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대 최대관객인 1억 명 돌파가 예상되는 한국영화가 내년에도 100억대 영화를 비롯해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을 대기하며 호황을 이어갈 계획이다.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CJ E&M과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 등 국내 메이저투자배급사 3강은 저마다 강렬한 라인업을 공개했다.
먼저 CJ E&M은 450억원을 투입한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를 준비하고 있다. '설국열차'는 1986년 앙굴렘 국제만화축제에서 그랑프리를 받은 프랑스의 동명 SF만화가 원작. 혹독한 추위가 닥친 지구에서 유일한 생존처인 설국열차를 무대로 삼았다. 박찬욱 감독이 제작하고 봉준호 감독이 연출해 전 세계 영화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제8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옥타비아 스펜서를 비롯해 '트레인스포팅' 이완 브렘너, '엘리펀트 맨' '헬보이' '멜랑콜리아' '아웃랜더' 등에 출연한 영국배우 존 허트, '어벤져스'의 히어로 크리스 에반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리미츠 오브 콘트롤'의 틸다 스윈튼 등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한다. 한국배우로는 송강호와 고아성이 등장한다.
CJ E&M은 국내 개봉을 미국 개봉에 맞춰 준비하고 있다. 내년 칸영화제 출품 이야기도 흘러나오지만 역시 미국개봉 시점에 달려있다.
류승완 감독의 ‘베를린’도 100억원이 투입된 대작이다. 베를린을 배경으로, 예상치 못한 음모에 휘말린 채 서로를 쫓게 된 세 남자와 한 여자의 첩보액션드라마. ‘하대세’ 하정우와 류승범, 한석규, 전지현 등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한다.
‘무사’ 김성수 감독은 ‘감기’로 관객과 다시 만난다. 역시 100억대 영화다. 한국판 ‘아웃브레이크’로 불린다. 강남 못지않은 부촌인 분당에 감염되면 36시간만에 죽는 바이러스가 창궐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장혁과 수애, 차인표가 주연을 맡았다. 시나리오부터 입소문이 돌았기에 올 여름 개봉한 재난블록버스터 ‘연가시’와는 전혀 다른 색깔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
12월 개봉하는 ‘타워’도 CJ E&M이 야심차게 선보이는 기대작이다. ‘화려한 휴가’ 김지훈 감독이 ‘7광구’ 참패를 딛고 준비하는 ‘타워’는 서울 초고층 빌딩에서 벌어진 최악의 화재 현장을 실감나게 그리기 위해 100억 원 대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설경구와 김상경, 손예진이 출연한다.
100억대 블록버스터 외에도 CJ E&M은 다양한 상상력으로 무장한 영화들도 준비하고 있다. 하루 뒤 미래로 갔다가 모든 사람들이 죽어있는 것을 발견하고 미래를 바꾸려 노력하는 ‘AM 11:00', 프랑스 공항에서 마약소지 혐의로 붙잡힌 아내를 구하려는 남편의 이야기 ’집으로 가는길‘ 등이 대기 중이다.
또 이명세 감독 하차소동을 겪긴 했지만 역시 기대가 큰 ‘협상종결자’, 동명웹툰을 원작으로 한 ‘신과 함께’ 등도 준비 중이다.
‘도둑들’로 올해 한국영화 역대 흥행 1위 기록을 세운 쇼박스는 내년에는 김용화 감독의 ‘미스터고’를 대표주자로 내세운다. 허영만 화백의 동명만화를 원작으로 한 ‘미스터고’는 고릴라가 야구를 한다는 설정으로 출발한 영화. 300억원이 넘는 제작비를 투입해 CG작업만 1년를 쓸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다. ‘장강7호’ 서교가 주연을 맡아 중국자본이 투입되면서 중국에는 현지영화가 개봉한다. 리스크를 분산시켰다는 뜻. 김용화 감독은 ‘오! 브라더스’와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까지 3연타석 안타를 쳤기에 쇼박스로는 내심 ‘미스터고’로 천만 영화를 기대하고 있다.
쇼박스 내년 라인업에 눈에 띄는 것은 간첩 3부작이라 불리는 ‘용의자’와 ‘동창생’, 그리고 ‘은밀하게 위대하게’. 연신연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용의자’는 탈북한 북한 특수부대 출신요원이 음모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 공유 박희순이 출연한다. ‘동창생’은 여동생을 살리기 위해 북한에서 킬러 교육을 받은 고교생이 남한에 숨어있는 고정간첩들을 죽이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는다. 빅뱅의 멤버 탑이 주연을 맡았다.
동명웹툰을 원작으로 한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동네 바보 노릇을 하고 살고 있지만 알고보면 특수훈련을 받은 간첩이 북에서 버림을 받으면서 벌어지는 내용. 김수현이 주인공이다.
쇼박스는 이외에도 한재림 감독의 ‘관상’을 준비, 올해 사극열풍을 이어갈 계획이다. ‘관상’은 수양대군이 왕위 찬탈을 노리던 시절 조선 최고 관상가와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 송강호와 이정재,김혜수, 조정석 등 사극판 ‘놈놈놈’이라 불릴 정도로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이제훈의 입대 전 마지막 영화 ‘나의 파파로티’도 내년 라인업이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임순례 감독의 ‘남쪽으로 튀어’와 강형철 감독의 ‘타짜2’를 내년 대표선수로 준비 중이다. 일본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남쪽으로 튀어’는 과거 운동권이던 남자가 가족을 데리고 고향인 남쪽섬으로 낙향, 리조트를 개발하려는 대기업과 싸우는 이야기. 김윤석이 주연을 맡았다.
‘과속스캔들’과 ‘써니’로 충무로 핫이슈로 떠오른 강형철 감독이 준비하는 만큼 영화계 관심이 뜨겁다. 신정원 감독의 ‘더 독’도 롯데가 내년에 밀고 있는 기대작이다. 외계 생명체에 감염된 투견을 놓고 조폭과 형사, 과학자가 벌이는 소동을 그렸다. ‘시실리 2km’와 ‘차우’ ‘점쟁이들’을 연출한 신정원 감독답게 소동극이 일품이다. 엄태웅과 곽도원이 주연을 맡았으며, 한예슬의 영화 복귀작이기도 하다.
이 밖에 롯데는 ‘추노’ 천성일 작가가 쓴 ‘해적’과 박중훈의 연출작 ‘톱스타’, 유지태 장편 연출작 ‘마이 라띠마’ 등을 배급할 계획이다. 한국 코미디영화 최대 관객동원 시리즈인 ‘가문의 영광5’도 내년 설 개봉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올해 부산에서 라인업을 발표하진 않았지만 NEW도 만만찮은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판 ‘무간도’로 불리는 박훈정 감독의 ‘신세계’는 조폭 조직에 투입된 경찰이 임무를 놓고 벌이는 갈등을 그린다. 최민식과 황정민, 이정재 등 초호화 캐스팅이다.
‘최종병기활’과 ‘내 아내의 모든 것’에 이어 ‘광해’로 주가를 올린 류승룡이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상업영화 ‘12월23일’도 내년 개봉 예정이다. 지적장애를 앓은 아버지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가자 딸이 모의법정을 통해 누명을 벗긴다는 이야기.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를 투자배급한 NEW는 내년에도 김기덕 감독과 인연을 이어간다. 김기덕 감독이 제작하는 ‘배우는 배우다’를 투자배급한다. 이 밖에 배두나가 출연해 화제를 모은 할리우드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도 내년 1월 개봉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영화 '감시'(가제)도 NEW가 밀고 있는 내년 자신작이다. 홍콩 영화 리메이크인 '감시'는 범죄를 모의하는 사람들을 그들을 감시만 해야하는 경찰들의 쫓고 쫓기는 이야기. 설경구와 정우성, 한효주가 주인공이다.
올해 한국영화는 칸영화제 경쟁작 2편에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한국영화 흥행 1위를 기록한 ‘도둑들’에 천만 돌파가 확실시되는 ‘광해’ 등 다양한 영화들이 쏟아져 신 르네상스로 불리고 있다.
관객도 10월10일까지 8612만 5218명을 동원해 이미 지난해 총 관객수(8286만 8294명)를 넘어섰다. 이런 기세라면 올해는 1억 명 시대를 열 게 확실하다.
과연 내년에도 이런 열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 2006년 이후 침체의 늪에 빠졌던 한국영화가 마침내 부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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