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말 정말 잘하고 싶습니다."
10년 만에 연극에 도전하는 황정민의 각오는 다부졌다.
20일 오후 서울 밀레니엄 힐튼 호텔에서 연극 '리차드 3세'(연출 서재형·제작 샘컴퍼니)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제작발표회에는 서재형 연출과 한아름 작가, 원캐스트로 활약하는 배우 황정민 정웅인 김여진 임기홍 김병희 박지연 정은혜 김도현 이갑선이 참석했다.
'리차드 3세'는 1400년대 영국 장미전쟁시대의 실존인물 리차드 3세를 바탕으로 셰익스피어가 쓴 초기 희곡. 곱추로 태어났지만 뛰어난 권모술수와 권력욕으로 왕위에 올랐던 요크가 비운의 마지막 왕 리처드 3세의 욕망을 향한 광기어린 폭주를 담았다.
공연제작사 샘컴퍼니가 '해롤드&모드', '로미오와 줄리엣'에 이어 선보이는 3번째 연극 시리즈이기도 한 '리차드 3세'는 배우 황정민이 리처드 3세 역을 맡아 10년 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 더욱 관심을 모았다. 최정상의 배우로 한국영화계를 주름잡고 있는 그는 정통 고전극, 홀로 모든 역할을 책임지는 원캐스트에 대한 의지와 애정을 털어놓으며 관객들이 '쟤는 영화 그만하고 연극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털어놨다.
황정민은 "'웃음의 대학'이라는 작품이 벌써 10년의 시간이 흘렀다"면서 "초연한 기억이 나는데 뮤지컬 무대에 서긴 했지만 연극으로는 10년의 시간이 훌쩍 지나 뵙게 되니까 걱정 반 기대 반이다. 잘 부탁드린다"고 첫 인사를 건넸다.
타이틀롤 리차드 3세 역을 맡아 영국판 수양대군으로 불리는 피의 군주를 그리게 된 황정민은 리차드 3세에 대해 "속을 도무지 모르겠는, 수많은 가면을 쓴 성격의 소유자"라며 "연기적으로 굉장히 공부를 많이 하고 인간의 심리를 공부해야 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는 "'아수라'라는 영화가 있는데 거기 시장 역할이 있다"며 자신이 연기한 영화 '아수라' 속 악덕시장 박성배를 거론하며 "그 양반이 약간 떠오르기도 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개인적인 바람은 배우로서 정확한 딕션과 장단음 등을 더 정확하게. 연극 배우만이 할 수 있는 걸 더 정확하게 해서 지금 시작하는 후배들이 보고 저런 식으로 대사와 딕션이 공부해야 하는구나 좀 알려주고 싶기는 하다"고 털어놓으며 "정말 정말 잘하고 싶다. 관객들이 '쟤 영화 그만하고 연극만 했으면 좋겠어' 할 정도로 너무너무 잘하고 싶다. 잘했을 때 차별화가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정웅인은 주인공 리차드 3세의 형인 영국 왕 에드워드 4세 역을 맡았다. 그는 "고전극을 하게 됐다. 그간 조선시대 사극을 하며 늘 왕 역할을 꿈꿨는데, 일단 황제 역할을 해서 기분이 좋다"고 웃음지었다.
정웅인은 "실존 인물이 키도 크고 잘 생기고 기질이 좋은 활달한 인물이라 하더라. 저와 잘 맞지 않나 한다. 이 역할이 기분 좋다"고 너스레를 떨며 "그 시대 의상을 입었을 때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운 모습이 나왔으면 좋겠다. 무대의 제 모습을 생각하면 기분이 좋다"고 전했다.
6년 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한 김여진은 '리차드 3세'에서 에드워드 4세의 부인으로 리차드 3세에 의해 아들이 모두 살해되자 딸들과 함께 도망쳐 폐위를 공모하는 엘리자베스 왕비 역을 맡았다.
"왜 이렇게 떨리죠"라고 말문을 연 김여진은 "1995년에 연극으로 데뷔했다. 한창 연극을 하면서 저도 언젠가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셰익스피어 연극을 해보고 싶다 했다. 소원이 이뤄진 날이다. 떨리고 설렌다"고 털어놨다.
김여진은 "연극이란 밥심"이라고 생각한다며 "시작이 연극이었고 배운 것이 연극이라 영화나 방송에서 당황한 적이 많았다. 연극은 대본을 받아 연습해 완성해 보여주는데 특히 방송은 그날 나오는 대본을 받아 보여드린다. 최소한을 보여드리는 게 방송이라는 생각이 들고 연극은 최대치를 끌어낼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어 "연극을 하지 않으면 고갈이 된다. 지금 할 수 있어 다행이다. 저에게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답변을 마무리했다.
서재형 연출은 "'리차드 3세'는 악마적이고 매력적인 캐릭터지만 세익스피어 4대 연극에는 못 드는 오류, 공백이 있기도 하다"며 "원래 50명 넘게 나오고 연대가 안 맞기도 하다. 그 공백을 메꾸면서 많은 부분이 또한 채워졌다. 모호성이 있고 해석의 여지가 충분한 작품"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모든 배우가 원캐스트로 출연하는 것과 관련 "제가 관객이라면 다음을 생각하지 않고 매일매일 최선을 다하는 배우를 보고 싶을 것 같다. 쉬는 건 배우의 몫이다. 회차마다 최선을 다합시다 혼자만의 생각을 갖고 있다"고 강조하며 "잔재주 부리지 않고 정말 연기로, 정말 연출로 보여드리고 싶다. 머리 속에 그런 생각이 가득하다"고 강조했다.
각색을 맡은 한아름 작가는 "악인이다 아니다, 악행이다 아니다라는 질문을 넘어서 작품 자체를 인간이 가진 심리에 맞춰 각색하려 했다. 각자 배역에서 인간의 여러 면을 연기할 수 있도록 최대한 각색했다. 그러면서도 세익스피어 문장의 아름다움, 주제의식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믿음직한 배우들이 오롯한 시간을 바쳐 무대에 오르는 '리차드 3세'는 배우와 제작진의 열정만큼 전통 고전극의 재미와 풍성한 배우들의 매력이 가득 담긴 작품으로 태어날지 기대가 쏠린다.
연극 '리차드 3세'는 2018년 2월 6일부터 3월 4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개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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