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하 감독의 신작 영화 '파이프라인'이 베일을 벗었다. 신선한 소재에, 새로운 얼굴들의 조합. 재료는 새로운데 막상 영화는 식상하다. 2000년대 초반 크게 유행했던 케이퍼 무비의 전형성을 벗지 못했다.
'파이프라인'은 대한민국 땅 아래 숨겨진 수천억의 기름을 훔쳐 인생 역전을 꿈꾸는 여섯 명의 도유꾼, 그들이 펼치는 막장 팀플레이를 그린 범죄 오락 영화다. 국내 최초 도유 범죄를 다룬다. 서인국이 주인공 핀돌이 역을 맡았고 이수혁이 건우 역할을 맡아 악역 연기를 펼쳤다.
업계 최고 천공 기술자 핀돌이(서인국 분)는 석유관에 구멍을 내는데 최고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 1인치 드릴로 예술적 솜씨로 석유수송관에 구멍을 만들고 기름을 훔치도록 도와준다. 구멍 하나 내는데 수억을 호가하는 전문직 기술자다. 그러던 어느날, 큰 건이 있다며 건우 (이수혁 분)에게서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받는다. 1인치로는 부족하고, 2인치 드릴로 2개의 구멍을 뚫어 빈 공장의 물탱크에 기름을 가득 채우는 것이 미션이다. 착수금으로 수억을 받고, 석유수송관까지 땅굴을 파기 위해 괴력의 인간 굴착기 큰삽(태항호 분)과 지도에도 나와있지 않은 땅 속 지리를 속속들이 파악해 오류를 잡아내는 나과장(유승목 분), 구멍난 송유관에 새로운 관을 연결시켜 기름이 흘러가는 길을 돌리는 용접공 접새(음문석 분), 이 모든 과정을 들키지 않게 주변을 관리하는 감시자 카운터(배다빈 분)과 한팀이 돼서 움직인다.
완전히 다른 성격의 이들은 폐 호텔에서 머물머 땅굴에서 땅을 파기 시작한다. 초반 삐그덕대던 이들은 여러가지 사건과 사고를 겪으며 점점 끈끈해진다. 하지만 자신의 사채빚을 갚기 위해 기름을 훔쳐 나쁜짓을 꿈꾸던 건우는 핀돌이를 다그치기 시작하고, 결국 이들의 거래는 파국을 향해 치닫는다. 핀돌이는 자신을 쫓는 경찰과, 자신들의 목숨을 걸고 석유수송관에 구멍 뚫기를 강요하는 건우 사이에서 머리를 써가며 사건을 해결한다.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 등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유하 감독은 이번에 완전히 새로운 영화를 내놨다. 감독 특유의 컬러를 지우고 색다른 도전을 했다. 도전은 반갑지만 매력과 완성도는 떨어진다. 기름을 훔친다는 소재 자체는 유하 감독의 말처럼 아직 한국 영화에서 다뤄진 적이 없다. 이런 소재는 신선하지만 이야기의 전개는 낡았다. 기존의 케이퍼 무비와 전혀 다른 것 없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서인국부터 이수혁 태항호 음문석 등 배우들의 조합은 신선하다. 각 배우들도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특색있게 표현해 냈다. 다만 캐릭터가 과거의 케이퍼 무비를 답습하다 보니 땅굴에서 펼쳐지는 티키타카가 살아나려다가 사그라 든다. 배우들의 케미가 아깝다. 반전에 집착하는 듯한 올드한 스토리에 해결하는 방식도 오래된 느낌이다. 2021년 개봉하는 영화가 맞는지 아쉽다.
5월 26일 개봉.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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