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인영(33)은 도도한 매력을 갖고 있다. 작은 얼굴과 늘씬한 몸매로 '10등신'을 자랑하는 그녀는 세련된 이미지를 풍긴다. 그래서일까. 유인영은 TV 드라마에서 유독 악역을 많이 맡았다. 악역이 제대로 연기해야 작품 살아난다고 믿었던 유인영은, 그래서 더욱 강하고 독하게 연기했다. 악역 캐릭터를 벗은 유인영은 털털하고 편했다. 도도한 모습 뒤로 맑고 순수한 매력이 가려져 있었다.
유인영이 이번에는 영화 '여교사'(감독 김태용)를 통해 맑은 악역으로 돌아왔다. 맑으면 맑고, 악역이면 악역이지 '맑은 악역'은 뭘까? 본인은 전혀 나쁜 의도 없이 오히려 순수하게 행동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인물이다. 유인영은 자신의 역할이 왜 '악역'인지 몰랐지만, 영화를 본 뒤 '맑은 악역'이라는 말에 공감했다고 털어놨다.
'여교사'는 계약직 여교사 효주(김하늘 분)가 정교사 자리를 치고 들어온 이사장 딸 혜영(유인영 분)과 자신이 눈여겨 보던 남학생 재하(이원근 분)의 관계를 알게 되고, 이길 수 있는 패를 쥐었다는 생각에 다 가진 혜영에게서 단 하나 뺏으려 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유인영은 이사장 딸 혜영 역할을 맡아 영화를 끌어나간다.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온 유인영이 말하는 '여교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오랜만에 스크린 복귀다. 어떻게 혜영이라는 캐릭터를 만나게 됐나.
▶ '여교사' 시나리오를 재밌게 읽었다. 김태용 감독님이 먼저 만나자고 해서 만나서 수다를 떨었다. 시나리오 이야기는 안하고, 한 시간 넘게 수다를 떨었는데 마지막에 감독님이 '혜영 역할을 해주시면 좋겠다'라고 하더라. 배우로서 내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있는데, 그것에 얽매이기보다 새로운 모습을 꺼내 주려고 하셨다. 그래서 고마웠다. 감독님이 내가 모르는 나의 다른 모습을 끄집어 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영화를 보니까, 내가 봐도 나 스스로가 해맑더라. 오랜만에 영화를 해서 굉장히 좋았다. 아무래도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는 것이 영화의 매력인 것 같았다. '굿바이 미스터 블랙'을 촬영하고 곧바로 촬영을 시작해서 체력적으로 힘들었는데, 즐겁게 촬영했다.
-처음에는 자신의 역할이 악역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 그렇다. 처음에 영화 촬영할 때는 혜영이 악역이라고 생각했다. 감독님이 '혜영은 맑은 악역이야'라고 하셔서, 내가 '왜 악역이냐?"라고 물었다. 순수한 친구인데 왜 악역이라고 하는지 이해가 안 갔다. 그런데 영화를 보니까 내가 얄밉더라. 내가 연기한 인물이지만,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캐릭터라 더 얄미웠던 것 같다. 영화를 본 뒤에, 내가 맑은 악역이라는 것을 납득 했다.
-그동안 주로 악역을 많이 맡아서 했다. 그래서 이번 역할이 더 특별했을 것 같다.
▶ 드라마에서 악역을 많이 했다. 이왕 악역을 하려면 독하게 하면 캐릭터도 더 빛나고 주변도 살아난다고 생각해서 독하게 연기했다. 하지만 이번 '여교사'를 촬영할 때는 내가 악역이 아니라고 계속 우겼다. 주변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혜영이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다고 생각했다. 상황이 그렇게 된 것이지만, 나(혜영) 자체는 순수하고 착한 아이다. 드라마를 촬영할 때도 사람들이 항상 나(캐릭터)를 보고 '나쁜년'이라고 한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역할이다. 그래서 나라도 나의 캐릭터를 사랑해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 도회적인 외모 때문에 악역을 많은 연기한 것 같다. 아쉽지는 않은지.
▶ 악역 아닌 밝은 역할은 항상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내게는 숙제 같다. '여교사'의 혜영 역할은 변화의 단계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욕심내서 '나에게는 왜 이런(악역) 캐릭터만 들어오지?'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편해졌다. 게다가 이번에는 그냥 악역이 아니라 '맑은' 악역이었다.(웃음) 작품 속에서 단계적으로 점점 착해지고 있으니 괜찮다.
-실제로 만나니 도도한 느낌보다 순한 느낌이 많이 든다.
▶ 최근에 JTBC '아는 형님' 등 예능에 나갔더니 그렇게 봐주시더라. 예능 한번 하니까 많이들 알아보는 것 같다. 그동안 예능을 겁냈는데, 반응이 달라서 놀랐다. 아무래도 드라마 속 모습과 달라서 관심 가져주는 것 같다. 근데 어려웠다. 많이는 못하겠더라.(웃음)
-영화 속에서 김하늘과 감정적으로 대립하는 부분이 많다. 촬영할 때는 힘들지 않았나.
▶ 김하늘과 선배와 처음 만나서 리딩하면서부터 그런(감정적인 대립) 것을 생각했다. 사실 촬영장에서는 다 같이 친하게 지내야 편하게 잘 나온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작품은 좀 달랐다. 아마 다른 촬영이었다면 내가 김하늘 선배를 '언니'라고 불렀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에서도 '선배'라고 부르기 때문에 굳이 내가 언니라고 안 불러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 전에는 촬영 전에 억지로라도 배우들과 친해지려고 했는데, 이번에는 그런 것을 내려놨다. 계속 선배님이라고 불렀고, 현장에서 흘러가는 대로 촬영했다.
-연예계 대표 10등신 미녀다. 실제로 재 본적 있나?
▶ 재보지는 않았다. 재봤는데 9등신이면 어쩌나.(웃음) 그런말을 들으면 민망하다. 10등신이라고 연기할 때 도움되는 건 없더라. 사실 예전에는 몸매 관리 같은 것을 딱히 안했는데 서른이 지나고부터는 관리를 시작했다. 운동도 많이 하고 군것질을 안한다.
-'여교사'는 유인영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 미묘한 작품인 것 같다. 나쁜 사람도 아니고, 착한 사람도 아니고. 지금까지 캐릭터 중에 가장 미스테리한 캐릭터다. 시간이 지나도 나중에 '혜영이 캐릭터가 어땠냐'라고 물어보면 한 마디로 규정 못할 것 같다.
-2017년 새해가 되고, 나이를 한 살 더 먹었다. 연애와 결혼 등에 대해 생각할 나인데.
▶ 나이가 들수록 연애에 대해서 더 신중해진다. 결혼도 해야되지 않을까? 2년 안에는 해야 될 것 같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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