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늑대소년'이 비수기 극장가에서 새 기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개봉 15일 만에 400만 관객을 웃기고 울린 '늑대소년', 올 상반기 첫사랑 신드롬을 불러온 '건축학개론'의 410만 기록도 눈앞이다.
'늑대소년'에 송중기 박보영만 있나? 철수(송중기 분)에게 화분을 내밀던 순수한 동미(신비 분), 순자(김향기 분)와 나란히 앉아 밤을 까먹던 대령(서동수 분), 9:1 가르마의 지태(유연석 분)까지 깨알 같은 재미를 준 이들이 있어 영화 '늑대소년'은 더욱 빛났다. '늑대소년'을 빈틈없이 꽉꽉 채워 준 이들, 400만의 또 다른 주역이다.
◆이제는 국민 악역? 유연석
'건축학개론'에서는 수지를 노리는 '압서방' 선배로 뭇 남성들의 속을 긁어놓더니 이번에는 박보영과 송중기의 사랑의 훼방꾼이다. 졸지에 '국민 여동생 킬러'라는 수식어를 얻게 된 유연석이다.
가진 건 아버지의 '빽'과 쓸데없는 자존심뿐인 이 남자, 철수(송중기 분)에게 번번이 당하면서도 철수를 괴롭히는 일에는 발 벗고 나선다. 순이(박보영 분)에 대한 그의 비뚤어진 사랑은 결국 모두를 위기로 몰아넣는다.
항상 순이네 가족에게 큰소리치면서도 '아빠' 얘기만 나오면 한없이 작아지는 이 지태, 알고 보면 부모에게 사랑받고 자라지 못한 사연 있는 남자다.
◆정 많은 엄마 장영남
워낙 연기파 배우로 정평이 나있는 장영남은 작은 역할에도 항상 큰 인상을 남긴다. MBC '해를 품은 달'에서 단 한회 출연만으로도 큰 화제를 모았고, 영화 '헬로우 고스트'에서는 관객들이 폭풍 눈물을 쏟게 만들었다.
순이 엄마를 연기한 장영남은 영화 초반부터 소소한 웃음을 연이어 준다. 처음으로 목욕을 하는 철수의 등을 벅벅 문지르며 등을 찰싹 때리고, 늑대의 본능대로 달을 보고 늑대 울음을 우는 철수에게 면박을 주는 등 전형적인 잔소리 많은 엄마. 철수로 인해 전쟁터가 된 밥상에서 순자(김향기 분)에게 "잘 피해서 먹어봐"라고 속삭이는 말들까지 한마디 한마디가 명대사다.
◆들판을 뛰어 놀던 아역 3인방
'마음이'의 귀여운 소이가 훌쩍 자랐다. 순이의 여동생 순자를 연기한 김향기는 겨우 12살 나이지만 연기 경력은 햇수로 7년 차다. 필모그래피가 화려한 김향기는 '늑대소년'에서 능청스러운 연기로 당차고 선머슴 같은 순자를 맛깔나게 표현했다. 까칠한 언니에게 자신도 까칠하게 대응하고 어른들에게도 할 말 하다는 애어른 순자는 그 나이 또래의 당돌함이 배어 있다.
순자와 함께 어울려다니는 동네의 유일한 꼬마들 동석(안도규 분)과 동미(신비)도 영화의 감초다. 항상 순자에게 당하는 동석과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철수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동미의 모습은 강원도의 산골의 정취를 더욱 깊게 느끼게 한다.
◆배 만큼 묵직한 존재감, 대령 서동수
철수의 존재가 외부에 알려질까 전전긍긍하는 대령을 연기한 배우, 바로 서동수다. 극중 군인 복장에 후덕한 몸매가 KBS '개그콘서트'의 김준현과 닮아있기 때문일까. 서동수가 입만 열었다 하면 극장에 피식피식 웃음소리가 흐른다.
안하무인격으로 순이네 집에 들어앉은 그는 어느새 순자와 나란히 앉아 삶은 밤을 나눠먹는 사이가 된다. 철수에게 위협이 되는 사람이지만 왠지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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