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미는 있지만 명확한 한계도 가지고 있다. 87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속 빠르고 폭발적인 전개를 얻은 대신 촘촘한 서사는 잃어버린 영화 '리미트'다.
'리미트'는 아동 연쇄 유괴사건 피해자 엄마의 대역을 맡은 생활안전과 소속 경찰 '소은'(이정현 분)이 사건을 해결하던 도중 의문의 전화를 받으면서 최악의 위기에 빠지게 되는 범죄 스릴러.
'소은'은 싱글맘으로, 아들을 혼자 키우고 있다. 생활안전과 소속의 경찰이지만 생활비를 벌기 위해 다단계도 서슴지 않는 생계형 경찰이다. 물론, 그가 악착같이 사는 이유는 아들을 남부럽지 않게 키우기 위해서다.
'소은'의 관할 내에 아동 유괴사건이 발생하고,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딸의 유괴 소식을 듣고 실신한 피해자 엄마 '연주'(진서연 분)를 대신해 '소은'이 엄마의 대역을 맡게 되고, 범인과의 협상에 돌입한다. '연주'의 딸을 데리고 있다는 의문의 목소리가 섬뜩하게 들려오지만, 실마리는 도통 찾을 수 없고 수사는 미궁에 빠진다.
이때 '소은'에게 의문의 전화 한 통을 받고 익숙한 목소리의 범인은 대역이 아닌 '소은'과의 협상을 요구한다. '소은'의 아들마저 납치했다는 것. 이에 '소은'은 아들을 구하기 위해 경찰이 아닌 엄마로, 강렬한 추격을 시작한다.
기존의 범죄 스릴러가 주로 사건의 타깃과 그 타깃을 쫓는 관계로 그려졌다면 '리미트'는 사건을 쫓던 중 범인이 대상을 변경하는 '타깃 스위치'라는 설정을 통해 상황이 역전되는데 이 영화의 신선함은 여기서 고갈된다.
'리미트'는 모성애에 의한, 모성애를 위한 영화다. 모두 예상할 수 있듯 초반 '소은'의 아들이 유괴된 이후 '소은'이 기필코 자기 아들을 찾겠다는 일념 하나로 내달리는 모습이 그려지고, 이는 곧 영화의 동력이 된다. 그러나 모성애라는 감정 하나로 이 영화에 몰입하고, 따라가기에는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다.
특장기 밀매 조직인 '빌런' 캐릭터가 그렇다. 캐릭터들의 전사가 제대로 표현되지 않고, 단 몇 줄의 대사로 대체된다는 점이 아쉽다. '혜진'(문정희 분)과 '준용'(박명훈 분)이 애틋해질 수밖에 없는 남매 관계라는 점, '혜진'이 '준용'에게 모성애와 같은 감정을 갖고 있다는 점, 또 '준용'과 '명선'의 관계 등이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면 관객들이 영화에 몰입하기 좀 더 쉬웠을 텐데 이 부분이 아쉽다.
범죄 스릴러에서는 주인공 못지않게 빌런의 존재감이 중요한데 전사도, 서사도 없는 이들의 맹목적인 악행은 '속 빈 강정'처럼 느껴질 뿐이다. 자연스럽게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임팩트도 약해지고, 빌런이 처단될 때의 쾌감 또한 비교적 덜하다.
다만, 배우들의 연기는 흠잡을 데 없다.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들인 각자의 노력도 빛을 발한다. 특히 '리미트'를 이끌어가는 이정현은 아이를 잃은 엄마의 애끓는 모성애부터, 소중한 것을 되찾기 위한 거침없는 액션까지 선보인다. 특히 경찰이지만 화려함이 아닌 엄마의 절박함과 처절함이 담긴 맞고, 구르고, 뛰는 액션은 영화에 생동감을 더한다.
여기에 그간 보여준 모습과는 사뭇 다르게 섬뜩하고 서늘한 카리스마를 발산한 문정희는 물론 아이를 잃은 슬픔으로 가득 찬 애절한 감정 연기부터 복잡한 내면의 감정 연기를 선보이며 극의 한 축을 담당한 진서연의 연기 또한 두말할 것 없다. 특히 '리미트'는 여성 배우 세 명을 주연으로 내세우고 액션을 가미한 스릴러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가치가 충분한 영화다.
8월 3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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