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다는 말도, 다르다는 말도 아닌 같지만 다르다는 얘길 듣고 싶었어요."
영화 '내 심장을 쏴라'(감독 문제용·제작 주피터필름)가 원작 소설과 같은 듯 다른 구성으로 눈길을 끌었다.
'내 심장을 쏴라'의 원작은 베스트셀러 작가 정유정의 장편 데뷔작이다. '내 심장을 쏴라'는 제5회 세계문학상에 수상하자마자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 탄탄한 스토리로 일찌감치 영화 판권이 팔렸다. 원작이 워낙 호평 받았던 만큼 영화에 대한 기대감은 높을 수밖에 없었다. 여진구와 이민기가 수명과 승민으로 캐스팅되기 이전부터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독자들이 추천하는 '내 심장을 쏴라' 가상 캐스팅이 나왔을 정도다.
여기에 '내 심장을 쏴라'를 원작으로 했던 동명의 연극 역시 2010년 발표돼 연극계에서 호평 받았다. 당시 수명을 연기했던 배우 김영민은 대한민국 연극대상 남자연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신인 연출자에겐 이런 상황들이 부담이 됐을법하지만, 문제용 감독은 발랄하면서도 묵직한 메시지가 있는 깔끔한 청춘영화로 '내 심장을 쏴라'를 내놓는데 성공했다.
영화는 원작의 이야기와 설정을 그대로 가져왔다. 수리정신병원을 배경으로 갇혀서 미쳐가는 남자 승민(이민기 분)과 미쳐서 갇힌 남자 수명(여진구 분)의 동행이 주요 줄거리다.
그러면서도 영화만의 재미를 엿볼 수 있다.
일단 영화는 소설보다 밝다. 소설은 정신병원에서 묵인되는 폭력, 고문에 가까운 치료 등 인권유린에 대해 다루지만 영화는 소설에서 한 축을 담당했던 어린 여 환자의 성폭행 사건은 과감히 덜어냈다. 대신 수명과 승민의 관계에 더욱 집중했다. 두 사람이 펼치는 정신병원 탈출 소동기도 보다 유쾌하게 그려진다.
영화와 소설 모두 '분투하는 청춘들에게 바친다'는 주제 의식을 내세우고 있지만 메시지 전달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정유정 작가는 "'내 심장을 쏴라'는 수명의 성장기라고 생각하고 썼다"고 소개했지만, 영화는 수명과 승민이 서로 부족한 점을 채워가며 억압된 현실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부분에 집중했다.
여기에 수명과 승민 그 자체였던 여진구와 이민기의 펄떡이는 연기는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기분 좋은 에너지를 전한다. 억압된 현실 속에서 좌절하고, 매번 실패와 직면하지만 그러면서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이들의 모습은 캐릭터를 더욱 생생하게 만들었다.
원작의 미묘한 변주는 연출자의 신념이 반영된 것이다. 문제용 감독은 "원작이 워낙 좋기 때문에 각색하는데 애를 먹었다"며 "너무 같지도, 그렇다고 너무 다르게도 가고 싶지 않았다"고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6년 가까이 각색이 이뤄지면서 여러 버전의 시나리오가 탄생했다"며 "영화는 딱 그 중간이라 보면 된다"고 말했다.
문제용 감독의 의도대로 영화는 원작과 같은 듯 달랐다. 정유정 작가는 영화 개봉 전 "원작을 오롯이 반영했던 연극을 봤기 때문에, 이번엔 새로운 재미가 있는 '내 심장을 쏴라'를 보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영화 말미에 카메오로 출연하며 영화에 각별한 애정을 보인 정유정 작가도 이 영화를 어떻게 봤을지 궁금해진다.
'내 심장을 쏴라'는 오는 28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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