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63회 베를린 국제영화제가 7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베를리날레팔라스트에서 열리는 개막식을 시작으로 11일간의 일정에 돌입한다. 과연 어떤 한국 영화들이 베를린의 관객들을 만나게 될까. 올해에는 경쟁부문 진출작 1편을 비롯해 총 10편의 한국영화가 다양한 부문에 초청됐다.
2011년 현빈 임수정이 주연하고 이윤기 감독이 연출한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이후 2년만에 경쟁부문에 입성한 홍상수 감독의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이 일단 눈에 띈다.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은 캐나다로 엄마를 떠나보낸 여대생 해원이 며칠간 겪은 일을 일기체 형식으로 담은 작품. 정은채 이선균 영국 여배우 제인 버킨이 특별 출연했다. 정은채와 이선균은 홍 감독과 함께 베를린 레드카펫에도 오를 예정이다.
'칸의 남자'로 불리는 홍상수 감독이지만 베를린과도 벌써 4번째 인연이다. 경쟁부문은 2008년 '밤과 낮' 이후 4년만이다. 사실 홍 감독은 1997년 데뷔작 '돼지가 우눌에 빠진 날'이 포럼 부문에 초청되며 칸 보다 먼저 베를린과 인연을 맺었다.
단편경쟁부문에는 정유미 감독의 '연애 놀이'가 진출했다. '연애놀이'는 어린 시절 친구들과 했던 놀이를 통해 성숙하지 못한 연애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애니메이션. 아시아나단편영화제 미쟝센단편영화제 등에서 주목받았다.
상업성과 예술성, 고유한 스타일을 겸비한 작품을 선보이는 비경쟁 부문인 파노라마 부문에도 4개 작품이 이름을 올렸다. '뒷담화:감독이 미쳤어요', '백야', '가시꽃', '주리JURY' 등이다.
이재용 감독의 '뒷담화:감독이 미쳤어요'는 인터넷을 이용해 세계 최초로 원격 영화를 찍겠다며 홀연히 할리우드로 떠난 괴짜 감독과 혼란에 빠진 배우 14인의 모습을 담은 작품. 이 감독 역시 실제로 원격으로 영화를 연출했다. 윤여정 이하ㅢ 김남진 정은채 등이 출연했다.
'백야'는 이송희일 감독이 '탈주' 이후 2년만에 내놓은 퀴어 영화. 아픈 기억을 가지고 한국을 떠난 지 2년만에 돌아온 승무원과 퀵서비스맨의 하룻밤을 담은 작품이다. 6년 전 '후회하지 않아'에 이어 최고 퀴어영화에 주어지는 테디상에 도전한다.
이돈구 감독의 '가시꽃'은 고교시절 친구들의 강요로 성폭행에 가담했던 주인공이 10년 후 성폭행 피해여성을 우연히 만나 참회와 속죄를 구하려 저지른 비극을 담은 작품. 300만원 초저예산으로 제작된 작품으로 지난해 제 17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부문에 초청돼 화제를 모았다.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위원장의 단편영화 '주리JURY'는 지난해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10주년을 기념해 연출한 감독 데뷔작이다. 배우 안성기, 강수연을 비롯해 정인기, 양익준, 토니 레인즈, 토미야마 카츠에 등 국내외 배우와 김태용 김형구 장률 윤성호 강우석 감독 등도 참여했다.
청소년 영화를 다루는 제너레이션 부문에는 총 3편이 있다.
'명왕성'은 단편 '순환선'으로 칸 영화제 비평가주간 상을 받은 신수원 감독의 새 영화. 명문대 입학을 위해 어떤 짓도 서슴지않는 고등학교 3학년생들의 이야기에 교사 출신인 감독 자신의 경험을 녹여냈다. 성준 이다윗 김꽃비 등이 출연했다.
김정인 감독의 단편 '청이'는 시각장애인 아빠와 단둘이 사는 어린 소녀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대단한단편영화제 최우수상 수상작이다. 장률 감독이 제작에 참여한 한중합작영화 '환호불가' 역시 이 부문에 올랐다.
이밖에 무성영화 '청춘의 십자로'가 포럼 부문 특별상영작으로 초청됐다. 1934년작인 '청춘의 십자가'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국 무성영화다. 영상자료원이 2008년 국내에서 발굴, '만추'의 김태용 감독이 총 연출을 맡아 변사와 밴드, 뮤지컬 형식을 곁들여 재해석한 공연으로 선보인 바 있다. 초연부터 변사를 맡아 온 배우 조희봉, 변희석 음악감독 등 정예 제작진이 베를린을 방문할 예정. 영화는 복합 문화공연으로서 베를린 관객들을 만난다.
우리 영화는 아니지만 심사위원장 왕가위 감독의 신작이자 개막작인 '일대종사'에는 송혜교가 출연한다. 이소룡의 스승 엽문의 일대기를 그린 이 작품에서 송혜교는 엽문의 아내 역할을 맡았다. 양조위, 장쯔이, 장첸 등 중화권 스타들이 함께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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