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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예리의 특별한 한해, 따뜻한 생각.."좋은 사람이 남는다" [★FULL인터뷰]

발행:
김미화 기자
[2021 영화 결산 릴레이 인터뷰]
배우 한예리 / 사진=사람 엔터테인먼트
배우 한예리 / 사진=사람 엔터테인먼트

2021년 한국영화계는 코로나19 팬데믹이 2년째 이어지면서 고난이 쌓이는 한편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는 시기였습니다.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스타뉴스가 그 속에서 빛났던 올해의 영화인들을 만났습니다. 첫 주자는 '모가디슈' 류승완 감독이며, 두 번째 주자는 '미나리' 한예리입니다.


배우 한예리(37)에게 2021년은 특별하고, 신기한 한 해였다. 올해 초 영화 '미나리'가 큰 주목을 받으며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고, 한예리도 그 여정에 함께 했다. 사실 한예리는 '미나리'로 더 주목받았어야 마땅한 배우다. 그녀는 '미나리'에서 관객의 마음을 크게 움직였고, 뒤흔들었다.


한예리는 한 해를 마무리 하며 스타뉴스와 '미나리'를 비롯해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는 마치 아주 오래 전 일인 것 같다고 웃으며,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좋은 작업을 할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했다고 말했다.


데뷔 후 작은 역할부터 차곡차곡 쌓아 어느덧 믿고 보는 배우가 된 한예리. '영화는 감독 예술'이라고 말하는 그녀는 배우 한예리'라는 사람을 뽐내기 위해서가 아닌, 작품을 빛내기 위해 자신의 내면에 있는 그 어떤 것도 꺼내서 보여줄 준비가 된 배우인 것 같았다. 그런 모습이 한예리를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2021년 마무리를 앞두고 한예리와 만났다. 마스크를 쓴 작은 얼굴 위로 한예리 특유의 깊이 있는 눈빛을 빛내며, 배우로서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올해는 배우 한예리에게도 특별한 한 해였던 것 같다.

▶ 특별하기도 하고, 신기한 경험을 한 시간이다. 그래서 그런지, 되게 옛날일 같이 느껴진다. 저에게 있었던 일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있었던 일을 본 것 같은 느낌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좋은 작업을 했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끝났지만 여전히 사람이 남았다는 것이 좋다. 윤여정 선생님을 비롯해, 감독님과 스태프들까지 다 너무 좋은 사람들이었다. 이 영화는 정말 사랑이 큰 이야기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아직도 영화 촬영 현장이 생생한가. 힘든 순간도 있었을 텐데.

▶영화 촬영 현장에 감독님의 인맥으로 와서, 도와주신 분들이 많았다. 독립 영화다 보니 열악한 부분도 있었지만 굉장히 따뜻한 기억이 난다. 지금도 기억 나는 것은 마지막 오두막이 불타는 장면을 찍던 순간이다. 힘들었다기 보다는, 제작 여건 상 단 한 번 밖에 찍지 못했다. 그 촬영 전날, 어떤 느낌일까 긴장하고 걱정도 했는데 막상 불에 타서 무너져가는 오두막을 보니 제 마음이 무너지더라. 연기를 하며그 감정을 오롯이 느꼈다. 저도 윤여정 선생님도, 그런식의 독립 영화 작업을 했었기에 당황하지 않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캐치하며 연기했다.


배우 한예리 / 사진=사람 엔터테인먼트

-병아리 감별사로 일하는 모습이 기억난다. 실제로 병아리 감별에 대해서 구분할 수 있나.

▶하하. 아니다. 병아리 감별은 엄청 많이 해야 알 수 있다고 하더라. 저는 감별하는 손의 모양, 잡을 때 모양 등을 배워서 연기했다. 병아리가 굉장히 가볍고 약하더라. 그래서 안정감 있게 잡았다. 한 씬 찍을 때 마다 100마리 정도씩 잡았던 것 같다.


-'미나리'는 미국으로 이민 간 부부의 이야기인데 남편인 스티븐 연은 한국계 미국인이고, 한예리는 한국인이다. 이렇게 캐스팅이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순자(윤여정 분)와 모니카(한예리 분)가 한국의 정서가 가장 많이 묻어나는 캐릭터였기 때문에 한국 배우를 캐스팅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모니카의 경우 본인의 생각이나, 식생활 등이 한국에 있는 사람과 비슷했다. 가족 중 가장 외부와의 교류가 없는 사람이지 않나. 순자 역시 한국에서 와서 지내는 사람이니 한국 사람은 캐스팅 한 것 처럼.


-무용을 하던 한예리가 어느덧 데뷔 14년차 배우가 됐다. 돌아봤을 때, 배우로서 스스로를 칭찬한다면.

▶음, 제가 참 잘했다고 느끼는 것은 영화의 시작을, 저와 같은 또래와 했다는 것이다. 단편 영화 등으로 시작을 했기에, 제게 영화 현장이라는 곳은 우리가 함께 만들고 창작하고 구성하고 각자의 파트에서 구성해서 영화를 만들어 내는 것을 배운 곳이었다. 그것이 가장 감사하다. 제가 만약 (상업 영화) 필드로 바로 나왔다면 그런 작업의 재미를 못 느꼈을텐데, 그런 영화 전체적 작업의 재미를 느꼈기 때문에 제가 지금도 잘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추억도 많이 남고, 현장에서 사람을 대하거나 함께 하는 일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물론 결과가 좋으면 좋지만, 저는 그 과정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상처주지 않고, 상처 받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다음 작품이 같이 하고 싶어지는 배우가 되려고 한다.


-데뷔 초 강하고 센 캐릭터도 많이 했다. '해무'의 홍매 역할로 주목 받기도 했고. 연기 할때 캐릭터를 어떻게 자신의 것으로 만드나. 캐릭터에서 빠져나올 때 힘들지는 않는지.

▶저는 솔직히 말하면 연기하며 그 캐릭터에 푹 빠지거나, 그 캐릭터가 되지 않는다. 뭐랄까, 온오프가 잘 되는 스타일이다. 제가 무용할 때부터 훈련을 해서 그런지 그런 것이 수월하게 된다. 감정적으로 힘든 연기를 할 때도 거기에 계속 취해있지 않는다. 연기를 하다가 쉴때면 잠깐 나왔다가, 다시 그 캐릭터에 들어가면 연기하던 상태가 들어간다. 캐릭터에 나왔다가 들어가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다. 제가 생각했을 때, 그동안 좋은 감독님을 만나서 그게 가능했던 것 같다. 그 캐릭터 자체가 되길 바라는 분들도 많으신데, 지금껏 제가 작업했던 분들은 그런 것을 요구하지 않으셔서, 제가 스스로 연기하고 캐릭터에서 나오고 할 수 있었다.


-스크린에서 활동하다가 '청춘시대' 등 드라마로 대중과 더 가까워졌다. 특히 '청춘시대'의 진명은 한예리의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는 캐릭터였다.

▶제가 아직 보여주지 못한 부분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대본을 보고, 저는 어떤 캐릭터일까 상상을 한다. 그리고 감독님처럼 답을 갖고 있는 사람과 이야기 하다보면, '이 부분이 이렇게 보이겠다' 생각을 하게 되고 그것을 연기한다. 그 캐릭터가 가진 고유한 특징을 찾으면 연기가 수월하다. 그것을 찾기까지는 어렵더라도 찾고나면 연기할때 큰 도움이 된다. '청춘시대'의 경우 드라마의 발란스가 좋았다. 저도 좋아했던 작품인데, 아쉽게도 '청춘시대3'는 이제 없을 것 같다.


배우 한예리 / 사진=사람 엔터테인먼트

-얼마전 배우 천우희와 인터뷰를 할때, 한예리와 배우로서의 고민을 많이 나눈다고 하더라. 어떤 고민들을 나누나.

▶하하. 음 이런 이야기 해도 되나.. (천)우희와는 나이 들수록 몸이 아픈 것에 대해 이야기 한다. 새벽에 잠이 안올때, 잠 어떻게 자야 하나 그런 이야기도 하고, 무슨 운동을 할지, 어떻게 버틸지 그런 이야기들을 나눈다. 우희가 체력이 약해서 그런 부분에서 고민을 나누곤 한다. 윤여정 선생님이 배우 일을 오래 하시지 않나. '미나리'를 하며 선생님이 그렇게 오래 연기하시는 것처럼 우리도 오래 하자는 이야기를 했다. 예전에는 배우로서 수명이 한 50대 쯤에는 끝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고, 어느 지점까지 갈지 미리 정하지 말고 하자고, 그러면 건강해야 된다는 그런 이야기들을 한다.(웃음)


-왜 처음에는 50대까지 배우일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나.

▶ 그냥 막연하게 그때 쯤 사라지는 여배우들이 많아서 그런 이야기를 했다. 또 한국의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가 미국 시장에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투자금이 우리나라에 와서 가장 한국적인 콘텐츠들이 많이 나오면 좋겠다고. 해외로 나가는 것에 의미를 두는 것이 중요하지 않는 것 같다는 이야기도 했다. (천)우희도, 저도 영화가 베이스인 배우들이다 보니, 요즘은 영화 이야기, 영화계에 대한 걱정이나 생각도 많이 나누고 있다.


-영화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 같다. 영화 음악 DJ로 활동했던 것도 그런 연장선상인가.

▶ 라디오를 하고 싶었다. 한국에 영화를 1년에 한 편도 못 보는 사람들 상당히 많다. 바쁘기도 하고 생활하다보면 그런 경우도 있지 않나. 그분들에게 자세하게 영화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고 싶었다. 그런 이야기가 재밌기도 하고 라디오로 긴밀하게 소통하는 느낌이 들었다. 청취자가 보내주시는 문자로 위로 받는 것도 있었다. 다만 시간적 제약이 있다보니 영화 음악을 길게 틀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다. 틀고 싶은 음악이 많은데 긴 음악은 중간에 끊어야 했다.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심야시간대로 가서 조금 더 길게 하고 싶다.(웃음) 제가 영화에 대해서는 그래도 조금 더 알고 있으니까, 영화 이야기를 하는 DJ라면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때 라디오 진행 하면서 본 영화가 100편이 훨씬 넘는다. 모르면 이야기를 못하고, 쓰여진 대본만 읽어야 하지 않나. 제 생각이 아닌 것을 제 생각처럼 이야기하고 싶지 않으니 그때는 아침이고 저녁이고 영화 시사회를 찾아가서 봤다. 재밌었다. 그때는 '영화만 보면서 살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생각도 했다.


-무용을 하다가 연기를 했다. 지금까지 여러작품을 하면서, 단 한 번도 연기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거나 논란이 된 적이 없었다.

▶ 저는 서른까지는 제가 하고 싶은것을 하며 살아야지 생각했고, 그 이후에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전까지는 독립영화를 하고 무용을 할 생각이었는데 지금 사람엔터테인먼트의 이소영 대표님과 만나며 생각이 달라졌다. 그 이후 정말 많은 작품을 찍으려고 했고 많은 독립영화와 단편, 장편 영화를 찍었다. 약 4년이라는 그 시간이 저에게는 훈련의 시간이었고 공부였다. 감독님과 카메라 하나만 들고가서 찍기도 하고, 햇빛을 기다려 보기도 했다. 그런 순간들을 거치며 '영화는 감독 예술'이라는 그 말을 제가 스스로 이해하게 됐다. 배우는 영화의 작은 일부이고, 감독의 지휘 아래서 그 감독의 생각을 구현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배우로서 감독의 말을 넘어서 뭔가를 해야 된다는 생각보다 생각을 표현하려고 했다. 제 생각에 연기적 논란이 없었던 이유는, 그런 감독님들과 작업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저는 연기하며 감독님을 많이 믿는 편이다. 이야기를 많이 해서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것을 좋아한다. 감독님과 이야기를 하고, 제가 만들 수 있는 여백을 주면, 그런 생각들로 캐릭터를 채워갔다.


배우 한예리 / 사진=사람 엔터테인먼트

-개인적으로, 한예리의 눈빛이 참 좋다.

▶ 누군가 저에게 얼굴에 연기가 있다는 말을 하셨다. 저는 제 눈빛을 볼 일이 없어서 잘 몰랐다. 저는 나름 제 눈이 컴플렉스다. 무용할 때는 눈두덩이가 두꺼워서 눈동자가 안 보이는게 답답할 때도 있었다. 그런데 영화는 클로즈업 돼서 보니까 좀 다르더라.


-무용을 하다가 배우 활동을 시작할 때, 어떤 확신을 갖고 있었나?

▶확신은 전혀 없었다. (웃음) 지금 소속사 사람 엔터테인먼트 이소영 대표님을 처음 만났을 때, 무용을 하지 말고 연기만 하라고 할 줄 알았는데 무용도 계속 하라고 하셨다. '이게 뭐지?'하는 생각도 했다. 또 저에게 한국을 대표하는 여배우가 될 수 있다고 말 해주셨다. 저희 엄마도 그런 말은 안하는데 말이다. 처음에는 '이 사람 사기꾼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는데(웃음) 계속 믿음을 주셨고, 저에게 확신을 주셔서 믿고 연기하게 된 것 같다. 그 말들을 조금씩 함께 이뤄가고 있는 기분이다.


-덕분에 연기와 함께 무용도 꾸준히 하고 있다.

▶올해 초에도 무용 공연을 했다. 통영에서 공연을 했는데 너무 아름답더라. 무용과 연기를 계속 같이 갈 수 있어서 행복하다. 이제 제가 나이도 있고, 주변 친구들도 보면 이제 공연보다 티칭(교육)으로 돌아선다. 무용 공연 한 번 하면 관절이 남아나질 않는다. 그래도 공연장에서 튀는 땀을 느끼는 그 순간이 너무 좋다.


-무용 하는 배우로서, 올해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 같은 여자 댄서들의 모습을 챙겨 봤을 것 같다.

▶너무 재밌게 봤다. 춤은 보는 것도, 직접 추는 것도 좋다. 춤을 보며 자유와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스우파'도 챙겨 보고 춤도 따라췄다. '헤이 마마' 따라서 안 춰본 사람 없지 않나?(웃음) 무용한다고 해서 그런 춤도 잘 추는 것은 아니다. 다 거기서 거기다. 하하.


-2021년을 마무리 하며.

▶모든 분들이 건강하게 한 해 마무리 잘하면 좋겠다. 2022년에는 코로나가 좀 없어져서 극장에도 많이 오시고 영화 많이 제작되고 모든 생활에서 활기를 띠면 좋겠다.


김미화 기자 letme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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