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선 시각, 새로운 시선으로 보는 영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영화 최대 성수기 중 하나인 12월. 극장가에서는 미세먼지 꽉 낀 듯한 혼탁한 경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방학과 크리스마스 연휴, 그리고 연말연시 가족 관객이 이어지는 12월은 극장가가 붐비는 시기입니다. 동시에 한국영화가 큰 힘을 발휘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올해도 지난 19일 송강호 주연의 '마약왕'을 비롯해 강형철 감독의 '스윙키즈'가 동시에 개봉했고 한 주 뒤인 26일 하정우 이선균 주연의 'PMC: 더 벙커가' 개봉했습니다. 이른바 연말 대목을 노리고 개봉한 이 작품들은 150억 이상의 제작비가 들어간 영화입니다. 400만 명 가까운 관객을 모아야 돈을 벌수 있다는 겁니다.
한국영화가 강세를 보이던 12월 극장가이지만, 올해는 할리우드 영화에 자리를 내주었습니다. 한국 영화가 12월에 개봉해 할리우드 영화에 밀린 것은 2012년 '레 미제라블' 이후 6년 만입니다. 전체 관객수가 줄어든대다, 한국영화가 할리우드 영화와의 경쟁에서 밀리며, 기대작 영화가 모두 손익 분기를 넘기기 어렵게 됐습니다.
극장 총관객이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떨어진 것뿐 아니라, 경쟁 심화로 각종 변칙이 난무하며 혼탁한 경쟁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스윙키즈'는 개봉을 앞두고 대규모 유료시사를 진행, 개봉 전에 10만여 명의 관객을 모았습니다. '스윙키즈'는 19일 개봉을 앞두고 14일부터 16일까지 유료시사로 주말 프라임 타임 시간대에 418개관에서 1762번 상영해 10만여 명을 동원했습니다.
외화도 반칙에 앞장섰습니다. 영화 '범블비'는 25일 개봉이 예정돼 있었으나 '크리스마스 전야 개봉'이라는 이름으로 24일 오후 5시부터 본격 상영을 시작했습니다. 통상적으로 한국에서는 영화가 수요일 혹은 목요일에 개봉 하지만 크리스마스를 앞세워 월요일로 개봉을 앞당긴 것입니다.
DC의 '아쿠아맨'은 과유불급 홍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습니다. '아쿠아맨'의 배급사인 워너브러더스 코리아는 개봉 사흘째인 지난 21일 오후 "'아쿠아맨' 박스오피스 1위 대역전극! 관객호평 등에 업고 흥행수직상승세"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다. '아쿠아맨'이 이날 오후 기준 배급사 집계 결과 전체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는 것입니다.
현재 관객 수를 집계하는 영진위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은 실시간 관객수를 집계해서 발표하지 않고 하루 단위로 관객수를 발표합니다. 이는 영화계의 암묵적인 질서로 실시간 집계로 인해 당일 관객이 쏠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하지만 각 배급사에서는 시간별로 각 영화의 관객수를 공유합니다. 이는 영화 배급사 관계자들의 내부 정보입니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는 이 같은 룰을 깨고 중간 관객수를 발표, 1위라고 홍보했습니다.
하지만 사실 이날 최종 박스오피스 1위는 '마약왕'이었습니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었던 '마약왕'이 저녁에 더 많은 관객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것이죠. 결국 '아쿠아맨'은 그 다음날이 돼서야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습니다. 하루를 기다리지 못해 질서를 무너뜨렸습니다.
이처럼 연말 특수를 노린 작품들이 동시에 쏟아진 가운데, 반칙까지 횡횡하며 연말 극장가의 공기는 '매우 나쁨'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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