터가 시나리오와 다르게 나오자 이명세 감독과 협의를 시작했고, 이 와중에 이명세 감독과 의견이 충돌했다. 중간에 말을 옮기는 사람이 실수를 했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일부터 촬영이 중단돼 제작비 손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었다. ‘미스터 K’는 태국에서 5회차, 국내에서 6회차 촬영이 진행됐으며, 31억원 상당의 예산이 이미 투입됐다. 촬영이 중단되면서 손해가 더욱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영화계에선 감독이 현장 촬영 대본이 있는 법이고, 11회차 촬영에 벌써 문제점이 드러난다고 제지를 가하는 건 창작자의 재능을 억압하는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이명세 감독이 ‘M’ 뿐 아니라 상업영화에서 계속 흥행실패를 하고 있는데 100억원이란 자본이 투입되는 만큼 합의된 상황에서 재능의 묘를 발휘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남의 돈으로 예술을 하려면 최소한의 합의는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명세 감독은 분명 한국영화가 자랑하는 빼어날 스타일리스트다. 그와 손을 잡고 일을 시작한 사람들은 이명세 감독에 대한 존중으로 뭉쳤다. 적어도 존경심이 없는 상태에서 일을 시작한 건 아니다. 2010년 JK필름 송년회에서 이명세 감독은 윤제균 감독과 나란히 자리하면서 새로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명세 감독의 능력은 현 영화 생태계에선 정녕 더 이상 발휘할 수 없는 것인지, 아니면 이명세 감독이 오만한 판단을 한 것인지, 이번 ‘미스터K’ 사태는 여러모로 한국영화계에 씁쓸하게 기억될 것 같다.


이명세 감독이 ‘미스터K'에서 하차하는 것을 놓고 영화계 일각에선 감독의 창작력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하지만 100억원이 넘는 상업영화를 찍으면서 감독이 합의한 내용과는 다르게 찍는 것은 제2의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컸다.


과연 ‘미스터K’가 상처를 잘 봉합하고 좋은 모습으로 관객과 만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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