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곽지민(27)이 영화 '웨딩스캔들'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지난 3월 개봉한 '청춘 그루브' 이후 약 6개월 만에, 그것도 연변처녀로 변신했다.
곽지민은 '웨딩스캔들'에서 쌍둥이 자내 소은과 정은 역을 맡아 1인 2역에 도전했다. 소은은 청순, 정은은 당돌하다.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쌍둥이 자매이다 보니 자연히 한 작품에서 곽지민의 두 가지 매력을 볼 수 있다.
'웨딩스캔들'은 정은(곽지민 분)이 위장결혼으로 붙잡혀있는 쌍둥이 언니 소은(곽지민 분)을 위해 호적을 빌려준 백수청년 기석(김민준 분) 앞에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정은은 언니를 구하기 위해 기석과 하룻밤도 불사하고, 증거 영상까지 만들어 내는 발칙한 캐릭터다.
발칙한 연변처녀로 돌아온 곽지민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2003년 개봉한 '여고괴담 3-여우 계단'에서 단역으로 데뷔한 이후 올해 10년차 배우다.
▶영화나 드라마를 시작할 때는 언제나 막내였고, 그걸 당연시했는데 이제는 어딜 가나 막내가 아니다. 어렸을 때는 막내라는 게 좋다는 걸 몰랐다. 지금은 촬영장에서 후배가 있으니까, 제가 실수하면 그걸 책임져야 한다는 걸 깨닫고 있다. (웃음)
-'웨딩스캔들'의 베드신, 촬영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는지.
▶베드신 촬영 전 노출수위를 두고 회의를 많이 했다. 등, 가슴 아니면 속옷을 입은 차림으로 베드신을 촬영 할지 힘들게 회의한 후 촬영했다. 영화를 보니, 김민준 오빠가 저보다 체격이 크다 보니 얼굴만 나왔다. 촬영장에서는 나름 헐벗고 있었는데, 영화를 보니 왜 우리가 몇 시간이나 긴 회의를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극중 캐릭터가 귀여웠다. 그렇게 잡은 이유가 있을까.
▶(웃음) 사실 캐릭터를 귀엽게 잡으려고 하지 않았다. 연변 말투를 쓰다보니까 자연스럽게 입술이 모였다. 말을 할 때 오물거리는 게 화면에서는 귀여운 척 하는 걸로 나왔다. 주변에서 낫다고 하니까 원래 의도한 것처럼 말하고 있다.
-연변 말투를 구사하는 게 힘들지는 않았는지.
▶서울에서 태어났고, 줄곧 서울에서 자랐다. 그래서 사투리에 대한 겁이 있었다. 너무 과장된 억양을 쓰지 않으려 노력했다. 대화하는데 어려움은 없지만 상대가 '혹시 연변?'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하자는 생각으로 연변 말투를 구사했다.
-'웨딩스캔들'의 촬영 배경 2/3가 모텔, 기분이 묘했을 것 같다.
▶전주에서 촬영을 했는데, 크고 방대한 모텔촌이 있었다. 스태프들은 전주에서 하면 엠티 온 것처럼 즐거울 거라고 했다. 하지만 사실 모텔에서 촬영하는 게 무서웠다. '사마리아'에서 모텔 촬영이 있었는데, 제 기억에는 칙칙하고 음산한 분위기였다. '사라리아' 이후 지방 촬영으로 숙소가 모텔이면 제 침구류를 따로 챙겨갔다. '웨딩스캔들'은 '사마리아'와는 달리 밝은 분위기였다. 영화 분위기도 편했고, 덕분에 모텔에 대한 공포증도 극복해 냈다.
-영화 속 일이 곽지민의 현실에서 일어난다면, 당돌하고 발칙할 수 있을까.
▶극중 은정은 기석을 찾아가 당돌하게 군다. 하지만 곽지민이라면 그렇게 하지 못한다. 겁이 많고, 그 사람의 걸음걸이까지 철저히 조사 할거다. 언니를 구하기 위한다고 하지만 얼굴도 모르는 사람을 찾아가서 애정 장면을 담은 영상까지 만드는 게 쉽게 할 수 없는 일이다. 저라면 호신용 스프레이라도 가져간다.(웃음)
-'웨딩스캔들'을 촬영하면서 결혼에 대한 생각은 없었는가.
▶결혼, 진짜 하고 싶다. 빨리 좋은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 (김)민준 오빠도 여자친구가 있고, 스태프 대부분이 커플 아니면 기혼자였다. 그래서 촬영할 때 쉬는 시간에는 혼자만 느낄 수 있는 외로움이 있었다. 다들 핸드폰으로 전화하고, 누군가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제 핸드폰은 잠잠, 그런 게 쓸쓸했다.
-결혼이 하고 싶다면 배우는 그만 두는 건가. 곽지민은 어떤 아내가 되고 싶을까.
▶현모양처가 꿈이다. 하지만 그게 제일 힘든 거 같다. 결혼해도 배우로 살고 싶고, 할머니가 되도 배우를 했으면 좋겠다. 좋은 아내, 엄마 되는 게 얼마나 힘이 들까. 인생 최대의 미션이다.
-이번 영화를 촬영하면서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무엇인가.
▶김민준 오빠가 편의점에서 촬영하는 신이 있었다. 실제 영업을 하는 곳이었는데, 손님이 와서 담배를 달라고 했다. 손님은 (김)민준 오빠를 못 알아봤고, 오빠는 편의점 주인이 알려주는 대로 계산까지 했다. 오빠의 굴욕이었다.
-올해 한국영화의 흥행 릴레이로 '웨딩스캔들' 흥행에 대한 부담감이 없을 것 같지 않다.
▶제가 출연한 영화가 흥행하면 좋겠지만, 올해 저예산 영화도 관객들에게 많이 사랑받고 있어서 기분이 좋다. '웨딩스캔들'도 저예산 영화지만 관객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한다. 100만 관객 돌파시에는 사람이 많은 거리에서 웨딩드레스 입고 '영화 봐주셔서 감사하다'는 말과 절을 하겠다. 아니면 개봉시기에 사비를 털어 영화 보러 오시라고 티켓을 나눠드리고 싶다.
-곽지민의 수식어인 베이글녀. 몸매 관리 비결을 알려달라.
▶과거에는 뚱뚱하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다. 예전에는 놀리시더니 이제는 부럽다고 하니 신기하다. 몸매 관리는 잘 먹고 운동하면 된다고 하는데, 100% 사실은 아니다. 굴욕 없는 몸매? 죽지 않을 만큼 먹고 살아야 한다. 저는 그런 다이어트를 소홀이 한다. 밥, 빵, 떡 같은 탄수화물을 좋아한다. 그러니 굴욕 없는 몸매는 아니다.
-요즘 즐겨 본 드라마나 인상 깊게 본 영화가 있다면?
▶최근 개봉한 영화들은 못 봤다. 바쁜 시간 속에 어떻게 '도둑들'은 봤다. 드라마는 '신의'를 보고 있는데, 류덕환과 이민호와 인연이 있다. '아이 엠 샘'에서 이민호는 남편이었고, '링크'에서는 류덕환과 사제지간이었다. '웨딩스캔들' VIP 시사회 때 덕환이 참석하지 못한다고 전화가 왔다. 덕환이에게 민호랑 친하게 지내라고 했다. '신의'에서 두 사람이 동시에 나오긴 하지만 민호는 워낙 분량이 많아서 덕환이가 언제 나올까 지켜보고 있다.(웃음)
-2007년 '아이 엠 샘' 이후 드라마 출연이 없다. 드라마 복귀는 언제가 될까.
▶영화나 드라마 출연을 가리지는 않는다. 배우니까 드라마도 하고 싶다. 다음 작품에서는 지금 제 나이에 맞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고등학생 때 데뷔해서 학생 역할을 주로 하다 보니 이렇다 할 직업이 있는 캐릭터를 못 만났다. 다음 작품에서는 직업이 있었으면 한다. 교사, 간호사 등 전문직에 종사하는 캐릭터를 맡고 싶다.
-올해 퓨전사극부터 판타지 멜로까지 다양한 작품에서 매력적인 캐릭터가 인기였다. 어떤 캐릭터로 차기작을 생각 중인가.
▶단아하고, 얌전한 캐릭터를 맡아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드라마든 영화든 사극에도 한 번 출연해 보고 싶다. 신분에 상관없이 차분하고 참한 역할이면 좋다. 그러려면 아무래도 왕족을 해야 할 것 같다. 지금 마음은 참한 캐릭터면 좋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꼭 한 번 호흡을 맞추고 배우는 누구인가.
▶그 동안 제가 나이 차이가 많은 분들과 호흡을 맞췄다. 또래 배우들과 호흡을 맞춘 적이 없다. 앞으로 기회가 되면 동갑내기 배우와 해보고 싶다.
-극장가를 찾을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올해 많은 관객들이 한국영화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하다. 실제 사건을 다룬 영화 등 무서운 작품도 많았다. '웨딩스캔들'은 가슴 졸이며 관람하지 않고, 가슴 따뜻하게 관람하실 수 있다. 저희 영화 많이 사랑해 주셨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