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변', 외모가 좋지 않은 방향으로 달라졌다는 의미다. 여배우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말인 역변이지만 '설국열차'의 틸다 스윈튼에게는 예외가 될듯하다.
봉준호 감독의 글로벌 프로젝트 '설국열차'가 오는 8월 1일 국내 관객을 만난다. 국내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430억 원이 투입된 초대형 프로젝트인데다, 크리스 에반스, 틸다 스윈튼, 에드 해리스, 존 허트 등 할리우드 배우들과 송강호, 고아성 등 한국 연기파 배우들의 조합으로 제작단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설국열차'답게 관객들의 기대치는 최고조다.
'설국열차'에서 틸다 스윈튼의 비주얼은 단연 압도적이다. 깡마른 몸에 도시적인 외모를 뽐내던 본래 모습은 상상할 수 없다. 뎅강 자른 듯한 단발머리를 촌스러운 헤어핀으로 고정했고, 펑퍼짐한 복고풍의 의상을 항상 입고 있다. 자글자글 새겨 넣은 주름과 들창코, 돌출입을 만든 틀니까지 더하니 문자 그대로 '추녀'에 가깝다.
보통의 여배우라면 기겁을 했을 비주얼이지만 분장의 과정을 즐겼을 만큼 틸다 스윈튼의 메이슨에 대한 애정은 남달랐다. 틸다 스윈튼은 봉준호 감독에게 들창코 아이디어를 제안했고 봉준호 감독은 이를 허락했다. 스스로 메이슨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즐긴 틸다 스윈튼은 내한 기자회견에서 "촬영 내내 즐겁게 하루하루하루를 보냈다"고 말하기도 했다.
틸다 스윈튼의 놀라운 변신은 모두 봉준호 감독에 대한 무한한 믿음에서 시작됐다. 봉준호 감독을 2년 전 칸국제영화제에서 처음 만났다는 틸다 스윈튼은 "'설국열차'에 출연한 이유는 바로 봉준호"라고 밝혔다. '설국열차' 촬영 전 은퇴까지 고려하고 있었다는 틸다 스윈튼은 봉준호라는 좋은 사령관을 만나 유치원에 놀러온 아이처럼 촬영장을 누볐다.
봉준호 감독도 틸다 스윈튼의 '설국열차'에 대한 애정에 작품으로 화답했다. 봉준호 감독은 당초 남자 역할이었던 메이슨을 여성으로 바꿔 틸다 스윈튼이 내민 손을 잡았다. 촬영 전 신의 편집점과 구도를 모두 구상해두고 필요한 컷만 촬영하는 봉준호 감독의 촬영방식은 배우들에게 신뢰와 함께 편리함을 제공했다.
봉준호 감독과의 합이 유독 좋아서였을까. '설국열차'에서 보여주는 틸다 스윈튼의 연기는 가히 압도적이다. 쟁쟁한 배우들 사이에서도 틸다 스윈튼이 연기한 메이슨은 존재감이 확실하다. 비주얼 뿐 아니라 종종 보이는 우스꽝스럽고 탐욕적인 모습이 교활하면서도 재치 있다. 외모는 물론이고 목소리와 말투까지 완벽하게 '메이슨 맞춤형'으로 바꾼 틸다 스윈튼이 확성기를 잡을 때면 왠지 모를 기대감이 든다.
'설국열차' 속 틸다 스윈튼의 외모는 분명 역변했다. 그러나 그의 연기는 누가 뭐래도 정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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