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이지 않아도 충분히 빛났다. '지금 우리 학교는'을 통해 짧지만 강한 임팩트를 남긴 배우 진호은이다.
최근 진호은은 스타뉴스와 직접 만나 지난달 28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좀비 바이러스가 시작된 학교에 고립되어 구조를 기다리던 학생들이 살아남기 위해 함께 손잡고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다.
진호은은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효산고등학교 양궁부 소속 학생으로 남다른 재능을 지니고 있는 인물 정민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그는 치열한 오디션 끝에 정민재 역으로 발탁됐다고 밝혔다.
진호은은 "친한 친구가 '지금 우리 학교는' 오디션을 본다는 말을 듣게 됐다. 저도 원작의 팬이라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소속사를 통해 오디션 제의가 왔다. 지정 대본과 자유 연기, 즉흥 연기까지 보여드렸는데 즉흥 연기를 보고 나중에 캐스팅하신 걸로 들었다"라고 밝혔다.
그는 작품을 위해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천재 양궁선수를 소화하려 훈련에 열중했다. 진호은은 "구체적으로 콘셉트를 정해주신 게 아니라 시안이 몇 가지 있었고,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게 해주시겠다고 했다. '양궁즈'인 하리(하승리 분), 미진(이은샘 분), 준성(양한열 분)과 같이 얘기했는데 제가 고등학교 때 비슷한 머리를 한 적이 있어서 그 사진을 보내드렸다. 이은샘 배우가 너무 마음에 들어해서 현재 머리로 결정하게 됐다. 제 의사는 5% 정도 들어간 것 같다"라고 웃었다.
진호은은 양궁부 선배 장하리 역을 맡은 하승리는 물론 '양궁즈'와 '찰떡 호흡'을 선보였다. 이는 '양궁즈'에 잘 녹아들기 위해 노력한 진호은의 노력 덕분이기도 했다. 그는 "'양궁즈' 안에서는 '하리'와 '미진'이 메인 캐릭터라고 생각하고, 저와 '준성'은 이 둘을 받쳐주는 하나의 장치라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제가 많이 안 비치면 어쩌나'하는 걱정과 임팩트를 주고 싶은 배우로서의 개인적인 욕심이 없었다면 거짓말인데 그걸 최대한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 저에게는 네 명의 '케미'가 잘 맞는 게 더 중요했다"라고 강조해서 말했다.
자신의 욕심을 내려놓고 '케미'를 생각했던 진호은은 "제 연기를 보고 잘했다, 못했다를 평가하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김남수 감독님이 '지금 우리 학교는' 공개 첫날 '넌 최고의 퀸 메이커였어'라는 말씀을 해주셨던 게 기억에 남는다. 그 말을 듣고 기분이 좋더라. 작품에서는 많이 부각되지는 않더라도 감독님께서 제가 잘 서포트했다고 느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라고 만족스러워했다.
이렇듯 진호은은 '양궁즈' 배우들과 돈독한 관계를 쌓았다. 그는 "스타일이 다 달라서 처음에는 친해질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지금은 마치 가족 같다. 좀비 사태를 헤쳐나가는 전우애 같은 것들이 쌓이기도 했다. 현장에서 핸드폰을 안 하고 넷이서 떠들었고, 지금도 꾸준히 연락하고, 전화도 자주 한다"라고 웃었다.
촬영할 당시에도 매번 손을 모으고 "'지우학' 파이팅"을 주도해서 외칠 만큼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했던 진호은은 "감독님들도, 스태프들도 너무 좋았다. 제가 현장을 너무 좋아하다 보니까 그 기억들로 인해 작품을 사랑하게 됐다"라며 "그래서 다른 배우들도 저와 같이 좋은 기억을 가지고 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우리 학교는'에 대해 "사랑"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현장에서 배우들, 스태프들, 감독님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되게 많이 했다. 제가 원할 때 이 작품을 다시 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때 느꼈던 감정을 다시 한번 느끼고 싶은 마음"이라며 "스태프, 배우들 모두 열 작품은 같이 했던 사람들처럼 너무 소중한 존재들이다"라고 말했다.
연기적으로도 많은 걸 얻었다. 진호은은 "저는 경력이 짧은 편이었다. 임재혁 배우부터 안승균 배우, 이유미 배우 등 경력 많은 선배 배우들이 있었는데 촬영이 겹치지 않아도 함께 액션 훈련을 하고, 얘기를 나누면서 현장에서 어떤 상태로 임하는지 등에 대해 들었다"라며 "평소대로라면 한 계단을 올라갈 걸 세 계단씩 오르고 있다고 생각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배우 인생을 살면서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많이 얻었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작품에 대한 애정이 유독 컸던 만큼 결국 좀비가 되는 결말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을 터. 진호은은 "캐스팅이 되고 감독님을 처음 뵀을 때부터 '제발 저 좀 살려달라. 시즌2를 가고 싶다'라는 얘기를 너무 많이 했다. 근데 이재규 감독님이 오셔서 좀비 안무 훈련을 받으러 가야 할 것 같다고 하시더라. 제가 배우들 중에서 가장 살고 싶어 했다"라며 "촬영이 끝난 후에 '절비'가 되는 꿈을 꿀 정도였다. 이재규 감독님이 함께 하고 싶다고 하고 꿈에서 깼는데 너무 행복했다"라고 말해 웃었다.
다만 그가 좀비가 된 이후 언급이 없어 일부 시청자들에게는 의문을 안기기도 했다. 진호은은 "제 죽음에 대한 언급이 대본에 없었는데 그거에 대해서 '양궁즈' 네 명이 걱정을 했고, 만들어낼까도 생각했다. 근데 제가 좀비가 된 이후에 청산(윤찬영 분), 온조(박지후 분)의 중요한 감정신이 연결되다 보니까 그러한 언급이 없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 서운하기도 했지만 작품을 위해서는 괜찮았다"라고 말했다.
진호은은 '지금 우리 학교는'을 통해 여러모로 내면이 단단해질 수 있는 경험을 했다. 그는 "그때도 지금도 어리지만, '지금 우리 학교는'의 현장을 경험하면서 생각이 성숙해졌고, 업그레이드됐다"라고 밝혔다.
'지금 우리 학교는'을 통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추진력을 얻은 셈이다. 그는 "저는 최근까지 배우가 직업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단지 즐겁게 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해서 일이라고 생각했을 때 '즐거울 수 있을까'하는 걱정을 했던 것 같다"라며 "근데 '지금 우리 학교는'을 하면서 많이 바뀌었다. 배우라는 수식어를 달고 프로답게 연기해야 저라는 배우를 봐주시는 분들에 대한 예의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그럼에도 즐겁다고 느끼는 순간이 많다. 이유가 없는 즐거움이 배우의 매력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목표는 없지만, 겪고 싶은 과정은 많다"라고 밝힌 진호은은 "대중들이 보셨을 때 '지금 우리 학교는' 처럼 사랑받을 수 있는 작품을 많이 하고 싶고, 부끄럽지 않은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라고 밝혔다.
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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