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성국(47)은 대한민국 코미디 영화 장르에서 정평이 나 있는 배우다. 그는 지난 2002년부터 영화 '색즉시공', '낭만자객', '이대로, 죽을 순 없다', '구세주' 등에 출연하며 최성국 표 코미디 연기에 믿음을 실었다. 그런 그가 이번엔 '구세주:리턴즈(감독 송창용)'를 들고 관객들을 찾았다.
'구세주: 리턴즈'는 1997년 IMF 시절, 사업 실패로 빚더미에 오른 가장 상훈(최성국 분)과 사채업자(이준혁 분)의 해프닝을 그린 정통 코미디 영화로 채무 관계를 비롯해 청춘들의 인생사도 담은 영화다. '구세주', '구세주2'에 이어 '구세주:리턴즈'까지 참여한 최성국의 소감은 어떨까.
"'구세주'란 제목을 걸고 다시 인사드릴 수 있을지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그저 너무 친한 친구를 오랜만에 만난 느낌이죠. '구세주' 1편이 막을 내리는 날 스태프들과 소주 한잔하며 짠하게 헤어졌거든요. 제 이름을 걸고 나온 첫 작품이어서 애정을 많이 쏟은 작품이에요. 그러니 더 특별하죠. 1편에는 복학생 한량, 2편에서는 백수, 3편은 40대 초반의 가장으로 나왔으니 이제 배역과 함께 나이를 먹어가네요. 계속 시리즈가 이어진다면 한국의 '007시리즈'같은 영화가 되지 않을까요?"
'구세주'는 매 시리즈마다 최성국에게 크게 와 닿는 작품이었다. 이번 기회야말로 '최성국 코미디, 진짜 재밌다'란 말을 듣고 싶었던 시점이었다. 하지만 그는 상대역이 배우에 첫 도전하는 방송인 김성경이었기에 당황스러운 마음이 컸다고 털어놨다.
"사실 (김)성경 씨 캐스팅됐을 때 걱정이 많았어요. '왜 아내 역으로 김성경 씨가 출연하지?'라고 반문했을 정도니까요. 오랜만에 코미디 영화를 하는 것이라 연기 잘하는 신인(배우) 혹은 코미디 선수와 하고 싶었어요. 다시 인정받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아나운서가 앉아계셔서 놀랐어요. 하지만 현장에서 호흡을 맞추며 걱정이 사라졌던 것 같아요. (김)성경 씨가 연기를 처음 하는 분이시라 잘 흡수하시더라고요. 다만 가끔 카메라를 직접 보셔서 엔지가 나기도 했지만요. 하하."
최성국은 걱정과 달리 김성경과의 호흡이 잘 맞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코미디 장인' 최성국과 '코미디 초보' 김성경의 키스 신 촬영은 어땠을까. 최성국은 키스 신 촬영 비화를 살짝 언급했다.
"(김)성경 씨와 키스 신을 앞둔 날이 떠오르네요. 그날 정말 귀여우셨어요. (성경 씨가) 양치를 세 번이나 하고 벌벌 떨고 계시는 거예요. 저는 밥 먹고 그냥 놀고 있었는데 말이에요. 대부분 제가 애드리브를 많이 하는 편이라고 생각하시는데 그대로 하는 편이에요. 대신 추가적으로 원하는 대사, 행동이 있으면 리허설 때 충분히 의논하죠. 그래서 상대 배우가 당황하지 않도록, 그리고 더욱 시너지가 나도록 하고 있어요."
최성국은 데뷔 후 액션, 멜로, 가족극 등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에 출연했다. 15년 차 배우 최성국은 이제 어떤 역할도 자신만의 매력으로 소화하는 신스틸러가 됐다. 그래도 그는 여전히 코미디에 대한 독보적인 관심을 고수하고 있었다. 요즘 극장가에 코믹 영화가 줄어들고 스릴러 영화가 즐비하는 현상에 대해 이해를 못 하겠다며 투정부리기도 했다. 그가 유독 코미디에 애정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저는 그간 다양한 역할을 연기해봤고 촬영장 분위기도 겪어봤어요. 예를 들어 비련의 남자 주인공을 맡으면 감정이 깨질까 봐 촬영장 분위기 자체가 숙연하죠. 반면 코미디 촬영장에 가면 왁자지껄해요. 그러니 어느 순간 촬영장 가는 길이 즐겁더라고요. '아, 내가 나중에 70~80세가 되어 돌아봤을 때 코미디 영화를 계속 해왔다면 하루하루가 즐거운 삶이었겠구나. 얼마나 좋을까?'란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계속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취향의 문제인 것 같아요. 그런데 아마 이미지 때문에 정극은 시켜주지도 않을걸요? 하하."
최성국이 코미디 영화를 즐겁게 촬영하고 배역에 흡수될 수 있었던 것은 함께 호흡한 상대역의 영향도 적지 않았을 터. 그는 코미디 연기의 첫선을 보였던 '색즉시공'에서 만난 고 유채영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다. 유채영은 지난 1994년 쿨 1집을 통해 가수로 데뷔, 솔로 가수 방송인 배우로도 전천후 활약했다. 하지만 위암 투병 끝에 지난 2014년 7월 끝내 세상을 떠나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최성국은 3년 전 세상을 떠난 고 유채영은 "내 최고의 상대 배우"라며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내 최고의 상대 배우였어요. 내 상대역이었다는 것에 고마웠죠. 처음에는 같이 나오는 임창정 씨가 하지원 씨랑 하는 것으로 보고 '난 왜 이분과 연기해야 하지?'란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찍을 때도 그렇고 결과를 봐도 그렇고 최고의 상대 여배우였죠."
최성국은 자신만의 연기 철학이 확고했다. 코미디를 하는 이유도, 캐릭터를 받아들이는 자세도 베테랑다웠다. 관객들을 향해 다시 한번 코미디 영화를 꺼내놓게 된 최성국. 그의 현재 마음은 어떨까.
"캐릭터를 소화할 때 인물을 가져와 최성국스럽게 바꾸는 것이 저만의 방법이에요. 어느 순간 인물과 저 사이에 제3의 매력을 가진 묘한 인물이 나오더라고요. '구세주:리턴즈"도 그런 마음으로 그려냈습니다. '구세주:리턴즈'를 보시고 저 최성국 때문에 단 몇 초, 단 한번 이라도 웃을 수 있는 날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