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 극장가는 조정석'이라는 공식이 다시 한번 통할까. 배우 조정석이 올 여름에는 '좀비딸'로 관객들과 만난다.
24일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영화 '좀비딸'(감독 필감성)의 배우 조정석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좀비딸'은 이 세상 마지막 남은 좀비가 된 딸을 지키기 위해 극비 훈련에 돌입한 딸바보 아빠의 코믹 드라마. 조정석은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좀비딸을 위해 극비 훈련에 나서는 아빠 '정환' 역을 맡았다.
글로벌 누적 조회수 5억 뷰를 기록한 동명의 네이버웹툰을 원작으로 한 '좀비딸'의 출연에 대해 "이 작품 시작할 때 원작이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원작을 굳이 찾아보진 않았다. 원작을 보고 도움 되는 작품도 있지만 '좀비딸'은 시나리오 자체만으로 엄청난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맨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느꼈던 감정을 잘 표현하면 자연스럽게 싱크로율이 잘 맞아떨어질 것 같았다. 원작을 보신 분도, 안 보신 분도 잘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며 "그리고 일부러 촬영이 끝나고 원작을 봤다. 말투나 캐릭터의 느낌은 내가 구현한 '이정환'과는 다른 느낌이지만, 그러니까 더 저만의 '이정환'을 연기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근데 '밤순' 역할을 보고는 '이건 뭐지?'라는 생각을 했다. 정말 웹툰을 찢고 나왔더라"라고 말했다.
조정석은 아빠가 되고 만난 '좀비딸'이 더 애틋했다고. 그는 "내가 때마침 아빠가 됐기 때문에 이 시나리오가 와닿았다. 감독님이 미팅했을 때 저를 염두에 두고 쓰셨다는 걸 듣긴 했다. 작품을 제안하실 때 그런 느낌으로 말씀해 주시는 분들이 있긴 한데, 이 작품에 제 눈에 들어오고, 제 마음에 들어야 할 수 있는 거다"라며 "감독님도 저를 두고 쓰셨다는 것 자체로 감사했지만 저 또한 이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었고 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뮤지컬 '헤드윅'이라는 작품을 유연석 배우와 같이 하고 있었다. 유연석 배우가 감독님과 '운수 오진 날'을 함께 했기 때문에 감독님에 대한 이야기를 잘해줬다. 그 얘기들이 도움이 되긴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빠가 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나이를 먹고 있는 조정석이라는 배우한테 절묘하기도 하고, '어떻게 이 작품이 딱 제안이 왔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아빠나 부모로서 마음이 성장하고 있는 시기였던 것 같다"면서 "소재가 좀비고, 그 안에 코미디, 감동도 있지만 부성애라는 것 자체가 가장 크게 와닿았던 것 같다"고 전했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영화 '파일럿' 등에서도 아빠 역할을 맡아왔던 조정석이지만, '좀비딸'은 남달랐다고. 그는 "이전 작품은 제 역할이 아빠였지만, 부성애라는 단어가 부각되거나 강조된 작품은 아니었다. 근데 '좀비딸'은 부성애가 크게 부각되고, 전면에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그런 지점이 크게 와닿지 않았나 싶다"고 강조했다.
조정석은 6세 딸에게 아직 '좀비딸'을 보여주진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딸이 괴물을 무서워해서 좀비도 무서워할 것 같다"면서 "딸은 제 얼굴에 머리 길렀다고 생각하시면 된다. 판박이다. 나랑 너무 닮은 내 딸이 엄마한테 혼날 때 어디론가 숨고 싶기도 하다. 너무 나 같다"고 웃었다.
이렇듯 조정석은 딸 덕분에 부성애 연기에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연기하다가 중단한 적도 있을 정도로 힘든 경우가 많았다. 그걸 얼마큼 잘 조절해서 딱 알맞는 연기를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며 "중요한 건 저희 작품이 부성애를 다루지만, 코미디가 군데군데 잘 녹아들어야 한다. 그걸 얼마큼 잘 캐치해서 이정환의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조정석은 '좀비딸'을 찍으며 배우들과 호흡이 좋았다며 "(이) 정은이 누나는 '오 나의 귀신님' 때도 재밌게 호흡을 맞춰봤기 때문에 이번에 하면서도 기대가 됐고, 기대한 만큼 재밌고 즐겁게 촬영했다"며 "딸 역할을 맡은 (최) 유리 배우는 정말 천사다. 현장에서 태도가 예의가 바른 건 물론이고, 스태프들의 작은 터치만 들어가도 바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한다. 정말 부모님이 궁금할 정도로 대단한 배우다"라고 극찬했다.
이어 "저희 단체 대화방 이름이 '좀비 여고 동창회'다. 다 친구들 같고, 홍보하러 다닐 때도 그렇고, 앞으로 무대인사나 일정이 많은데 너무 즐겁기 때문에 만나면 반갑고 즐거운 사람들"이라며 "촬영하면서 대사를 안 했는데도 빵 터지는 순간은 너무 많았다. 동료 배우들에게 너무 고맙고 감사한 느낌이 크다"라고 전했다.
'엑시트', '파일럿' 등 대한민국의 여름 극장가를 책임져온 배우 조정석이기 때문에 '여름의 남자'라는 수식어로 불리기도 한다. 그는 "제가 텐트폴 시기에 코미디 장르 영화로 좋은 결과를 냈기 때문에 '여름의 남자'라고 불러주시는 것 같은데 부담도 되지만, 기분이 좋다"며 "근데 '좀비딸'도 자연스럽게 제 눈앞에 나타났고, 이 작품을 선택하는 것도 자연스러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는 자연스럽게 나이 먹고 싶은 사람이다. 로맨스의 주인공을 하다가 아빠가 되고, 자연스러운 흐름인 것 같다. 저는 코미디를 고집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다양한 역할에 대한 욕심이 많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할지 모르겠지만, 코미디를 배척하거나 변신을 도모하려고 하진 않을 것 같다. 제가 너무 재밌어하고 즐거워하는 작품이 나타나면 그냥 발 벗고 나설 것"이라고 했다.
조정석은 자타공인 '만인의 호감 배우'다. 그는 "제가 판단할 때 저의 매력을 억지로 발산하려고 노력하진 않는다. 제 매력이 뭔지도 잘 모르겠다. 제 느낌으로는 저는 뭘 시키면 열심히 한다. 열심히 하는 그 모습을 좋아해 주시는 것 같고, 바보 같이 행동할 때도 있는데 저의 솔직한 모습 중 하나다. 어떤 분들은 '왜 저렇게까지 망가지지?' 하기도 하는데 망가지려고 하는 게 아니라 열심히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되는 것 같다. 그걸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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