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OTT를 보는 김나연 기자의 '사적인 시선'

이야기는 특별할 게 없지만, 배우들의 케미와 연기는 특별하다. 4부작이 아쉬워지는 '사운드트랙 #1'의 이야기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사운드트랙 #1'(극본 안새봄·연출 김희원)은 20년 지기 절친 두 남녀가 2주 동안 한 집에 머물게 되면서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는 뮤직 로맨스다.
사랑과 우정 사이 기로에 선 남녀 주인공 한선우와 이은수는 각각 배우 박형식과 한소희가 연기한다. 이번 작품은 두 배우의 만남만으로도 공개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빈센조'를 통해 섬세한 연출력을 인정받은 김희원 감독이 연출을 맡아 시너지에 기대감이 높았다. 그리고 그 기대는 확신이 됐다.
사실 '사운드트랙 #1'의 이야기는 거창하지도, 새롭지도 않다. 한선우(박형식 분)는 19년 지기 여사친(여자 사람 친구) 이은수(한소희 분)를 짝사랑하지만, 자신의 마음이 부담이 될까 쉽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지 못하고 곁에 머문다. 이은수는 19년간 이어온 연인보다 견고한 관계에 금이 갈까 한선우와의 연애는 생각조차 하지 않지만, 우연히 그의 마음을 알고 혼란스러워하고 자신의 마음을 돌아본다. 이은수는 늘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한선우와의 헤어짐을 아쉬워하고 걱정해왔다. 두 사람은 오래 전부터 우정을 가장했던 세월을 뛰어 넘어 친구에서 연인이 될 수 있을지를 이야기한다.
이렇듯 '사운드트랙 #1'은 짝사랑을 그린 작품의 전형적인 흐름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드라마가 '뻔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감정선을 때로는 귀엽게, 때로는 설레게 그리며 특별한 로맨스를 완성한 박형식, 한소희의 힘이다. 특히 드라마는 두 사람의 관계에만 집중할 뿐 곁가지의 이야기가 없고, 짧은 형태의 드라마 안에 사랑의 다양한 감정을 녹여내야 했던 작품인 만큼 두 주연 배우들의 연기와 호흡이 가장 중요한데, 박형식과 한소희는 그 역할을 완벽하게 해내며 중심을 잡는다.
박형식은 장난스러운 '남사친'부터 짝사랑에 애타고 절절한 마음까지 그 선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로맨스 장인'의 면모를 입증한다. 자신의 마음을 어쩔 수 없이 숨겨야 하다가도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마음을 한숨처럼 내뱉을 수밖에 없는 세심한 감정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또 한소희는 지금껏 본 적 없는 신선한 매력을 선보인다. 한소희라는 배우에게 호기심이 생긴다면 '사운드트랙 #1'은 꼭 봐야할 필수 작품 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부부의 세계', '알고있지만', '마이네임' 등을 통해 다소 차갑고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던 한소희는 '사운드트랙 #1'을 통해 엉뚱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며 연기 스펙트럼을 한층 넓혔다.
이렇듯 박형식, 한소희가 표현하는 감정을 김희원 감독이 화면 안에 섬세하게 담아내며 케미를 더욱 빛나게 한다. '돈꽃', '왕이 된 남자', '빈센조' 등 다수의 작품을 통해 완성도는 물론 대중성, 화제성까지 입증한 김희원 감독은 첫 로맨스 작품이라는 점이 믿기지 않을 만큼 감각적인 연출을 선보이고, 이는 드라마의 '보는 맛'을 한층 살린다.
배우부터 연출까지, 뻔하지 않은 이야기를 뻔하지 않게 만드는 힘을 가진 이 케미가 4부작이라니. 좋은 의미의 아쉬움이 느껴지는 이유다.
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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